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가뭄 속 불놀이에 빠진 김정은

0:00 / 0:00

김진국: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는 최민석 기자를 대신해 진행을 맡은 김진국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최근 며칠 동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서해미사일 발사대와 동해안 최전방 방사포 발사장을 찾아가 직접 화력점검을 하는 등 발걸음을 분주하게 옮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 농촌에는 13년만에 찾아온 지독한 가뭄 때문에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떨쳐나 가뭄과의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올해 농사가 망하냐 마냐 하는 심각한 시기에 김정은 제1비서는 포사격 구경이나 하면서 전혀 맞지 않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 최근 북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진국: 요즘 북한에서 지독한 가뭄 때문에 농사가 망쳤구나 하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도 김정은 제1비서는 포사격을 참관하러 다닌다, 아, 주민 입장에서는 좀 맞지 않겠네요. 좀 더 구체적으로 언제 포사격 참관을 다녔습니까,

정영: 최근 북한에서는 미사일 발사와 방사포 사격이 몇 차례 진행됐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6월 27일자 노동신문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초정밀화된 전술유도탄시험발사를 지도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7월 5일자에는 육해공군합동의 섬상륙 전투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을 보시는 청취자분들은 얼른 이해될 것입니다. 7월 10일자에 황해도에서 동해바다로 미사일을 쏠 때도 김정은이 참관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고요, 이외에도 그리고 15일에는 휴전선에서 가까운 최전방 초소에까지 나와 북한군 제171군부대 방사포 사격을 지켜봤다고 북한 매체는 보도했습니다.

김진국: 휴전선 지역에서 방사포 사격을 할 때도 김정은 제1비서가 직접 가서 봤군요.

정영: 며칠 전에 한국 언론에 이런 사진이 나왔지요. 강원도 고성군 쪽에서 관광을 하던 한 남한 관광객은 갑자기 앞에서 천둥번개 소리가 나더니 불기둥이 솟구쳤다고 말했는데요. 그걸 스마트 폰으로 찍어서 한국 언론에 제공했는데요, 바로 그 현장에도 김정은이 와 있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김진국: 김 제1비서가 요즘 미사일 발사에 신바람이 났군요. 그런데 사진을 보니까, 쌍안경을 들고 얼굴에는 항상 웃음기가 어려있습니다. 김정은이 그렇게도 불놀이를 좋아하는가요?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포병과를 졸업했다고 북한이 선전하고 있지요. 그래서 포병전문가라는 인격을 갖추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김 제1비서가 지금까지 참관한 군사훈련을 보면 대부분 포사격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포사격 현장에서는 항상 쌍안경을 들고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그것은 포사격을 좋아하는 자기 취향도 많이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김진국: 포사격 훈련장을 직접 참관도 했고 언론을 통해서 이런 모습들이 많이 공개됐는데요. 이런 면들이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과 많이 비교가 되는데 어떻습니까,

정영: 김정일 위원장은 상당히 은둔형이었습니다. 김정일 시절에 북한은 대포동 1호, 2호, 그리고 광명성 1호를 쏠 때도 기습적으로 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그 현장에 자기가 있었다는 것을 절대 알리지 않았는데, 김정은의 경우에는 상당히 많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광명성 2호라고, 2009년에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때도 김정은이 현장에 있었지요. 이렇게 하면서 자기가 포병전문가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요, 사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은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습니까, 전쟁이 얼마나 참혹하고, 무자비하고 위험한가 하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인데요, 대신 김정은은 1980년대 생으로 전쟁도 겪어보지 못한 신세대가 아닙니까, 불놀이에 대한 개념자체가 즐기는 쪽인지 아니면 진짜 전쟁을 좋아하는지 파악이 전혀 안 되는 지도자로 각인이 되어있는데요, 아무래도 자기의 업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업적 쌓기 차원에서 쌍안경 들고 웃는 모습도 내보내고, 고위장성들에게 뭔가 지시하는 모습도 너무 많이 공개하기 때문에 참, 노동신문사에서도 그걸 편집하느라 고생하는 것 같습니다.

