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속 북한 홀로 ‘전승절’ 강행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승절'(정전협정일:7월 27일)에 완공 목표인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건설 현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승절'(정전협정일:7월 27일)에 완공 목표인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건설 현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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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목요일마다 여러분과 함께 북한매체의 진상을 다시 뒤집어 보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의 주제는 무엇입니까,

- '전승절' 경축 대집단체조 '아리랑' 개막

- 북, 해외 언론사 초청해 대외홍보에 주력

- 북한 군인, 학생들 전승절 훈련에 비지땀

- 돈 있는 자녀들 기부하고 행사에 빠져

- 전쟁도발자 북한, 휴전협정을 전쟁승리라고 강변

- 청천강 범람해도 김정은 수해현장 나가지 않아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관영매체들이 정전협정체결 60주년을 맞아 경축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행사에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과 핀란드의 마르티 아티사리 전 대통령도 초청하고, 수십 개 해외 언론사를 초청하는 등 대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남북한, 특히 유엔군과 중국이 3년동안 장기간 전쟁을 하다가 피로해서 잠시 쉬기로 한 이 날을 왜 북한만 홀로 대대적으로 경축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예, 3년간의 동족상잔 한국전쟁, 수백만 명의 사상자를 낸 그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왜 북한만 호들갑을 떨면서 크게 쇠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자, 먼저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 분위기부터 살펴보시죠.

정영: 북한은 22일10만명 청소년이 참가하는 대집단체조 아리랑을 개막했습니다.

북한중앙 TV: (북한 부총리 육성)올해 처음으로 대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을 개막하게 됩니다.

또 7월 27일 당일에는 김정은이 북한군 1만명 규모의 열병식을 사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이를 위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핀란드 전 대통령도 초청한 상태라고 일본의 교도통신이 전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적국의 전 대통령을 평양에 불러놓고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한껏 자축하려는 생각이군요.

정영: 북한은 이번 행사에 영국의 BBC, 프랑스 AFP통신, 일본 교도통신, 중국 신화통신 등 주요 외신들도 평양에 초청했습니다.
한국의 한 언론은 북한 김정은이 서방언론을 불러들여 깜짝 인터뷰, 그러니까, 기자회견도 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일각에서는 인터뷰 대가로 미화 100만달러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북한이 해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평양시 학생들과 군인들이 지금 비지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최민석: 여기 미국도 현재 섭씨 38도를 넘나들고 있거든요. 정말 1년중 가장 더운 계절인데, 한반도도 비슷하겠지요. 그 속에서 훈련하는 학생들이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정영: 10만명이 참가한 아리랑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학생들은 정말 땀 주머니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고등중학교 학생들은 개학이래 한달 밖에 공부를 못했다고 합니다. 지금 평양의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었는데요, 남학생들은 아스팔트 위에서 앞전, 뒤전, 줄넘기, 평행봉, 철봉 등 힘든 훈련을 하고 있고, 여학생들은 얼굴이 새까맣게 타서 땀을 흘리고 있는데, 몸은 그야말로 땀 주머니가 되고, 기력이 딸려 어떤 학생들은 일사병으로 쓰러진다고 합니다.

최민석: 제가 듣기로는 훈련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물을 잘 주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정영: 물을 마시면 자꾸 화장실로 가게 되고요. 또 먹을 것을 주면 용변을 봐야 되지요. 그래서 북한당국은 아리랑 행사기간에는 육체적 훈련도 시키지만, 마실 것과 먹을 것을 적게 섭취하는 훈련도 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열병식에 참가한 군인들도 마찬가집니다. 지금 한 1만명 정도가 미림비행장에 모여 행진 훈련을 하고 있는데, 일부는 군사대학 학생들이고, 나머지는 평양시 대학들에서 뽑혀온 학생들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현역 군인들만이 아니군요.

