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매체의 보도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은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 북, 탈북 고아 9명 이례적 서둘러 TV출연
- 북, 조선소년단 7차 대회 계기로 김정은 '후대사랑' 선전
- 북, 살길 찾아 중국 간 고아들이 인신매매 당했다고 주장
- 탈북고아 사건 후 북한고아 구출 목소리 높아져
- 북 주민 "김정은 사랑 받기 위해선 한번쯤 탈북해야" 여론 확산
북한이 얼마 전 라오스까지 탈북했다가 끌려간 9명의 탈북 고아들을 텔레비전에 출연시키고 "남조선 인신매매꾼들에게 납치당했던 아이들을 김정은 원수님이 구원해주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텔레비전에 출연한 고아들의 표정은 밝지 못했고, 여러 가지 협박 속에 연습을 했는지 좌담회의 분위기가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인데요, 수만 리 외국에까지 가서 탈북 고아들을 데려다 키우겠다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어린이 사랑'이 과연 북한에서 현실성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탈북 고아 9명을 통해 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후대사랑', 과연 가난한 북한에서 현실성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5월 말에 라오스에서 탈북 고아들이 끌려간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텔레비전에 출연시킨 것을 보면 북한도 굉장히 서두른 것 같습니다. 북한이 왜 이렇게 기자회견을 빨리 내보냈을까요?
정영: 과거 북한으로 다시 돌아간 탈북자들은 기자회견을 하기까지 보통 두 달 정도는 걸렸습니다. 박정숙 여성이나, 김광호 부부 등 중앙텔레비전 무대에 섰던 사람들을 보면 두 달 정도는 되었는데, 이번에는 불과 한 달도 못되어 신속하게 내보냈습니다.
최민석: 그것도 아홉 명씩이나 준비시키면서요……
정영: 그만큼 시간을 앞당겨졌다는 소린데, 원래 탈북 고아들이 북송 되던 시기는 북한에서 조선소년단 7차 대회가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북한도 뭔가 김정은의 후대사랑을 선전하려고 했는데, 당시 탈북하던 고아 9명 사건이 제기되었습니다. 김정은의 어린이 사랑을 선전하기에 너무 좋은 소재였지요. 그래서 북한은 사실상 6월 6일 소년단대회를 계기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좌담회 출연시간을 앞당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기자회견에 나온 고아들의 상태나 표정은 어땠습니까,
정영: 탈북 고아 9명의 표정은 좀 밝지 않은 모습이었는데요, 어떤 애들은 말하다가 말문이 막히자, 옆을 보고요, 그러면 옆에 있는 애가 암시하는 것 같은 모습도 나왔는데요, 북한 중앙 텔레비전의 장면을 한번 보고 넘어가시죠.
북한 중앙TV: 북한 사회자: 그럼 동무들은 지금 조국의 품에 다시 안겼는데 동무들의 생각이나 느낌은 어떻습니까?
탈북 고아1: 저에게 우리 원수님은 아이들을 무척 고와하시고, 또 인민들을 몹시 사랑해주시기 때문에 너희들을 사랑의 한 품에 꼭 안아주실 것이다….
탈북고아 2: 선생님, 저는 우리들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노래 '불타는 소원'을 동무들과 함께 부르겠습니다.
탈북 고아 9명은 생활이 어려워 북한과 중국에서 떠돌이를 하면서 고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런 애들이 짧은 시간에 기자회견을 준비하기 까지 얼마나 힘들었겠냐 상상이 갑니다.
최민석: 며칠 전에 우리방송에서도 보도했지만, 당시 끌려가던 꽃제비 고아들은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때 제대로 먹지 못하고 태어난 애들 아닙니까,
정영: 북한 중앙텔레비전에 나온 애들의 나이를 보니까, 15살에서 23살까지입니다. 그러면 1990년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애들이지요, 그때는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라고 하는 유례없이 참혹했던 아사 기간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장사하느라 교단을 떠나고, 애들은 어머니를 도와 장사를 하느라 장마당에 나가고, 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 나갔습니다. 그들을 가리켜 북한이 인신매매 당했던 애들이라고 주장하는데, 과연 텔레비전을 보는 주민들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합니다.
최민석: 북한이 주장한대로 인신매매범에게 끌려갔다면 이들은 북한에서 먹기 힘들어서 중국에 갔던 애들인데, 그러면 북한이 자기들이 잘못했다는 걸 인정한 것 아니겠습니까,
정영: 인신매매범이라는 것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사람을 사고 팔고 하는 것인데, 그러면 당연히 북한 내부에서 끌어갔어야 하는데, 그 탈북 고아들은 사실상 중국에서 떠돌던 애들이거든요.
