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쓱해진 북한 ‘인천아시안게임’ 참가

0:00 / 0:00

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한국 인천시에서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이 2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북한도 인천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남한과 26일부터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갔는데요, 한때 남측에 “아시안게임 참가를 재검토하겠다”고 협박하던 북한이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참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이 보도하지 않는 인천아시안게임 물밑협상,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한국에 대고 아시안게임 실무회담 협상이 결렬됐다고 책임을 전가해온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조용해졌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지금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가 거의 확정됐지요.

정영: 북한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는 이미 기정사실화되었고요, 북한 대표단이 직접 인천에 와서 조추첨 행사에도 참가했고, 경기장도 둘러보고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선수단 273명을 파견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최민석: 273명이면 작은 숫자는 아닙니다. 지난번 협상 때 제안했던 350명보다는 규모가 좀 줄어들었어요.

정영: 예, 북한이 지난 7월 20일 실무회담을 할 때는 선수단 350, 응원단 350명을 보내겠다고 해서 논란이 좀 있었는데요, 선수단 규모는 그때 보다 약 80명 정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그때 북한의 선수단, 응원단 파견과 관련해서 남북한 사이에 논란이 많았지요. 북한의 청취자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때의 일을 좀 되새겨보겠습니다.

정영: 남과 북은 7월 20일 회담에서 북한 대표단의 규모, 이동방법, 숙소문제 등을 토론했지요, 그런데 북한측의 일방적인 퇴장으로 무산되었는데요, 북측은 “오전까지만 해도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의 규모, 이동경로, 교통수단 등 문제를 토의할 때까지는 회담이 잘 전개되었다”고 평가를 했는데요, 그러다가 오후에 들어와서 남측이 ‘국제관례’니, ‘대회규정’이니 하면서 덮어놓고 시비해 나섰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선수단 규모가 350명, 응원단 350명이면 700명인데,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북한은 회담을 중단하고 나갔지요.

최민석: 솔직히 제가 알기로는 그때 700여명에 대한 경비나 숙소 제공을 북한측에서 자기네가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하면 큰 문제 없었어요. 그런데 이것을 남측에서 해결해주기를 바라니까, 이게 해결이 안되니까, 박차고 나간 것으로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정영: 그리고 평양에 돌아가서는 “참가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이렇게 으름장을 놓았지요.

최민석: 그런데 북한이 재검토를 검토하겠다고 해놓고서는 아무런 해명이나 조치도 없던 상태에서 다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겠다고 발표했어요. 그럼 그 사이에 남북 사이에 서로 말 같은 것이 오간 게 있습니까,

정영: 아니요, 없습니다. 북한이 돌아간 지 이틀 만에 갑자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올림픽위원회는 아시아올림픽리사회성원국으로서 오는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남조선 인천에서 진행되는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에 우리 선수단을 보내기로 결정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국가대표팀 축구경기를 관람했는데요, 그 옆자리에는 김양건 노동당 대남부서가 앉아있었습니다. 그때 아마 파견하라고 지시를 한 것 같아요.

최민석: 김정은 제1비서의 말 한마디로 뒤집어진 거예요. 북한의 전략가들도 김정은 제 1위원장 때문에, 최고지도자의 비위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기들은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그대로 해야 하는 거예요.

정영: 현재 북한에서 대남, 대외 외교전략을 짜는 부서가 노동당이나 외교부, 군부가 아닙니까, 그런데 이 기관들이 서로 조율을 하고 호흡을 맞추어야 하는데, 김정은 제 1비서의 기분이나 취향에 따라 이런 전략이 흔들리는 거죠. 예를 들어서 요즘 북한이 일본과 관계개선을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일본 쪽으로 탄도미사일을 시험해 반발을 사지 않았습니까,

최민석: 일본 쪽으로 미사일을 쏘면 일본이 안보에 신경 쓰이겠는데요?

정영: 지난 7월에 북한이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을 쏘자, 일본측이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그러자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은 일본을 겨냥한 게 아니다, 한국과 미국 군사훈련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변명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이 바보입니까,

최민석: 일본도 어떻게든 북한을 끌고 나왔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참 답답할 겁니다.