김진국: 그렇겠네요. 북한이 제 땅에 포를 쏘든, 미사일을 쏘든 제 땅에서 쏘는 거야 외부에서 어떻게 말리겠습니까, 하지만, 지금13년만에 찾아온 지독한 가뭄 때문에 농사가 망했다고 비관하는 농민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이런 때 가뭄현장에 가서 직접 물을 나르고 주민들의 고통도 함께 나눴으면 주민들이 좋고 호응을 하게 될 텐데, 최근 김정은 제1비서의 최근 행동이 과연 환영 받을만한 일인지 궁금합니다.

13년만에 최악의 왕가뭄, 북한 농민들 낙심

김진국: 자, 이번에는 다음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가뭄 때문에 농사작황이 아주 안 좋은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정영: 지금 북한에서는 극심한 가뭄 때문에 전체 주민이 떨쳐나 전투를 벌인다고 합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일 “황해남북도와 남포시를 비롯한 전 지역에서 가물이 지속되면서 농작물들이 말라죽거나 제대로 자라지 못해 알곡생산에 엄중한 난관이 조성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농업성과 도, 시, 군농업지도기관, 협동농장들에서 가물과의 투쟁에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가뭄현장 동영상을 한번 보고 넘어가시죠.

북한 주민: 농장에 나와서 논밭이 갈라터지고 벼모들이 말라 죽는 현상을 보니 매우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서 우리 구역 안의 모든 일군들과 종업원들은 지금 김매기, 물주기 전투에 한 사람같이 떨쳐 나서고 있습니다.”

김진국: 그렇군요. 오죽 상황이 안 좋았으면 가뭄극복을 전투에 비유하겠습니까,

정영: 동영상에 나온 북한 주민들을 보면 물통과 심지어 기름통까지 들고 나와 물을 나르고 있습니다. 거기에 물을 담으면 약 5리터 정도 담겠는지… 아무튼 거기다 물을 담아서 쩍쩍 갈라터진 논밭에 쏟으니까 순식간에 다 잦아먹습니다. 북한의 가뭄극복 방법이 한심하기 짝이 없는데요. 가물을 퇴치하느라고 양수기를 돌리는데요, 조그마하고 그나마 전기가 없어서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있다고 북한 내부 주민들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김진국: 올해는 신년사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농사를 주타격 방향이라고 정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지금까지 쭉 얘기를 해온 것을 보면 농사가 주타격 방향은 아니네요. 혹 이런 표현을 써도 괜찮은지 모르겠지만, 병정놀이가 주타격 방향이고, 농사는 안중에도 없다 이렇게 이야기 할 수 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정영: 김정은 제1비서는 올해 신년사에서 농사는 주타격 방향이라고 정했습니다. 올해는 농업개혁 1단계 해로써 지금 농민들에게 한 천 평정도 땅을 나누어졌다고 알려졌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어떻게 하나 민생을 책임지겠다고 공언한 해이기 때문에 농사를 어떻게 하나 잘 지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의 현대 경제연구원이 분석한 데 따르면 북한의 가뭄이 지난 13년만에 최악이기 때문에 심각할 경우 최소 25만톤에서 최대 74만톤 가량의 식량생산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진국: 지난해 북한의 곡물 부족량이 35만톤~39만톤 정도 된다고 추정되었는데, 올해 25만톤에서 최대 74만톤까지 식량 생산이 덜 될 것이라고 하면 어떻게 보면 올해 말에 식량부족분이 100만톤 수준으로 갑자기 확 늘어날 수 있는 참 안타까운 심정이네요.

김정은 제1비서는 이렇게 심각한 농사문제를 뒤로 한 채 병정놀이에만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자, 어느 것이 선후차인지 지도자라면 심각하게 책임감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여러분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