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초상화 구한 선원시신 왜 외면하나?

북한 평양의 김일성광장에 위치한 내각청사 외벽에 걸려있던 무표정한 김일성 주석 초상화가 최근 사라지고 대신 광장 전망대에 웃고 있는 김 주석 초상화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화와 나란히 설치됐다.
북한 평양의 김일성광장에 위치한 내각청사 외벽에 걸려있던 무표정한 김일성 주석 초상화가 최근 사라지고 대신 광장 전망대에 웃고 있는 김 주석 초상화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화와 나란히 설치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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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목요일마다 여러분과 함께 북한 매체의 내용을 다시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의 주제는 무엇입니까,

- 일본 해역서 김부자 초상화 품은 북한 선원 시신 6구 발견

- 북한 매체 초상화 구원한 주민 영웅 선전

- 북, 일본에 선원 시신 인도 요청 없어

- 북, 일본인 납치문제로 팽팽한 공방

- 북, 시신인도 하지 않아 북한 가족들도 불안


오늘은 북한 언론이 왜 일본해역에서 조난당한 북한 어선에 대해 침묵하고 있을까 하는 내용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얼마 전 일본해안에서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초상화를 몸에 품고 숨진 6명의 북한 선원들을 발견했다고 9일 보도했습니다. 초상화를 구원하면 영웅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이 아직 배의 침몰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는데요, 왜 그런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김 부자 초상화를 구원한 주민들을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는 북한이 왜 일본에서 발견된 북한 주민 시신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최근 일본해안에서 발견됐다는 북한 시신에 대해 먼저 알려주시지요.

정영: 일본 아시히 신문은 올해 들어 일본 해안에서 잇달아 발견된 북한 선원들 시신에서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초상화가 발견됐다고 9일 보도했습니다.

지난 2월∼5월 니가타(新潟), 아키타(秋田) 현 등에서 발견된 북한 선원 시신 6구를 조사한 결과, 화물선 조난 때 필사적으로 갖고 나온 것으로 보이는 초상화가 발견됐다고 일본 경찰이 조사했는데요, 이들 시신에서 나온 초상화는 비닐로 꽁꽁 싼 채로 빨간 통 안에 들어가 있었는데, 물기 한 방울 들어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민석: 아, 그러니까, 북한 선원들은 자기들은 죽으면서도 초상화를 보호하고 있었다는 거군요.

정영: 그렇지요, 일본 매체에 따르면 이 북한 선원들의 시신은 작년 12월 북한 북동부 동해상에서 조난된 북한 화물선 대각봉(6천587톤)의 선원들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당시 대각봉 호가 조난신호를 보냈는데, 그 조난신호를 받은 러시아측이 구조하겠다고 하자, 선원 24명이 마다하고 구명보트로 옮겨 탔으나 다 행방불명 됐다고 일본 아사히는 밝혔습니다.

최민석: 안타깝네요, 러시아는 북한의 우방인데, 도와주겠다고 할 때 도움을 받지 않고 왜 고집을 부렸는지 안타깝습니다. 뭐 러시아 구조대가 봐서 안 되는 물건이라도 있었는가 요? 배에요……

정영: 배에 무엇을 실었는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고요, 북한은 이 화물선 조난 사고에 대해 침묵하고 있고, 더욱이 일본측에서 시신을 찾았다고 하는데도 북한은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혹시 시신인도를 거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이 방송을 들을지도 모르는 유족들이 안타까울 것입니다.

최민석: 북한 당국도 김부자 초상화를 구원한 선원들이 자랑스러울 텐데, 그런데 왜 침묵하고 있을까요?

정영: 북한이 침묵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자연재해를 당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알리기가 껄끄럽지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바다에서 배가 풍랑을 만나 침몰되었다든가, 해일로 사람들이 사망했다든가 하는 사건 사고 소식을 북한 매체들은 전혀 알리지 않고 있는데요, 사실 자연재해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북한이 경우에는 배가 노후해서 그런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자랑할만한 것이 못되기 때문에 대부분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 언론은 사건 사고를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 않습니까,

최민석: 그렇지요. 사실대로 보도하지 않으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힘든 상황이 되지요.

