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최근 북한에서 고위층들이 대거 숙청되는 살벌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김정은 정권이 민심을 다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새 출발을 하는 청년들을 안아주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가 하면 북한당국은 8.15 광복절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대사면을 단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쪽에서는 고위간부들을 대공포로 무참하게 처형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민심을 껴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왜 김정은 정권이 민심 껴안기에 나섰는지 조명해보겠습니다.
최민석: 고위층을 대공포로 마구 처형하는 북한 정권이 순한 양의 얼굴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김정은 제1비서가 요즘 바닥 민심 잡기에 나서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소개 좀 해주시죠.
정영: 14일자 조선중앙통신은 광복절 및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다음달 대사면을 실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이번 대사면을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인민사랑으로 치켜세우면서 “혁명의 천하지대본인 일심단결을 반석같이 다지려는 당과 공화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결국 과거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모두 김 제1위원장이 너그럽게 용서한다는 사랑의 정치인데요, 근 70명에 달하는 고위층을 처형하면서, 악명 높은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면서 구겨진 이미지를 변신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그러면 북한이 대사면을 실시한다면 한국에서 말하는 특별사면 같은 것을 말하는 것입니까,
정영: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도 8.15를 맞아 특별사면을 실시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북한에서는 이것을 가리켜 ‘대사면’이라고 부릅니다. 간단히 말해서 ‘대사’라고도 부르지요. 남한에서는 대통령마다 특별사면을 취하는 회수나 대상이 정해지지만, 북한에서는 정치범 등에 대해서는 특별사면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대사면 대상에 포함되는 것입니까,
정영: 북한이 이번 대사면의 대상이나 규모를 밝히지 않았는데요, 뻔하게 정치범이나 중범죄자들은 대사면 대상에서 제외될 것입니다. 아마 생계형 범죄자나 경제범들이 풀려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에 탈북자들도 대사면 대상에 포함될지도 두고 봐야지요. 김정은 집권하면서 처형한 고위층의 친척이나 가족들은 정치범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을 겁니다.
최민석: 숙청된 고위층들이 많아서 정치범들이 많을 텐데요.
정영: 이미 평양에서는 고위층 숙청으로 인해 약 10만명의 인구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국정원은 김정은 체제 들어 처형된 고위층만 70여명이 넘는다고 국회에 보고했는데요, 예를 들어 장성택 숙청으로 약 3만명이 날아갔다는 겁니다. 그리고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도 숙청되었는데, 그의 측근들까지 수백 명은 날아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새끼 자리를 죽였다는 이유로 자라공장 지배인까지 처형당하는 등 김정은의 숙청의 칼바람이 매섭게 불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김정은 정권이 대사면을 실시한다는 것은 흉악한 얼굴을 선하게 보이게 하려는 미용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최민석: 결국 말을 잘 듣지 않는 고위층은 죽이고, 바닥 민심, 즉 일반 백성은 끌어안는다는 소리군요,
정영: 원래 김정은은 권력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권력을 물려 받았기 때문에 바닥민심 잡기는 주요 정치 노선이었습니다.
그는 올해 5월에 진행된 청년일꾼 선구자 대회에 참가해서는 “잘못 살아온 지난날과 결별하고 새 출발을 한 청년들을 모두 안아주고 싶다”고 말하거나, 노동당 제4차 세포비서대회 참가자들 앞에서는 “엄중한 과오(잘못)나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해도 단 1%의 좋은 점이 있다면 대담하게 믿고 포섭해 재생의 길로 이끌어줘야 한다”고 연설했습니다. 이처럼 자기에게 도전하지 않는 순한 민심에 대해서는 후한 인심을 베풀고 있다는 겁니다.
최민석: 정영기자가 얼마 전 북한 김정은 정권이 간부층을 40대의 간부들로 모두 교체한다는 보도를 했지요. 그렇게 되면 앞으로 숙청될 사람이 많다는 소리가 아니겠습니까,
정영: 권력기반이 탄탄치 못한 상태에서 권력을 이양 받은 김정은은 자기 지반을 꾸려야 합니다. 그래서 나이 많은 사람들을 쳐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보도했지만, 현재 북한 정권은 40대의 간부들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젊은 지도자를 만났다고 요즘 40대 젊은 층은 반기고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50대나 60대의 간부들은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민석: 현재 김정은 제1위원장을 따라다니는 간부들을 보면 대부분 60~70대 간부들인데, 이들도 위태롭겠군요.
정영: 김정은 제1위원장도 나이 많은 간부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일을 시키자고 하니 답답하겠지요. 나이 많은 간부들은 세상 경험이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엉뚱한 지시를 내리면 반신반의를 하겠지요. 그러면 반당반혁명 종파, 혁명의 배신자라는 딱지를 씌워 처형하고 있는데, 대신 아래 민심에 대고는 너그러운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는 인민들은 저항할 줄 모르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과거 김일성 주석이 인민들을 놓고 한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 우리 인민처럼 좋은 인민은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최민석: 이게 좋은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영: 결국 반항할 줄 모르는 순한 양 같다는 소리나 다름 없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부려먹기 쉽다는 소리를 돌려서 말한 거죠.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인민들한테는 너그럽게 다가간다는 소린데 어떻습니까,
정영: 현재 북한은 봉건왕조국가나 똑 같습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가 대를 이어 왕이 되고 그 왕이 자기 지반을 닦기 위해 고위층을 숙청하는 봉건제도나 똑 같습니다. 그 안에서 사는 북한 주민들도 이제는 각성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를 두고 외부사회에서는 이렇게 물어봅니다. “주민들이 노예화 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표시합니다. 실제 북한처럼 봉건사회가 오래 지속되는 사회는 없거든요.
최민석: 지금 20세기 이후로 별로 없지요.
정영: 고구려나 고려, 이조 봉건국가도 존재한 시간은 꽤 긴데요. 그때는 정보가 통하지 않던 시대이고요. 하지만, 지금은 정보가 바다처럼 흐르고 외부 정보가 많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올해는 북한 주민들이 이제 김씨 왕조 사회의 노예로 된지 70년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 ‘장마당 세대’가 등장해 어떤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다행스런 소리도 들리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 정권의 철권통치 하에서 인민들이 어떻게 일어나느냐는 동정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도 이 정보화 시대, 문명 시대에 자신들의 처지를 성찰해보는 광복 70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정영기자,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