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 선전매체들이 얼마 전 바다에 표류됐다가 구조된 5명의 북한 선원 중 귀환하지 않은 3명 가족을 언론에 등장시키고, 남한이 강제 억류했다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귀순이 날조됐다”고 국제적으로 여론화 시키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데요, 과거 탈북자 사실을 애써 감추려고 했던 북한이 김정은 시대에 와서는 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북한의 달라진 언론 플레이를 한번 조명해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 텔레비전이 요즘 미귀환한 3명의 선원가족들을 연일 중앙텔레비전에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북한 매체의 주장이 사실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왜 언론을 이용하는지 한번 파보겠습니다.
정영기자, 자세한 내용 소개시켜주시죠.
정영: 북한 대남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표류됐던 북한 선원 2명이 북한으로 돌아가던 당일 날 판문점에서 대대적인 취재활동을 폈습니다.
당시 한국정부가 “5명 중 2명만이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북한이 5명 선원가족들을 다 판문점까지 데리고 나오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가족들을 인질범으로 협박하자는 거군요. 넘어간 사람들에게 “너의 가족들이 여기 있으니까, 본보기로 한번 당하는 것 볼래?”이런 협박입니다.
정영: 가족들 더러 누가 넘어오고 누가 넘어오지 않는지 눈으로 직접 보라는 심산이지요.
최민석: 그건 정말 잔인한 짓입니다.
정영: 오전 11시 판문점 분리선을 넘은 두 명의 북한 선원들이 가족들과 막 상봉했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지 않은 3명 가족들은 황당했을 겁니다.
최민석: 앞이 캄캄했을 겁니다.
정영: 앞으로 북한당국이 어떻게 처벌할 지도 걱정이 많이 될 것이거든요. 그때부터 당국이 시킨 대로 하지 않으면 처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의 가족들은 “남편이 강제 억류됐다, 남편을 내놓으라”고 고함을 쳤는데요, 그 모습을 3명의 미귀환 선원들이 봤더라면 상당히 마음이 아팠을 겁니다.
최민석: 북한이 쓰는 고도의 심리전 아닙니까, 그런데 정영기자, 저렇게 판문점 분리선을 넘어가는 2명의 북한 선원들의 행상도 남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남한 정부가 저 사람들에게 좀 잘 입히고, 잘 먹이고 해서 좀 번듯하게 보내면 안되나요?
정영: 판문점을 넘어간 북한 선원들의 행상을 보면 좀 안쓰러웠는데요, 헌 적위대복을 입고, 가슴에는 김일성 김정일 초상휘장을 달았네요. 그리고 손에는 소지품이 들어 있는 듯한 시꺼먼 비닐 자루를 들고 넘어갔는데요, 쇼핑백도 아니고 쓰레기 봉투 같은 것을 들고 넘어갔습니다.
최민석: 이전에는 한국으로 표류 됐던가,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남한 정부에 보호되었던 북한 사람들이 돌아갈 때는 좀 잘 챙겨서 보내지 않았습니까,
정영: 그런데 그렇게 잘해주면 더 탄압을 많이 받는다는 반응이 제기되었습니다. 물론 남한 정부가 그들을 잘 먹이고 입혀서 번듯하게 해서 보내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은 “자본주의 물을 먹고 왔다”고 강하게 사상비판을 들이댈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한국 정부는 표류됐을 때 입었던 옷이나 소지품을 그대로 들려서 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야 돌아간 다음 불이익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최민석: 저렇게 남루하게 보내는 게 본인들에게는 더 유리하다는 소리군요.
정영: 북한 선원들은 판문점을 넘어 가는 순간 남쪽에서 받았던 양복과 신발을 다 벗어 던지고 “김정은 장군 만세”를 불러야 합니다. 그래야 사상 검증도 덜 받고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주는 달콤한 사탕과자나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고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관계기관에서는 선원들에게 샴푸로 머리도 감기지 않고 옷에 향수도 치지 못하게 했을 겁니다. 몸에서 향내가 나면 자본주의 물이 들었다고 또 강도 높은 조사를 할 테니까요.
최민석: 한국정부가 처리를 잘 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에 있는 가족들과 본인에게 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소리군요. 그런데 북한이 판문점에 저렇게 가족들을 다 데리고 나온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닙니까,
정영: 북한은 과거 가족들까지 판문점으로 다 데리고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이긴 하지만, 김정은 체제 들어 달라진 모습인데요, 텔레비전으로 공개하고 유리하게 방송하고 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북한 선원들이 남한으로 떠내려 왔다가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사진도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주민들에게 주는 영향도 안 좋았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배가 난파되었다고 하면 오죽이나 배가 한심하면 배가 파손되었겠는가 고 주민들에게 주는 영향도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공개하고 역공을 펴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한국에 남겠다고 한 3명이 진짜 한국에 남겠다고 했을까요?
정영: 대신 한국 정부는 북한 사람들이 내려오면 억류하지 않습니다. 본인 의사대로 가겠다는 사람은 보내고, 남한에 남겠다는 사람은 잔류시킵니다. 왜냐면 한국은 민주주의 사회이고요, 만약 억류했다고 하면 언론이 가만 있지 않습니다. 한국은 언론 자유기 때문에 끝까지 진실을 파헤칩니다.
그간 한국 정부가 탈북한 사람들의 의사를 존중했기 때문에 사실로 보입니다. 저희 경우도 그렇고요. 분명 그 5명의 선원들의 생활도 넉넉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작은 목선을 타고 날바다로 고기잡이 나간다는 것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일 겁니다.
그들은 한국 드라마도 많이 봐서 한국이 잘산다는 걸 잘 알 겁니다. 때문에 이들이 바다로 나갈 때는 이런 생각을 할 거라고 봅니다. 만일 이 배를 타고 가다가 한국이나 일본으로 떠내려가면 차라리 거기서 돈 벌어 가족들을 도와주겠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최민석: 그러면 대부분 북한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가요?
정영: 남한이 얼마나 잘사는지를 대충 북한 어린이들까지 아는데요, 공교롭게도 북한 선원 2명이 판문점을 통해 넘어가던 날, 저는 함경북도 국경지방에서는 탈북을 도와달라는 20대의 간절한 전화요청을 받았었습니다. “제발 남한으로 가는 길을 좀 만들어달라”고요. 이유는 여기선 아무리 일해도 보수도 받지 못하는 노예사회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제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남쪽으로 가는 길을 좀 열어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이렇게 한국으로 가겠다는 북한 주민들이 많은데, 과거 북한 당국은 북한에서 살겠다고 들어갔던 남한 주민들을 강제로 돌려보낸 적도 있습니다.
최민석: 그 5명인가 돌려보냈지요?
정영: 예, 이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북한은 이미 남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패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최민석: 김정은 정권은 왜 북한 주민들이 자기가 나서 자란 땅을 그토록 떠나고 싶어하는지에 대해서나 곰곰이 돌이켜 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정영기자, 수고하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