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임현수 목사 회개영상 공개 이유

지난 1월 북한에 입국한 뒤 억류된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60) 목사가 지난달 30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임 목사가 이날 북한 체제 전복 활동 등의 범죄 혐의를 인정했다고 전하며 동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1월 북한에 입국한 뒤 억류된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60) 목사가 지난달 30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임 목사가 이날 북한 체제 전복 활동 등의 범죄 혐의를 인정했다고 전하며 동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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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3일 북한 대남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간첩으로 억류된 캐나다의 큰빛 교회 임현수 목사의 회개 동영상을 이례적으로 공개했습니다. 현재 북한은 임 목사를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한 극악한 간첩이라고 몰아가고 있는데요, 며칠 전에는 그가 자기가 간첩임을 자백하는 기자회견을 공개하더니, 또 그가 봉수교회에서 했다는 회개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임 목사를 간첩으로 몰아가는 이유, 오늘 시간에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예, 북한이 자기네를 그토록 성심성의로 돕던 임현수 목사를 간첩으로 체포하고는 그가 교회연단에서 잘못을 비는 모습까지 공개했습니다. 정영기자, 관련 동영상부터 보고 넘어가시죠.

정영: 현재 북한 관영매체들은 임현수 목사를 간첩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나온 임목사의 음성입니다.

우리민족끼리 동영상 녹취: 어릴 적부터 공화국에 대한 악선전과 뿌리깊은 반공교육을 받은 저는 민족부흥화와 예수민족화라는 극단적 신앙인으로….

북한이 임 목사를 교회강단에 세워놓고 잘못을 빌게 하는 모습은 이례적입니다. 이미 한국인 목사들이 여러 명 체포되었지만, 이렇게 한 적은 없습니다.

최민석: 지금 몇 명이나 북한에 억류되었습니까,

정영: 북한은 지난 2000년 1월 중국 연길 지역에서 활동하던 미국영주권자인 김동식 목사를 납치한 후 아직까지 생사 여부를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3년 10월 중국 단동에서 대북선교지원을 하던 김정욱 목사를 북한으로 유인해서는 ‘괴뢰정보원’의 간첩이라고 하고, 무기징역형에 처했습니다.

2015년 3월에는 남한 기독교계 선교사인 김국기와 최춘길을 정탐·모략 행위를 한 간첩으로 몰아 체포하고 무기노동교화형에 처했습니다.

이렇게 체포된 기독교 선교사들과 지금까지 성심껏 북한을 돕던 임현수 목사까지 간첩으로 몰아 체포되면서 세계 기독교계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이렇게 유난히 한국인 목사들에게만 간첩이요 뭐요 하면서 체포하고 있는데,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영: 북한이 이처럼 한국인 목사들에게 간첩이요,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했다고 체포하는 것은 중국이나, 또는 해외에서 자기네 체제에 대해 적대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매번 목사들을 체포할 때마다 써먹는 단어가 있는데요, “평양에 김일성 동상을 무너뜨리고 하나님 나라를 세우려고 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니까, 기독교 사회가 북한의 우상인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비판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거죠.

그리고 기독교 단체나 목사가 북한에 대고 지원이고 뭐고 하는 것은 다 필요 없다. 그리고 중국에서 벌이고 있는 대북 선교활동을 와해시키고, 탈북자들을 돕지 못하도록 빗장을 지르는 데 있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과거 북한은 목사들을 간첩이라고 주장했을 뿐, 교회에 세워놓고 자기 비판까지 시킨 것은 처음이 아닌가요?

정영: 북한이 보여주는 것은 두 가지 목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하나는 목사가 회개를 하게 함으로써, 기독교 세계로 하여금 반북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보여주는 의미가 있고요. 다른 하나는 “우리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비록 간첩으로 잡힌 목사이지만, 교회 강단에 세워놓고 설교, 회개도 할 수 있게 자유를 베푼다”는 의도 같습니다.

그러면 과연 임현수 목사의 대북 지원이 반북적이었냐 하는 회의감이 돌고 있는데요, 임목사는 북한을 너무 많이 가져다 주어서 오히려 친북적이라는 말을 듣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임목사는 2008년에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에서도 말했는데요, 북한의 영어교육 지원을 위해 원어민 교사들을 파견해야 한다고 하면서, 영어교재도 사서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평양을 자주 다니는 사람이라 “북한을 전복시켜야 한다”, “평양에 하느님의 나라를 세워야 한다”는 등 자극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의 지원 상황을 보면 1990년대부터 110차례나 북한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나선지구에 밀가루 국수공장, 라면공장, 백두산 들쭉 농장 등 규모가 큰 경제지원을 했다고 합니다. 2013년에는 24만 달러를 모금해 북한군인들에게 동복도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이 돕고도 간첩이라고 체포되었다고 하니, 캐나다 사회에서는 북한을 가리켜 배은망덕한 일을 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이렇게 북한을 크게 도와주던 ‘큰 손’을 간첩으로 잡았으니, 북한을 돕자고 하던 사람들의 마음도 어떻겠습니까, 환장하는 거죠.

정영: 현재 이렇게 한국인 목사들을 체포하는 주체가 북한 국가보위부인데요, 그 동안 북한을 도와야 한다고 하던 세계의 선량한 마음들이 황당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에 미국의 대북활동가로 알려진 샌드라 서씨도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추방했습니다. 샌드라 서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 교회와 민간단체에서 돈을 모아 매년 200만 달러 상당의 지원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북한 보위부가 북한을 돕자는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아 가자, 전세계 북한 주민들을 향한 동정의 마음, 도움의 손길들이 식어가고 있습니다.

최민석: 사실 북한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건을 저지른 다음부터는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렸지요.

정영: 요즘 북한을 도와주자는 사람들이 과거보다는 훨씬 줄었는데요, 북한이 2010년 천안함을 폭침시킨 다음 5.24조치가 내려졌지요. 그 다음 남한으로부터의 대북지원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그런데 “그래도 우리동포가 굶주리는데 …”라고 하면서 돕던 사람들마저 임현수 목사의 체포로 인해 생각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분들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을 돕자고 하던 사람들도 풍요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자기가 잘 살아서가 아니라 추위에 떠는 동포를 돕자고 주머니를 열던 선량한 사람들인데, 북한은 이들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습니다. 북한은 진짜 도움이 필요한 자기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간첩이라는 억지를 쓰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야 누가 북한을 돕자고 팔을 걷고 나서겠습니까,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여러분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