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천아시안게임 응원단 파견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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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얼마 전 북한의 제17차 인천아시안 게임 참가를 위한 남북간 실무회담이 결렬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이 회담이 결렬된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면서 사실관계를 왜곡해 보도하고 있어서 지금 북한 주민들도 상당히 흥분되어 있는 것 같은데요. 오늘 시간에는 당시 논란이 되었던 회담 내용에 대해 다시 짚어보고 왜 북한이 이처럼 인천아시안게임 참가에 적극적으로 나오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얼마 전에 무산된 남북 실무회담 책임을 남쪽에 전가시키면서 사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자, 정영기자, 언제 남북실무접촉이 있었지요?

정영: 구체적으로 지난 17일 판문점에서 있었습니다. 당시 회담이 쌍방간 입장 차이로 결과가 없이 끝났는데요. 당시 회담에 참가했던 북측 대표단 성원들이 조선중앙tv에 출연했습니다. 그러면서 회담이 결렬된 책임을 남측에 떠넘겼는데요, 어떻게 이야기했냐면 ‘청와대의 지령’을 받고 나온 남측이 오전과 상반된 태도로 ‘국제관례’와 ‘대회규정’을 들어 (북측제안에) 시비를 걸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북한 중앙tv 녹취: (장수명 남북 실무접촉 북측 대표) 이번 실무회담이 결렬되게 된 것은 우리 선수단의 경기대회 참가를 달가워하지 않은 청와대의 속심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고 봅니다.

북한 대표단은 오전까지만 해도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의 규모, 이동경로, 교통수단 등 문제를 토의할 때 회담이 잘 전개되었다고 자체 평가를 했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들어와서 남측이 ‘국제관례’니, ‘대회규정’이니 하면서 덮어놓고 시비해 나섰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민석: 북한 대표단이 평양으로 가서 자기한테 유리한 진술만을 하고 있군요.

정영: 그렇지요. 북한 대표단도 평양에 가서 그 결과를 상부에 보고해야 되거든요.

최민석: 할 만큼 했다는 것을 보여줘야겠지요.

정영: 강경하게 회담을 진행하지 못하면 상부에서 추궁이 크거든요.

최민석: 북한정부가 전통적으로 이래왔지요.

정영: 북한이 회담을 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 전략이 있는데요. 1차에 나가서는 회담을 깨고, 두번째는 강하게 성토하고, 세번째는 마지못해 들어주는 척 하면서 많은 것을 끌어내오는 그런 회담 전략이 있거든요.

최민석: 정영기자가 그렇게 말하니까, 지금까지 북한과 있었던 회담은 어떤 식이로든 다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정영: 그렇습니다. 남북간 회담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된 회담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제17차 인천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한 회담은 이제 1라운드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처음 아시안게임에 나가겠다고 할 때부터 이런 게 이미 다 짜였다는 거예요.

정영: 그러자, 남한 통일부도 북한의 왜곡된 주장에 반박했는데요, 이 내용도 한번 들어보시죠.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 접촉 내용을 일방적으로 왜곡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서 다시 한 번 유감스럽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접촉 당시 남한 대표단이 북한측에 선수단과 응원단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 적도 없다고 합니다. 응원단 규모는 국제관례와 대회규정에 맞춰서 하자고 하니까, 북한이 회담을 결렬하고 나갔다고 하는데요, 왜냐면 이게 다 룰이 있지 않습니까,

최민석: 그렇지요. 이게 작은 행사도 아니고 국제대회이지 않습니까,

정영: 큰 행사이고 또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오고 하니까, 규정과 규칙에 맞추어서 하자고 하는 건데, 북한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거죠. 북한 대표단은 자기들은 선수단과 응원단의 체류 비용 문제를 제기한 적 조차도 없다고 주장하자, 중앙텔레비전 사회자는 은근히 체류비용을 남측이 맡아야 한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이것도 한번 들어보시죠.

