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군인사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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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김일성 주석 사망 20주기 행사를 맞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다리를 절며 주석단에 등장했습니다. 또 요즘 군부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데요. 머리가 허연 장성들에게 수영훈련을 시키는가 하면 다 낡은 전투기에 태워 비행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군부인사 길들이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왜 다리를 저는지부터 알아보시죠.

정영: 김 제1비서가 8일 심야에 진행된 금수산 기념궁전 참배 때 다리를 절면서 나와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확산되었는데요, 잠시 한국 언론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잠시 듣고 넘어가겠습니다.

한국 KBS: 북한 TV로 실황 중계된 김일성 주석 사망 20주기 중앙추모대회.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연단에 다리를 절며 나타납니다. 오른쪽 다리를 절룩이며 주석단 중앙으로 발걸음을 옮긴 김정은. 얼굴 역시 어둡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최민석: 아, 김정은 제1비서가 오른 쪽 다리를 절며 주석단으로 향하는데, 군부 인사들과 주석단에 앉은 북한 고위관리들도 좀 의아해하는 눈치군요.

정영: 예, 이상한 것은 북한 매체가 김정은의 다리 저는 모습을 편집하지 않고 그냥 방영했다는 점인데요,

최민석: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건강 이상과 같은 것을 그대로 방영하는 게 아주 드문 일이 아닙니까?

정영: 북한 매체가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에 대해 될수록 감추려고 했던 것과 달리 김정은에 대해서는 그대로 방영했는데요, 예를 들어 김일성은 목뒤에 혹이 크게 나와있었지만 노동신문이나 중앙텔레비전은 그걸 꼭꼭 숨겨왔습니다.

그리고 2008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다음에 한쪽 팔을 잘 쓰지 못하고 다리를 끌고 다닐 때도 북한텔레비전은 될수록 이 영상은 빼고, 심하지 않은 부분만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다리를 저는 모습을 그대로 방영한 걸 보면 뭔가 다르다는 겁니다.

최민석: 이걸 놓고 어떤 사람들은 김정은이 술을 마시고 넘어지지 않았는가, 하는 추측도 내놓지 않습니까, 그리고 몸이 너무 나서(살이 쪄서)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았냐는 추측도 하고 있는데, 어떤 이유가 맞을까요?

정영: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김정은이 제일 잘 알텐데요, 최근 북한 매체 보도를 보면 김정은이 동해안 일대 군부대와 섬 방어대를 시찰했고, 그리고 육해공군합동으로 진행한 섬상륙작전도 참관했습니다. 그때 김정은의 사진을 보니까 벌판도 있고 산길도 있고 노정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여기 저기 다니다가 발목을 접지른 게 아닌가고 한국의 의료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의 도로사정이 안 좋아서 다리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추측하는 거군요.

정영: 북한이 중앙텔레비전에 김정은의 다리 저는 모습을 공개한 것은 오히려 우상화 선전에 이용하지 않냐는 생각도 드는데요,

최민석: 아, 너무 열심히 일해서 다리가 아파졌다고요?

정영: 김정은이 나라와 인민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험한 산길을 다니면서 수고하고 있다는 애국주의를 선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봤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왜냐면 김일성과 김정일의 경우,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숨길 필요가 있었지만, 김정은은 이제 겨우 30대 초이기 때문에 건강에는 아직 문제가 없다, 오히려 왕성하게 일하다가 다쳤다는 등 우상화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최민석: 김정은이 젊었기 때문에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 그런 메시지를요. 요즘 외부 시각으로는 김정은이 폭식으로 인해 체중이 급격하게 불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폭식과 폭음 등으로 인해 몸무게가 급격하게 불었다는 주장은 장성택 처형 이후에 불거졌습니다. 지난해 12월 17일 열린 김정일 사망 2주기 행사 때 김정은은 머리 모양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고, 그리고 눈에 초점이 없고 시종일관 무표정하고 삐딱하게 앉았습니다.

