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지난해 12월 처형된 장성택이 가지고 있던 이권 사업들이 이름이 바뀌어 다시 북한 매체에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지난 3일자, 5일자,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천리마타일공장과 천지윤할유 공장을 잇따라 시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두 회사는 작년 12월 처형된 장성택 산하에 있던 공장들로 외국과 합영 하에 설립된 회사들이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결국 고모부를 처형하고 빼앗은 공장의 이름을 바꾸고 군대에 넘겼는데, 과연 이 공장이 잘 돌아가겠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김진국: 장성택 처형 이후에 그가 가지고 있던 많은 이권 사업 중에 대부분 사업이 군과 내각으로 넘겨졌다는 보도는 이미 나왔는데요, 북한 매체를 통해 구체적으로 공개되기는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정영: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처형된 장성택과 연관된 타일공장의 이름을 직접 바꿔 달도록 지시했는데요, 그 운영권도 군부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천리마의 고향인 강선 땅에 자리 잡은 공장의 이름을 천리마타일공장으로 명명하자"고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진국: 그러니까, 과거 장성택이 살아 있을 때 이 타일 공장의 이름은 뭐였지요?
정영: 대동강 타일공장이요.
김진국: 대동강타일공장에서 천리마 타일공장으로 바뀌었네요.
정영: 이 타일공장은 지난해 12월 장성택 판결문에서 공개됐는데요, 어떻게 나왔는가 하면 "장성택 일당이 대동강타일공장에 대원수님들(김일성. 김정일)의 모자이크 영상작품과 현지지도사적비를 모시는 사업을 가로막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국가안전보위부가 장성택과 장수길 등 심복들을 유일사상체계에 걸어서 쳤거든요. 이 공장은 장수길 부부장이 키운 공장인데요, 그걸 압수해서 군에다 넘긴 것으로 알려집니다.
김진국: 군대에 넘어갔다는 데 좀 더 자세하게 알려주시죠?
정영: 김 제1위원장이 이 공장을 인민군대에서 운영하도록 과업을 주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타일 공장이 인민경제 담당한 내각에 넘어간 게 아니라, 군대로 넘어갔는데요, 북한은 장성택을 처형할 당시 그의 죄목을 "당의 '내각중심제'와 '내각책임제' 원칙을 위반하고 경제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주었다"고 성토했습니다. 그래서 외부 여론은 장성택의 이권사업이 앞으로 내각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결국 노른자위 이권사업은 모두 군부로 넘어간 것입니다. 결국 장성택 처형은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군부의 세력쟁탈로 보는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한 대북소식통은 "장성택 산하에 있던 강성무역총회사도 총정치국 산하로 편입됐고, 해당화관도 지배인과 측근들만 바뀌고 국가안전보위부 산하로 예편됐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결국 회사는 그대로 남고 주인만 바뀐 셈이 되었습니다.
김진국: 타일 공장은 그렇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돌아봤다는 천지윤할유 공장은 어떤 공장입니까,
정영: 요즘에 김정은은 장성택으로부터 압수한 공장들을 일체 점검하는 것 같습니다. 김 제1위원장이 천리마타일공장에 이어 천지윤활유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전했습니다. 이 공장 역시 장성택 측근이었던 장수길 노동당 행정부 부부장이 세웠다고 하는데요, 이 공장은 1990년 중반 승리무역회사 산하에 승리윤활유 공장으로 설립됐습니다.
김진국: 장성택 계열 중에도 장수길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그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시죠.
정영: 장성택의 최측근이었던 장수길은 타고난 상인기질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앞을 내다보는 상인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는 정치 쪽 보다는 돈을 버는 데 더 재간이 있던 사람이라고 북한 내부 주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가 대동강 타일공장을 세운 것도 평양에서 아파트 건설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윤활유 회사를 차린 것도 평양에 교통량이 늘어나자, 윤할유 수요가 급증할 것을 내다보고 세운 전략이었다고 합니다. 장사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장성택의 눈에 들었고, 당 부부장으로 승진했는데요, 그의 주변에는 무역하는 친구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가 승진하면서 옆에 있는 친구들이 이권을 챙겨 사업을 많이 확장시켰는데, 이번에 함께 처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진국: 이게 제일 궁금합니다. 이렇게 주인이 바뀌고 공장 이름도 달라졌는데, 초반에 정영기자 이야기 했듯이 외국과 합작했던 회사라고 하는데, 프랑스 측과 아무 의논도 없이 이름도 바꾸고 그러면 이게 정상적으로 가동이 됩니까,
정영: 이젠 장성택으로부터 압수한 타일공장이나, 윤활유 공장이 제대로 가동이 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데요, 기존의 주인이 바뀌었기 때문에 프랑스 쪽에서는 "아, 이거 주인이 없어졌네? 공장 명칭도 다 바뀌었네?" 라고 하면 계속적으로 사업을 연계하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생각되는데요,
북한은 당 중심 국가이고 당에서 간부사업을 하지 않습니까, 장수길 부부장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북한에서는 필요 없다. 수령 우상화, 수령유일사상이 똑바로 서지 못하면 필요 없는 사람으로 되기 때문에 무서운 거죠. 한국이나 미국 같으면 그냥 일을 못하면 자리를 내놓고 집으로 가면 되지만, 북한에서는 처형을 하니까,
김진국: 집이 아니라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가니까…
정영: 외국회사 입장에서 볼 때는 신뢰가 기본이지 않습니까,
김진국: 그렇지요.
정영: 돈이 왔다 갔다 하는데, 외국인들은 상대방이 자꾸 사람을 바꾸고 약속을 깨면 다시는 대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신뢰, 신용은 곧 생명이다, 그래서 신뢰를 잘 지키려고 하고 시간 약속을 잘 지키려고 하는데, 북한처럼 당에서 지배인이 마음에 안 든다고 쑥 바꾸어놓고 공장 이름을 바꾸면 그와 대상하던 외국계 기업이 손을 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되는 거죠.
김진국: 투자하는 기업이나 나라 입장에서야 북한밖에 없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다른 나라에 투자해도 되는데…
정영: 마찬 가지로 천지윤할유 공장도 원 계약자들인 장성택과 장수길이 다 사라졌기 때문에 이 공장이 앞으로 외국회사들과 제대로 호흡을 맞출지 좀 두고 봐야 하겠지요.
김진국: 그렇군요. 북한이 장성택 수중에 있던 타일공장의 이름을 바꾼 것은 사회 여러 부문에 남아있는 장성택의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되는 데요, 그렇지만 문제는 주인이 바뀐 이 사업이 과연 제 구실을 하겠는지는 지켜봐야 하겠군요.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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