북한 중앙tv 사회자: 얼마 안 되는 비용 문제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유치하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민석: 선수단과 응원단의 참가비용 문제는 이미 있었던 문제가 아닙니까, 그 전에는 남한 정부가 다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잘 안될 것 같으니까, 남쪽에 대고 ‘쬐쬐하다’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말로 느껴지는데요, 그리고 일반적인 국가가 이런다는 게 말이 안되는 소리가 아닙니까,

정영: 북한의 이러한 일방적인 왜곡과 응원단 비용 문제가 보도되자, 한국 인터넷 사용자들이 격렬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최민석: 어떤 내용인가요?

정영: “북한이 체제선전에 이용하려는 응원단의 체류 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요. 또 어떤 네티즌은 “북한이 그렇게 얼마 안되는 비용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북한이 그 얼마 안되는 비용을 내고 오면 되지 않느냐?”는 비웃음도 적지 않았습니다.

최민석: 국제사회에서는 정말 가난한 나라가 어떤 경기나 행사에 참가하고 싶으면 국제사회에 협조를 요청하지요. 체제비나 참가비를 좀 저렴하게 하든가, 아니면 부담을 좀 더는 쪽으로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북한의 경우에는 이런 공개적인 협조요청도 아니고, 무작정 도와달라고 하니까, 아니 무작정 내놓으라, 내놔야 가겠다고 하니까 억지도 상 억지네요.

정영: 통상 아시안게임이나 국제 수준에 걸맞는 대회를 할 때는 각국 선수단의 체류비는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부담한다고 합니다. 지금 북한의 경우에는 선수단의 체류비는 한국 대회준비위원회측에서 부담해줄 수 있다는 건데요. 하지만 응원단까지 돈을 주면서 오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죠. 북한이 응원단을 체제선전이나 뭐 단합된 모습을 시위하기 위해서 파견하는 것인데, 그런 비용은 당연히 북한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거죠.

최민석: 과거 김대중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 때와 같은 요행을 바라는 것 같은데 그때가 그립겠습니다, 북한은 …만일 북한 응원단의 체류비용을 남한이 부담한다면 얼마나 되겠습니까,

정영: 북한 응원단 체류비용과 관련해 인천시는 통일부에 15억원, 미화로 150만 달러 정도의 예산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비용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출될 것이기 때문에 사실 남북협력기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국민의 세금으로 응원단 체류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최근 남북한 국민 정서상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북한이 지난 6월말부터 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하고, 방사포를 최전방 지역에서 100발씩 쏘는 등 한국을 위협했기 때문에 한국정부로서도 체류비 지원결정을 쉽게 하지 못한다는 거죠.

최민석: 도와줄 수 있으면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데 이게 국제관례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자기네도 한 게 있지 않습니까. 국민들이 이걸 받아들이기가 어렵지요. 자, 그러면 북한이 왜 이렇게 인천아시안게임에 집착할 가요?

정영: 현재 북한 내부의 사정과 관련되어 있는데요, 내부적으로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자면 인민생활을 높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정은 정권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주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정책을 펴나가야 되는데요. 사실 안정시킨다는 게 경제적 안정이 아니겠습니까,

경제적으로 안정되자면 대외관계가 좋아야 하는데요, 중국과 관계가 좋아야 되고요. 그리고 일본인 납치자 문제도 잘 풀려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요즘 북한이 일본과 협상을 하지 않습니까,

최민석: 지금 북한이 해외로 돌파구를 찾느라 무진 애를 쓰고 있지요.

정영: 사실 요즘 중국과 관계가 좋지 않아서요. 중국 무역국의 통계를 보면 중국이 북한으로 원유를 6개월 간 수출하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고요.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납치자 문제가 잘 되면 보상을 좀 받겠지만, 잘 되지 않으면 상당한 험로가 예상되어 있지요.

최민석: 지금 일본과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딱 필요한 만큼 충족되면 끝나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좀 불안정하지요.

정영: 그래서 출로는 남쪽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먹고 살려면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전략을 세우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대규모 응원단을 남한에 파견해서 체제선전도 하고, 남남갈등 같은 것도 유발시키고, 남한 정부를 압박해서 5.24조치를 무력화 시키고,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야 하는데 그걸 위해서 스포츠를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최민석: 그리고 또 김정은의 인기도 어느 정도 주민들로부터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북한도 과거처럼 무조건 남한측의 협조를 바라지 말고 한층 더 세련된 모습으로 격식을 갖추고 대화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