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랑하는 마식령 스키장 산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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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목요일마다 여러분과 함께 하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의 주제는 무엇입니까,

- 북한매체 마식령 산사태 소식 침묵

- 올해 안에 끝낸다던 스키장 건설 계획에 빨간 불

- 속도전으로 건설될 마식령 스키장도 부실공사 가능성

수만 명 군인들 맨손으로 스키장 건설

-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북한 특권층

- 스키장 개방하고 외화벌이 꾀하지만, 전시행정이 될 가능성 높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마식령 스키장 건설장에 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사태의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북한 매체는 이 사실을 밝히지 않고 쉬쉬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올해 안으로 스키장 건설을 끝내겠다던 김정은의 야심찬 계획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오늘 시간에는 마식령 스키장의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에서 요즘 화두가 된 '마식령 속도'의 발원지 마식령 스키장, 장마철 산사태가 나서 복구가 어려울 텐데요. 우선 북한의 장마소식 전해주시죠,

정영: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12일 보도에서 "이달 9일 18시부터 12일 6시까지 마식령 지구에 439㎜ 폭우가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강원도 원산시내 도로가 물에 잠긴 사진을 여러 장 보도하긴 했는데요, 마식령 스키장에 산사태가 났다는 소식은 전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최근 평양을 다녀온 미국의 한 민간단체에 의해 밝혀졌는데요, "마식령 스키장에도 산사태가 나 평양에서 지원 인력들이 파견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최근 한국언론에 밝혔습니다.

최민석: 비가 400미리 이상 왔다면 완전히 양동이로 퍼붓듯 했겠네요. 그러면 일년 강수량의 절반 정도가 하루 이틀 새에 쏟아졌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영: 마식령 산줄기는 강원도와 황해도를 경계로 가르는 산입니다. 산세가 높아 구름이 걸린다, 그래서 이 지역에는 비가 특별히 많이 오는 것으로 유명한 곳인데요, 올해는 공교롭게도 마식령 스키장이 거기에 건설되고 있어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요전에 북한에 갔던 유엔사무총장 스포츠특별보좌관이 마식령 스키장을 돌아볼 때 뻘건 진흙이 드러나있던 스키장 활강로가 인상적이었는데요, 거기에 산사태가 난 것인가요?

정영: 산사태라는 것이 빗물이 스며들어 몇 미터 암석층까지의 흙을 쓸어내는 재해인데, 스키장 활주로에는 나무도 없겠다, 돌도 없겠다 하니까 그냥 장마비에 흙이 쓸려 내린 것 같습니다. 이제 그 사태를 복구하고 다시 스키장의 활강로를 공사해야 하는 북한 군인들이 고생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최민석: 그런데 왜 북한이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까,

정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스키 매니아(애호가)가 되어서 그럽니다. 그가 스위스 유학시절에 스키를 즐겼다는 증언도 있는데요, 그는 자기 고향으로 알려진 원산시 일대를 국제도시로 꾸리는 과정에 스키장도 멋지게 꾸리겠다는 욕심이 생긴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5월 마식령 스키장 건설현장을 찾아가 "올해 겨울에 개장할 수 있도록 건설을 다그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1군단과 5군단 병력 수만 명이 달라붙어 순수 인력으로 나무를 베고 산을 깎고, 스키 활주로를 만들고 있습니다.

최민석: 역시 중장비 없이 맨손으로 공사를 하고 있군요. 방금 전에 1군단과 5군단이 동원되어 공사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혹시 산사태에 인명피해는 없습니까,

정영: 북한 매체가 아직까지 인명피해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는데요, 만약 산 아래에 인민군 천막이라도 있었다면 매몰되었을 가능성이 높지요.

최민석: 스키장은 원래 고급 레저 스포츠이기 때문에 스키장뿐 아니라, 그 안에 호텔도 지어야 하고, 리프트, 즉 고지 정점까지 사람을 나를 수 있는 삭도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올해 중으로 되겠습니까,

정영: 김정은이 올해 안으로 개장하라고 했으니까, 인민군대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내겠지요. 북한매체도 이에 관한 선전 내용이 있는데요, 노동신문 6월 20일자는 "얼마 전 건설장을 찾았던 유럽의 전문가들은 스키장 건설이 올해 안으로 완공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정말 해낼 수 있는가고 거듭거듭 물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들 같으면 10년이 걸려도 해낼 수 없는 방대한 대공사를 짧은 기간에 끝낸다는 사실이 그들(유럽 전문가들)에게는 잘 믿어지지 않아 했다"고 전했습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저런 방대한 공사를 올해 중에 끝낸다는 게 비정상이지요. 빨리 빨리 해서 나쁘다는 게 아니라, 건설은 공법대로 차근차근해야지 빨리 하면 부실공사가 되기 때문이지요.