중국에 있던 한국 선교사들은 이 애들을 보면서 "한국이나 미국에서 컸으면 얼마나 자유롭게 공부도 하고 놀 수도 있겠는가"고 생각해서 데려오던 애들인데, 그들이 다시 통제사회로 들어갔으니 얼마나 아쉽겠습니까,
최민석: 그렇지요. 당시 이 보도가 나갔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지요.
정영: 제가 여기 미국에서 장애인을 키우고 있는 한 한국인 어머니를 만난 적이 있는데요, 그 어머니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참, 애들한테야 무슨 죄가 있는가, 아이들은 그냥 이 세상에 나온 것 밖에 없는데…"라고 하면서 북한이 끌어간 것을 못내 분개해 하더라고요. 이번 탈북 고아 사건을 계기로 세계인들 속에서는 북한 고아들을 돕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탈북 고아들을 입양하겠다는 미국인도 많지 않나요?
정영: 북한 고아 출신 탈북자가 얼마 전 미국에 왔던 적이 있습니다. 그가 바로 9명 탈북 고아들과 함께 생활했던 그 꽃제비 출신인데요. 그가 어떻게 미국에 왔는가 하면, 여기 미국 매릴랜드 주에 양어머니가 살고 있습니다.
그 어머니는 화가인데, 그가 한국에 나가 미술 작품 전시회를 하다가 거기에 온 한 꽃제비 출신 탈북자를 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와 이야기를 해봤는데, 너무 정직하더라는 거죠. 그래서 그 어머니가 물어봤다고 합니다. "너 부모가 있냐?"고 하니까, "없다", 그래서 "그러면 이제부터 내 아들 하자"라고 말하고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2천달러가 넘는 항공권을 주었어요.
최민석: 아, 정말 듣기만해도 훈훈하군요.
정영: 그래서 꽃제비 출신 이 고아는 한달 동안 미국을 방문하고 얼마 전에 한국으로 돌아갔어요.
최민석: 그런데 정영기자, 텔레비전을 보니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어린이들을 무척 사랑한다고 나오는데요, 지금 북한 현실이 그렇게 사랑해 줄만한 상황인가요?
정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들어선 다음 10대의 어린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2012년에 6월에 2만명의 소년단원들을 평양으로 불러 경축대회를 했고, 또 얼마 전에는 조선소년단 제7차대회를 열기도 했지요. 그리고 김정은이 경상유치원을 찾아가 어린이들의 볼을 비벼주기도 했습니다. 과거 김일성 주석이 그랬지요,
이렇게 김정은이 어린이들을 사랑한다고 선전하는데, 과연 수천 수만의 어린이들을 이렇게 한결같이 사랑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하는 문제이지요. 지금 북한 전역의 고아원에는 수백 수천 명의 고아들이 있습니다. 과연 이 고아들을 지도자가 다 보살필 수 있겠는가, 북한으로서는 저렇게 탈북 고아들을 많이 데려가도 걱정거리일 것입니다.
최민석: 그건 무슨 소리지요?
정영: 이번에 들어간 탈북 고아들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지요, 그래서 북한에서는 이 애들이 다시 탈북할 경우에는 체제에 큰 타격을 받게 되지요. 그러니까, 그들에게 일일이 먹을 것도 줘야 하고, 학교에도 보내줘야 하고, 집도 줘야 하고요. 또 그 애들은 중국에서 한국 선교사들이 보살필 때는 잘 먹던 아이들이어서 북한에서 못 먹으면 금방 체제에 대한 불신이 생기거든요. (최민석: 그렇지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이 애들의 입도 단속해야 하고, 이 애들이 어디로 가는지 일일이 감시를 해야 되고, 아무튼 북한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정영: 요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하니까, 북한에서는 이런 말이 돌고 있어요,
최민석: 무슨 말이요?
정영: 김정은의 사랑을 받으려면 한번은 탈북을 해야 한다(웃음). 왜냐면 탈북했다가 북한에 들어가면 평양에 데려다 놓고 잠자리도 주고, 굶지 않고 학교도 다닐 수 있고……
최민석: 아, (웃음)솔직히 좀 수긍은 가는 애깁니다.
정영: 뭔가 한번 일을 쳐야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의식이 확산된다는 겁니다.
최민석: 안타까운 우스개 소리입니다. 그러니까, 나라가 잘살기 전에는 아이들을 예뻐하고 싶어도 하기 어렵다는 소리군요. 김정은 노동당 1비서도 살기 힘들어서 나간 애들을 붙잡아다 체제선전에 쓰기 보다는 오히려 아이들이 배고픔이 없이 마음 놓고 뛰놀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게 지도자가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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