한국의 한 대북매체는 현재 김정은이 키가 170cm가 좀 넘는데 몸무게는 120kg까지 불었다고 보도했는데, 그래서 고도 비만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게다가 김씨 일가가 유전적으로 앓고 있는 심혈관계 질병과 당뇨병을 앓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심장병이나 당뇨병 같은 것은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관측입니다.

최민석: 현대 의학에서는 더 이상 이런 성인병이 젊었을 때 온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보지 않지요. 성인병 자체를 굉장히 위험한 것으로 보지요.

<여러분께서는 지금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언론 뒤집어보기를 듣고 계십니다>

최민석: 다음 주제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요즘 군부잡기에 안간힘을 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정영: 요즘 김정은 제1비서가 요즘 군부를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인사교체를 자주 하지요.

최민석: 정말 많이 하지요.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면서…

정영: 그리고 50대 60대의 머리 허연 군 장성들에게 수영시킨다든가, 총쏘기를 시킨다든가, 또 낡은 전투기까지 태워서 비행시키는 등 특이한 용병술을 쓰고 있습니다. 이 모든 움직임을 보면 확실히 김일성 김정일 때와는 다른데요. 아마 젊은 지도자의 본때를 보여 줄려고 하는지…이런 움직임을 보면 아직 군대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요, 왜냐면 군대들이 김정은의 말을 잘 듣지 않으니까 지금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고 나름대로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최민석: 날바다를 수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요, 언젠가는 비행훈련도 시키지 않았는가요?

정영: 지난 7월 2일자 노동신문을 보면 김정은은 북한군 동해함대와 서해함대 지휘관들끼리 수영경기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그 수영주행거리가 얼마인지 아세요?

최민석: 글쎄요? 얼마입니까,

정영: 5km를 돌아서 오는 것입니다. 그러면 왕복 10km가 되겠지요.

최민석: 그 나이에 그게 가능합니까, 연세가 꽤 되는 것 같은데요.

정영: 그러니까, 모자를 쓰고 팬티를 입고 있는 군관들을 보니까, 배가 많이 나왔더라고요. 해군장성들이요.

최민석: 저희 아버님이나 작은 아버님 연세로 보이는데요. 제가 봤을 때 안쓰러웠습니다. 그리고 수영도 쉽지 않은 일인데, 더군다나 비행훈련도 시켰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정영: 노동신문 5월 10일자 보도를 보면 김정은이 북한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관들의 전투비행술 경기대회를 지도했다고 했는데, 그 오금철 상장, 이 사람은 항일투사 오백룡의 아들이거든요. 이 사람이 공군 사령관을 했는데, 오금철 상장이 좀 낡은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랐습니다.

최민석: 오금철 상장이 ‘미그 21’ 전투기를 몰았습니다. 정말 많이 떨렸을 겁니다.

정영: 글쎄요, 그거 타고 올라가다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최민석: 충분히 그럴 수 있지요. 미그 29도 떨어지는데요. 아시다시피 북한에는 원료도 부족하거니와 각종 부품도 부족해서 못 고쳐주고 있지요.

정영: 이게 미그 21이 1970년대 비행기인가요? (최민석: 아마 그 전후로 나온 것일 겁니다)그러면 40~50년 전 비행기이니까 상당히 떨렸을 겁니다.

최민석: 자기 부하들이 탈 때는 자기 목숨이 아니라서 태웠는데, 자기가 탈 때는 정말 많이 무서웠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정영기자, 김정은의 군부 길들이기를 보면 별을 자주 뗐다 붙였다 하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군 장령들이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마 관성열차를 탄 기분일겁니다.

최민석: 저희 기자들도 너무 힘듭니다. 자꾸 직책이 바뀌니까, 알고 있던 사람의 직책이 바뀌니까, 또 조사를 해야 하지요.

정영: 김정은 정권이 선지 3년째 접어들고 있는데요. 벌써 인민무력부장이 4번이나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총참모장도 3번이나 바뀌었는데요, 최근엔 이영길 총참모장도 2달 가량 안보이다가 최근에야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최민석: 제가 예전부터 궁금했던 점이 있는데. 어떻게 북한에서는 고위직이 이렇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거죠?

