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국의 ‘김정은 풍자’ 말도 못해

북한 김정은 제1비서를 패러디한 동영상의 한 장면. 야구장에서 우습꽝스럽게 춤을 추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제1비서를 패러디한 동영상의 한 장면. 야구장에서 우습꽝스럽게 춤을 추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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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장성택 계열의 공장이었던 천지 윤할유 공장을 인수해서는 ‘자력갱생’과 ‘과학화’의 공장이라고 자신의 업적으로 둔갑시키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네티즌들이 이 공장을 시찰했을 때 찍은 김정은 제1비서의 사진을 풍자해 사람들을 웃기고 있습니다. 오늘 시간에 이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민석: 김정은 제1비서가 장성택 계열의 천지윤활유 공장을 회수해서는 자신의 우상화에 이용하느라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중국 네티즌들이 이를 풍자하고 나섰습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김 제1비서를 풍자한 사진이 인터넷 상에서 떠돌고 있다고요?

정영: 지난 5일자 노동신문이었지요. 노동신문은 김정은 제1비서가 천지윤활유 공장을 시찰하는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11일자 노동신문은 이 공장을 김정일 국방위원장 영도아래 건설됐고, 김정은 제1비서의 지도아래 ‘자력갱생’ ‘과학화’를 이뤄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지난 시간에도 언급했지만, 이 공장은 지난해 11월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장수길이 이만큼 키워놓은 것인데, 북한 매체는 이 공장이 김정은의 지도 덕분에 잘 돌아가고 있다는 듯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이 공장을 시찰하면서 찍은 사진을 중국 사람들이 풍자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김정은 제1비서가 공장을 시찰할 때 찍은 사진을 가지고 중국 사람들이 풍자하고 있다고요. 저도 좀 보여주시죠.

정영: 이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 하시죠. 중국의 네티즌, 즉 인터넷 사용자들, 요즘 웬만한 중국 사람들은 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중국 네티즌이라고 하면 중국의 일반 국민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북한의 청취자 분들도 5일자 노동신문을 보시면 알텐데요. 김정은 제1비서가 천지윤활유 공장을 찾아갔을 때 국수 분틀처럼 생긴 굵은 관으로 누런 색의 그리스가 나오는 것을 보고 활짝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즐거워하고, 그 옆의 노동자는 바짝 마른 체형인데요, 아주 정색해서 서있습니다. 김 제1비서의 뚱뚱한 몸과 노동자의 몸이 너무 대비되는데요, 중국 네티즌들이 그걸 가지고 조작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은 김정은 제1비서가 바라보는 그 윤활유를 빨강색과 파란색으로 칠했고요. 아마 무슨 대변처럼 보이는 데요. 그 기계 위에 많은 북한 사람들을 몰아넣었습니다.

최민석: 아, 이 깔때기 같은 모양위로 사람들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의 고혈을 짜내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한다고 풍자한 것 같군요. 중국 사람들이 이렇게 김정은을 패러디한 동영상이나 사진이 참 많지요?

정영: 또 다른 사진을 볼 까요? 이 패러디 사진에는 김정은의 코를 돼지코 모양으로 만들고 귀는 돼지 귀를 닮은 저팔계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북한 주민들도 중국 드라마 서유기를 봤으면 저팔계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또 가슴에는 미국 디즈니랜드의 캐릭터인 미키마우스를 그려 넣었습니다.

최민석: 참 어색합니다. 중국에서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역사 드라마 서유기에서 나오는 손오공과 사오정, 저팔계 모양을 하고 있군요.

정영: 그래서 참 한 국가의 지도자를 중국의 일반 국민들이 풍자한다는 게 과거와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최민석: 그리고 좀 더 덧붙이자면 지금 중국에서는 김정은 제1비서뿐 아니라, 각국의 정상들을 가지고 패러디를 만들어 풍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제1비서만큼 심하게 풍자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영: 오바마 대통령이나, 푸틴 대통령,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일본의 아베 수상도 패러디한 작품이 있는데, 다른 것은 뭐냐 면 과거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패러디가 없었습니다. 하긴 그때는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앞으로 이런 패러디 물이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최민석: 그리고 또 패러디는 사람들 속에서 은근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심심풀이로 보기에도 너무 좋아서인지 그래서 조회수가 많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정영: 또 최근에는 김정은 제1비서를 패러디한 동영상이 인기리에 떠돌고 있는데요,

최민석: 지금 한달 가까이 되었지요.

정영: 김정은의 얼굴을 합성해 붙인 사람이 야구장에서 우습꽝스럽게 춤을 추다가 넘어지고,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모양을 한 사람과 권투장에서 시합을 하다가 매를 맞는 등 다소 어설픈 장면이 형상되었습니다.

최민석: 아, 아주 잡다한 동영상에다 그 김정은 제1비서의 얼굴만 갖다 붙였군요.

정영: 이것도 직접 한번 보고 넘어가시죠.

최민석: 그러시죠.

최민석: 아, 정영기자, 이 동영상을 북한 청취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안타깝네요. 이걸 봐야지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을 이해할 텐데요. 보시면 많은 충격을 받을 거 같습니다.

정영: 이 동영상을 현재까지 360만명이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민석: 3백 6십만명이면 결코 작은 숫자는 아닙니다. 중국이 자기 우방의 지도자를 희화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지 않습니까,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 인민들의 시각이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정영: 중국인들이 이렇게 김정은을 풍자한 것을 두고 북한도 화가 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중국 당국에 이 동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중국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보통 북한당국이 자기네 지도자를 가지고 풍자한 것을 보고 얼마나 화를 내지 않았습니까, ‘100배 도발하겠다’, ‘천배 복수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중국에 대고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보지요?

정영: 남쪽에서 할 때만 최고존엄을 모욕했다고 화를 내면서도 중국에 대고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중국에 대고만 하지 못한다….

정영: 그 동영상도 북한당국이 내리어달라고 요구했는데, 중국이 들어주지 않는 거죠.

최민석: 더 난감하게 되었군요. 차라리 말이나 하지 말지…국가가 체면이 말이 아니겠네요? 그런데, 중국 주민들이 이렇게 김정은을 희화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정영: 중국 네티즌들이 패러디 사진을 만드는 의도는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우선 북한의 김씨 3대 세습제도가 눈꼴 사납다는 시각인데요. 북한 주민들을 굶주리게 하면서도 3대째 세습하기 때문에 중국 같은 경우에도 공산당이 장기 집권하고 있지만, 그래도 한 가족이 3대째 다 해먹지 않는다는 입장이거든요.

그래서 중국 주민들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됐을 때부터 ‘진싼팡(金三胖)'이라고 부르면서 인터넷에 패러디물을 많이 올렸습니다. 특히 장성택, 장성택은 ‘친중파’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김정은 정권이 그 사람을 무자비하게 처형한 다음에 중국당국도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민석: 외면당하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얼마 전에 박근혜 한국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습니까, 벌써 다섯 번 이상 만났는데, 김정은 제1비서를 한번도 만나주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인민들이 김정은 정권이 3대째 북한 인민들을 동원해 고혈을 짜내고 있다는 소왕국을 꾸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우방인 중국 국민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된 김정은 제1비서. 능력 있는 지도자로 평가 받고 싶어하지만, 도저히 인정이 안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