정영: 김정은 정권 들어서 건설한 모든 공사가 다 부실공사로 판명이 나고 있는데요. 희천발전소를 원래 10년 동안 건설할 것을 2년 반 동안에 다 건설했다고 했는데, 현재 언제에서 물이 새어 전기 생산을 하지 못하고 언제 보수공사에 들어갔지요, 김정은 정권 들어 건설한 릉라인민유원지, 개선청년공원 등 유희 시설들은 모두 부실 공사가 되어 현재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는 8월에 다시 개장한다고 하는데, 사고 위험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최민석: 스키는 원래 고급 스포츠이기 때문에 장비와 시설 비용이 굉장히 비싸거든요. 그래서 돈이 있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알려졌는데, 그런데 북한 주민 몇 명이나 이걸 즐길 수 있을까요?

정영: 현재 평양에는 '뺑'급이라고 하는 특권층이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의 당간부이거나 권력층들, 무역간부 등 입니다. 이 사람들은 실례로 해당화관 같은 곳에 가서 하루에 100달러 이상 쓰고 있습니다. 100달러이면 북한 돈 80만원이거든요. 노동자 월급이 현재 1만원 미만인데, 이들은 스키장을 사용할 엄두를 못 냅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100달러를 하루에 쓴다고 하면 일반 노동자들이 8년을 일해서 버는 돈을 하루에 쓴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정영: 이런 사람들은 갈 수 있는데, 노동자들은 갈 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민석: 미국에서는 당일치기로 스키장을 가는데 한 100달러 정도 듭니다.

정영: 혹시 최민석 기자는 스키 하나에 얼마 하는 지 아세요?

최민석: 제가 한번 사려고 알아보았는데, 눅은 게 500달러, 웬만큼 차리려면 1천달러를 써야 합니다. 그러니까, 스키를 타려면 북한의 특권층처럼 100달러를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북한의 특권층이 스키장에 간다고 해도 거기서 버는 비용으로 스키장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습니까,

정영: 나오지 못하겠지요.

최민석: 결국 돈을 벌자면 외국인들을 상대로 해야 하는 아닙니까,

정영: 얼마 전 유엔 사무총장의 스포츠 특별보좌관이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북한이 렘케 유엔 사무총장 특별보좌관을 왜 초청했는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여러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마식령 스키장을 건설하려면 스키 장비와 시설이 있어야 하겠지요. 그래서 스키장비를 구입하려고 광고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스키장이 다 건설된 다음 외국인들에게 오라고 광고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는 북한에 들어가 스키나 타면서 즐길 외국인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합니다.

최민석: 그런데 왜 북한이 이렇게 마식령 속도까지 창조하면서 공을 들일가요? 산업현장도 아닌데요.

정영: 지금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비서의 유희놀이, 위락시설 짓기에 빠져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공식 출범하면서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릉라인민유원지, 개선청년공원, 만경대 유희장, 로라스케이트장 등 김정은이 집권한 이래 경제부분 보다는 놀이시설 짓기에 여념이 없는데요, 그 중 마식령 스키장도 그 한 부분이 되겠습니다.

김정은의 그 약속이 몇몇 특권층을 위해 지켜지는데요, 돈이 있는 특권층은 스키를 즐길지 몰라도 일반 주민들은 부익부 빈익빈의 사슬아래서 가난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최민석: 저는 김정은 비서가 즐기고 싶어서 건설한다고 보여집니다. 마식령 스키장도 그런 의미가 아닐 가요?

정영: 만일 마식령 스키장에서 김정은 가족이 스키를 즐긴다면 누구도 사용하지 못하게 '1호 슬로프'를 따로 만들어야 하겠지요.

최민석: 예, 굉장히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그렇지요, 김정은과 식솔, 그리고 측근이 타는 1호 슬로프가 따로 만들어지겠지요. 단 1년 동안 끝내겠다던 마식령 스키장에 산사태까지 났으니, 그걸 처리하고 공사기일을 단축하기가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정은의 스키장 구상을 자연마저 외면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