정영: 이웃나라 중국 언론도 지진사고, 교통사고 등 다 보도하거든요, 하지만, 북한만은 여전히 잘하는 것만 보도하는데요.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공화국의 영상이 깎이는 행위라고 보고 그냥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민석: 자연재해보다는 인간의 실수로 발생하는 재해가 많아서 그걸 어떻게 하나 은폐하려고 하는군요.

<여러분께서는 지금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북한언론 뒤집어보기를 듣고 계십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은 이렇게 해상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전부 다 외면합니까,

정영: 북한 선박이 어느 해상에서 조난당했는가에 따라 사정이 좀 다른데요,

최민석: 지역에 따라 다르다고요?

정영: 나라마다 좀 다르지요. 예를 들어 중국 해역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북한은 중국에 협조를 요청하고, 사망한 선원들의 시신과 파손된 장비를 인도하기도 하거든요.

대표적으로 2009년 12월 25일 노동신문이 보도한 것인데요, 중국 해역에서 항해 중이던 무역배 '지성-5호'가 좌초되자, 선원들이 김 부자의 초상화를 꽁꽁 비닐로 싸서 구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결국 이 배 선원들은 중국 배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구조됐고, 북한 매체는 이를 '수령결사옹위의 참모습'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발견된 북한 선원에 대해서는 사정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최민석: 과거 일본 해역에서 조난당했던 북한 선박에 대한 보도가 나온 것을 저도 기억 합니다. 그 가운데는 북한을 탈출하는 주민들도 꽤 많았지요?

정영: 지금까지 일본 해역에서 북한 선박들이 발견됐다는 애기는 많이 나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2년 1월 일본 해안경비대는 일본 니가타(新潟)현에서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목조 선박을 발견했는데, 그 안에서 북한 남자 시신 한구가 발견됐는데 북한은 보도하지 않았지요.

그보다 한달 앞서 이 섬 근처에서 시신 5구가 실려 있는 북한 목선 한 척이 발견됐는데요, 길이 12.8m, 폭은 3.4m 크기의 북한 목조 선박이었습니다. 북한 동해상에 낙지잡이, 문어 잡이를 하는 배들이 많이 나가는데, 그런 배들이 풍랑을 만나서 떠내려오다가 일본 해역에 걸리게 되지요.

최민석: 조난당한 상태에서 해류를 타고서 일본 해역으로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정영: 이렇게 일본 해역으로 들어가는 북한 주민의 시신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지만, 북한은 일본에 시신을 인도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민석: 중국 해역은 괜찮지만, 왜 일본이나 한국에서 조난당하면 북한이 이렇게 외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럴까요?

정영: 현재 일본과 국교정상화가 되지 않았지요. 북한과 일본은 일본인 납치 문제로 팽팽한 공방관계에 있는데요,

최민석: 아, 그러니까, 북한이 만약 시신을 인도해달라고 하면 일본도 일본인 납치자들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있을까 봐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영: 아무래도 일본이 하나를 주면 북한도 뭔가 줘야 하는데, 일본이 납치된 사람을 보내달라, 그리고 사망했다고 하는 납치자들에 대해 똑바로 해명을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일본과의 거래를 아예 거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현재 일본에서 발견된 북한 선원들의 시신은 어떻게 됩니까,

정영: 북한의 반응이 없기 때문에 방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과 정상적인 국교관계가 있다면 북한도 자국민의 시신을 찾아가겠지요. 하지만 북한은 일본 언론을 통해 북한 선원 시신이라는 것을 간접 확인했기 때문에 사망자로 처리하겠지요. 그리고 김 부자의 초상화를 구원하다가 숨졌다고 내부적으로는 선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녀들을 혁명학원에 보낸다든가, 조치를 취하겠지요.

최민석: 그러니까, 일본 쪽으로 나가는 북한 선원들은 굉장히 걱정이 많겠습니다. 만약 사고를 당하면 시신도 건질 수 없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가족들의 안타까움이 더 클 것 같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초상화를 구원하다가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당한 이 선원들의 시신을 어떻게 하나 데려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