정영: 그 이유는 혁명화를 했을 수 있고요, 아니면 비판서를 썼을 수도 있고요.

최민석: 제가 왜 이런 질문을 드리냐 면 일반 국가에서는 이런 고위직책이 자리를 비울 수 없지 않습니까,

정영: 그렇지요. 총참모장은 북한의 육해공군을 총괄하는 책임적인 자리인데요. 이영길 총참모장이 안보이던 시기는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 사라지던 시기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총정치국장 자리에서 최룡해를 밀어내고 황병서를 앉혔지요.

최민석: 김정은이 이렇게까지 안간힘을 쓰는데, 아직까지 군부를 잡았다고 보여지지 않습니다.

정영: 그래서 군대들이 왜 말을 듣지 않느냐? 이렇게 일련의 분석이 생겼는데요,

최민석: 어떤 분석인가요?

정영: 김정은이 군대를 복무하지 못했기 때문에 군 장성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최민석: 하지만, 김정일도 군대복무를 못하지 않았나요?

정영: 마찬가지였지요. 그런데 그는 나이가 좀 들었기 때문에 괜찮았는데요…. 그건 두 번째 이유지요. 예를 들어 김정은이 스위스에 유학 갔다가 돌아온 다음에 김일성 군사종합대학에서 공부했다고 하는데, 진짜 다녔는지도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다 못해 대학 때 총 쏘는 사진이라든가, 하전사 견장을 단 사진이라도 한 장 있어야 하는데 전혀 꺼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태 사진이 없으니까 가짜 군사대학을 다녔는지 아닌지 의심이 들거든요.

최민석: (웃음) 최소한 김정은이 김일성 군사종합대학 앞에서 사진이라도 한 장 찍지 못했다는 소린가요?

정영: 뭐 군사복무를 밑에서부터 했다는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28살에 공화국 원수가 되었으니 한 계급 한 계급 톱아 올라온 군 장성들은 머리가 돌아버리는 겁니다. 자기 아들뻘이 된 사람이 대장이 되어서 자기들을 지휘하고, 또 정상적으로 군대복무를 했으면 이제 겨우 소대장이나 겨우 되었을 사람이 자기들을 통솔한다고 하니 장성들이 말을 잘 듣지 않고 뒷소리를 많이 하는가 봅니다.

최민석: 실제로 김정은은 너무 빨리 원수가 되었지요.

정영: 선대 조상보다도 빨리 원수가 되었는데요, 김일성은 41세에 원수가 되었고요. 김정일은 50세에 원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28살에 원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기를 우습게 보는 군부 관리들을 혼내기 위해 부지런히 닦달질 하는 거 같습니다.

최민석: 그렇게 했는데도, 군부를 잡았다고 보여집니까?

정영: 글쎄요. 북한 노동신문에는 김정은 제1비서가 환히 활짝 웃는 사진이 나오는데요, 군부 장성들은 똑바로 서서 수첩에 뭔가 부지런히 받아 적고 있고요. 얼핏 보면 군부를 장악한 듯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중앙텔레비전을 보면 김정은의 표정은 상당히 무겁고 어둡습니다. 물론 노동신문을 찍을 때는 온갖 포즈를 취하면서 잘 된 사진을 공개하겠지만,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습은 생동하게 볼 수 있다는 거죠. 오죽했으면 7일자 노동신문은 “외부에서 달려드는 적들도 경계해야 하지만 내부에 숨은 적들에 대해서도 각성을 가지고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겠습니까,

최민석: 외부의 적도 위험하지만, 내부의 적도 그만큼 만만치 않다고 우려하고 있군요. 물론 사람을 교체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그리고 지도자는 경험과 자질, 덕목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이제 30대의 어린 지도자 밑에서 수모를 당해야 하는 군 장성들의 수고도 이만 저만 아닐 거라고 보입니다. 정말 안됐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