정영: 그렇지요. 이들은 불볕 더위 속에서 팔이 긴 군복을 벗지도 못하고 행진훈련을 하고 있는데, 옷이 땀에 젖어 쥐어짜면 물이 떨어지는 정도라고 합니다. 행사장을 다녀온 북한 내부 소식통은 이들이 흘리는 땀은 구슬땀이 아니라, 그야말로 고역의 땀이라고 전했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이렇게 훈련에 참가한 학생들은 다 스스로 원해서 참가한 것입니까,

정영: 이번 훈련에 참가한 학생들을 보면 모두 자원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돈이 있는 자녀들은 거의 다 빠졌다고 하는데요, 결국 돈이 없는 자녀들만 참가했다고 합니다. 지금이 선선한 9월이나 10월도 아니고 제일 더운 때인 7월이거든요. 그래서 고위층 자녀들은 미화 100달러를 학교 당국에 내고 후방사업, 과외수업 명목으로 빠졌다고 합니다. 교원들도 국가공급을 받지 못하게 되자, 이렇게 '기부휴식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80년대 한국에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정영: 돈이 있으면 무죄다, 그런 소리네요.

최민석: 예, 그런데 북한에서도 참 돈이 위력이 있긴 있군요. 돈만 내면 땡볕 더위에서 훈련하지 않아도 되고, 제가 돈을 지원해서라도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쉬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실 한국전쟁은 아직까지 승자가 판가름이 나지 않았지요. 그런데 왜 북한만 저렇게 승리했다고 유난을 떠드는가요?

정영: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의 침략을 막았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거죠. 북한은 "우리가 비록 38선에서 멈춰 섰지만,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거든요.
6.25전쟁은 북한 김일성이 스탈린의 지령을 받고 저지른 전쟁이라고 구소련의 비밀공문서에서도 밝혀졌는데요, 그런데 북한은 아직까지 미국이 먼저 침략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전쟁 노병들은 다른 소리를 합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 한 전쟁 노병과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는 전쟁 당시 38선에서 근무를 했다고 합니다. 그가 조용히 "6.25전쟁은 사실 우리가 먼저 시작했다"고 개별적으로 애기한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만은 계속 미국이 먼저 침략했다고 교육하고 있는데요, 그게 세뇌가 되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환갑이 된 사람들도 전쟁을 겪어보지 못했거든요.

최민석: 전쟁에 참가했던 북한 노병들도 6.25전쟁의 진실에 대해서 알고 있는데,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거쳐 승리했다고 억지를 쓰는 거군요. 참, 그런데. 왜 김정은은 전승절이라고 이렇게 어린 학생들에게 공부도 안 시키고 난리를 부리는 것입니까,

정영: 현재 북한이 김정은은 인민들에게 보여줄 것이 없습니다. 현재 북한의 국가 경제는 속이 빈 강정이나 다름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외국에 대고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믿기지도 않는 전승절 광대국을 벌여놓는 것입니다.

최민석: 북한이 또 하나의 정치이벤트를 만들고 있군요.

오히려 북한 노동신문은 22일 한국정부가 휴전협정일을 맞아 개최하기로 한 기념행사를 "전쟁범죄를 미화하는 광대극"이라고 비난하며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최민석: 적반하장이라고 전쟁범죄자인 북한이 먼저 매를 치는 격이네요. 요즘 해외 뉴스들을 보니까, 북한의 청천강이 범람해서 그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수해피해를 입었다고 하던데요. 정영기자, 김정은 제1비서가 수해피해 현장은 가봤을까요?

정영: 아직까지 그런 보도는 없는데요. 여러 날째 내린 폭우로 해서 청천강이 범람했다고 중국 베이징에 있는 국제적십자사의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안주시의 80%가 물에 잠긴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는데, 아마 북한이 외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 유엔에 요청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는 "청천강이 범람해 1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해 이들을 위한 대피소와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청천강이라면 김정은의 지시로 건설된 희천발전소가 있는 강이 아닌가요?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평양시 전기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도한 희천발전소가 청천강 상류에 있습니다. 거기서 물난리가 난 것 같은데요, 청천강은 희천시, 향산군, 안주시를 거쳐 서해바다로 흐르거든요. 그런데 북한이 현재 이 지방 수해피해에 대해 소극적이어서 희천발전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최민석: 그렇군요. 수해피해 보도가 현재 북한의 정치행사 분위기에 묻혀버리는군요. 김정은 지도자도 역사를 왜곡하는 전승절 행사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수해 때문에 집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찾아가 위로해주는 게 옳은 처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정영기자, 오늘 이야기 잘 나눴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