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한에 심기 뒤틀린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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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7월 3일과 4일 한국을 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을 앞두고 북한이 여러 가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가 하면, 관영매체에 ‘대국주의’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중국을 겨냥한 듯한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왜 북한이 이렇게 불만을 드러내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 ‘대국주의’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중국에 불만을 터놓고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인지, 북한 매체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시진핑 주석이 한국방문을 앞두고 북한이 여러 가지 중국을 겨냥한 듯한 메시지를 날리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메시지가 있고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까,

정영: 우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동향을 보시겠습니다. 노동신문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사흘 앞둔 30일 “북핵 포기는 영원히 실현될 수 없는 개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우리의 정책과 노선에 그 무슨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것은 하늘이 무너지기를 고대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최민석: 어리석은 짓이다, 자기들을 말리는 것은…

정영: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은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북핵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와 주목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도 한반도 정세 안정, 지역평화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지키고 있지만, 중국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는 기회를 이용해 한국이 북한의 도발을 자제해달라고 중국에 주문한다든가, 북한의 비핵화, 그러니까 북한이 핵을 개발하지 않도록 중국이 적절한 역할을 해달라는 그러한 합의문 같은 것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시 주석에게 미리 ‘견제구’를 날렸다고 한국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신문의 표현을 보면 좀 모호하기는 하지만, ‘대국주의’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최민석: 대국주의라면 어떤 의미입니까,

정영: 대국주의란 북한이 서방의 큰 나라들을 제외한 이른바, 사회주의권 큰 나라들을 지칭할 때 쓰는 말입니다.

최민석: 구 소련 당시 그런 표현을 썼겠네요.

정영: 대국주의란 말은 50년대와 60년대 구소련이 수정주의를 할 때 직접 기명하지 않고 쓰던 외교적 수사였습니다.

최민석: 큰 사회주의 나라들을 대놓고 욕하지 못할 때 대국주의라는 말을 쓰면서 빈정댔겠네요.

정영: 그것도 두 나라 관계가 껄끄러울 때마다 ‘대국주의'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는데, 노동신문은 6월 28일자에도 “제국주의자들의 그 어떤 강권책동도, 대국주의자들의 압력도 우리 인민을 굴복시킬 수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노력과 권고 등을 겨냥한 불만인데요, 이런 불만이 시 주석의 한국 방문 일정이 나온 다음에 나와 주목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군요. 속으로는 굉장히 불만이 많은 거예요.

정영: 그렇지요. 왜냐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집권한지 3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시주석을 만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최민석: 북한이 왜 그런 불만을 갖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어요?

정영: 북한과 중국은 원래 전통적인 혈맹관계다 이렇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김정은 제1위원장이 무시당하는 듯한 그런 분위기니까,

최민석: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다음에 거의 찬밥신세이지요.

정영: 왜냐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권력을 차지한 지 3년이 됐는데도 중국을 한번도 방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수반들이 서로 방문하려면 상대국에서 요청을 해야 하지요. 이러저러한 문제를 토론하려고 하는데, 와 주십시오, 라고 초청을 하는데, 현재 중국과 북한간에 고위급 왕래가 없습니다.

최민석: 장성택 숙청 이후에 완전히 끊어졌지요.

정영: 그리고 시진핑 주석도 중국의 지도자에 오른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북한을 방문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김정은으로서는 굉장히 수치스러운, 굉장히 모욕적인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이게 북한이 세워지고, 할아버지, 아버지에서 아들 대로 권력이 넘어오는 과정에 중국한테서 이처럼 괄세 받기는 처음이지요.

정영: 특히 북한 주민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김정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지금 반중국, 반대국주의, 반사대주의 사상교육을 맹렬히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그러나 북한 주민들도 북중간의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요?

정영: 아무래도 북한 정부가 벌이는 외교활동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최민석: 이와는 반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여러 번 만나지 않았습니까,

정영: 박근혜 대통령은 시주석과 여러 번 회담을 했는데요. 처음 만난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시절이었던 2005년에 시주석을 한국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군요) 당시 시주석은 한 개 성 당서기였습니다.(최민석: 미국으로 치면 주지사겠군요)

그리고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다음 활발하게 만나기 시작했는데, 2013년 6월에 중국을 국빈 방문했고요.

최민석: 당시 그 국빈방문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세계 언론도 굉장히 비중 있게 다루었고요.

정영: 그 해 9월에는 러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들이 단독 환담을 했고요, 이어 10월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서 회동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에는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을 했고요, 이번에는 시진핑 주석이 국빈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됩니다.

최민석: 이런 것만 봐도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예전보다 많이 틀린다고 보입니다. 그럼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 목적도 북한 청취자 분들이 궁금해할 것 같은데요,

정영: 이번 시주석의 방문은 작년 6월에 있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국가수반들이 외교적 관례 때문에 나들이 다니는 것은 아니고요, 다 자기 자국과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다니거든요.

중국의 입장에서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전략적 협력동반자의 의미를 다지고, 경제 분야에 대한 협력과 교류를 한층 발전시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과 일본이 영토분쟁으로 인해 두 나라 관계가 악화되어 있지요. 미국의 동북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 이런 것도 중국으로서는 견제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과 어떻게 하나 관계를 돈독히 가지려는 그런 의미도 있겠다고 보겠습니다.

최민석: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목적 가운데는 경제교류 협력 분야가 큰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거 좀 설명해주시죠.

정영: 그렇습니다. 작년에 한국과 중국의 교역액은 2천3백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1992년 한중 수교를 맺을 때 당시 64억 달러였는데, 그때보다 40배 이상 증가한 셈인데요, 한국은 이미 중국의 4대 주요교역국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최민석: 엄청납니다. 한국과 중국간에 교역액이 2천 3백억달러면 이제는 두 나라간 관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겠군요. 그러면 중국과 북한간의 교역 규모는 어떻습니까,

정영: 지난해 북-중 교역은 6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2천3백억 달러 규모에 비해 40분에 1도 안됩니다. 그런데 북한은 앞으로 상당한 위기에 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면 중국이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에 대한 신뢰를 버렸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큰 후원국이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나마 60억 달러에 달했던 것이 그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소리군요.

정영: 중국의 무역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북한에 원유를 수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현재 등거리 외교차원에서 러시아와 일본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 붙은 북한을 중국이 절대 좋게 볼 수 없습니다. 또 올 봄에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농사도 망했다는 비관적인 한탄이 나오는 가운데 쌀 지원국가인 중국이 등을 돌릴 경우, 북한 주민들은 엄청난 경제난을 겪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민석: 한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은 벌써 다섯 차례 만남을 가지며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나 국가를 잘 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지도자도 이제는 고립과 폐쇄의 문을 열고 국제외교무대에 떳떳이 나서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