정영: 지금 일본의 아베 수상까지도 북일관계를 좀 개선해보자고 하는데, 거기다 대고 미사일을 자꾸 쏘니까, 일본은 “야, 이거 우리 본토에 대고 쏠려고 하는 것 아닌가”고 의심하는 거죠.

최민석: 해외 언론이나 외신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요.

정영: 현재 노동당과 군부, 외무성의 전략가들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호전적인 태도에 머리가 아프다는 입장을 보인다고 하는데요, 왜냐면 김정은 제1비서가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노동당 대남부서에서 전략을 짜고 있는데, 김 제1비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군부대를 찾아 다녔습니다. 잠수함 부대를 찾아가서는 “적 함선의 등허리를 분질러라”고 주문하는가 하면, 북한군 특수부대를 찾아가서는 “(적들을)단단히 벼루고 있다”고 호전적인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그래서 대화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지요. 그런데 노동당은 선전선동을 맡지 않았으니까 다음날로 김정은의 사진과 발언을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냅니다. 그러면 온 세계가 다 알지 않겠습니까, 김정은이 어떻게 호전적으로 나오는지요……그러면 대화의 분위기가 또 깨지는 거죠.

최민석: 북한에서 어느 집단이든, 어느 부서이든 김정은 제1비서가 계속 말을 바꾸니까,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될지 전혀 모르는 거예요. 북한이 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는지 이젠 이해가 됩니다. 자, 그런데 이제 인천아시안게임이 20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는데요,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겁니까,

정영: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서 시시각각으로 주민들에게 보도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좀 이야기 해볼 텐데요.

최민석: 쉽게 말해서 실시간 업데이트가 안 되는 거죠.

정영: 남한 통일부의 발표를 보면 북한은 273명의 선수단을 보내겠다고 통지해왔고, 서해 직항로를 통해서 인천에 들어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만경봉호를 가지고 가니까, 숙식은 거기서 보장하겠지요. 왜냐면 북한 선수들이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이나 인천 거리에 나가면 굉장히 발전된 모습을 보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북한당국에게는 득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최민석: 그렇게 하면 돈을 많이 줄일 수 있겠지만요. 좀 안됐습니다. 북한 선수단, 응원단이요,

정영: 북한 선수들과 응원단이 버스를 타고 다닐 텐데요. 경기장까지 버스의 차광막을 다 가리우고 가서는 딱 움직여서 경기장에 부리 우고, 들어가서 응원하고 경기가 끝나면 다시 버스 타고 만경봉호로 들어가고, 그렇게 하겠지요.

최민석: 상상만해도 안타깝습니다. 같은 젊은 사람들끼리 축제기간에 모여서 만나서 어울리고 같이 놀기도 하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면 지난번에 왔을 때 북한이 아주 신경질을 부렸던 부분이 북한 대표단의 체류비용 문제 아니었습니까, 결국은 북한은 선수단 규모를 조금 줄이고, 또 남측은 이를 지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해도 되겠습니까,

정영: 통일부의 발표를 보면요. 북한 선수단이 경기에 참가하면 지장이 없도록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얼마나 지원하겠는지 모르겠지만, 지난 7월 20일 회담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입니다. 그리고 김정은 체제 들어서 별로 한일도 없고, 올해 농사도 잘 안되지 않았습니까,

최민석: 가물까지 들었어요.

정영: 그러니까, 북한은 체육강국 건설이라는 성과를 좀 만들기 위해 선수단을 파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떻게든 대남, 대외 분위기를 좀 역전시켜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외부에 대고는 북한에 대해 우호적으로 생각하게 분위기로 바꿔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최민석: 얼마 전에 남한의 지상파 방송 3사가 KBS, MBC, SBS를 말하는 거죠. 북한에 인천아시안게임 tv중계권을 제공했다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그럼 북한 주민들도 안방에서 인천아시안게임을 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거기에 대해서 북한 주민들은 남한에서 제공하는 영상인지, 아니면 북한이 직접 찍어서 방영하는 건지 이런 것을 알까요?

정영: 이것도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해주지 않으면 북한 주민들은 잘 모르지요.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그런 경기장면을 자기네 위성에서 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위성이 지금 하늘에 올라가서 돌고 있다고 믿고 있거든요.

최민석: 북한이 어떻게 전파를 수신하고 송신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위성이 떠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정영: 북한 주민들도 아시아스포츠 이런 축제를 함께 누리자는 취지에서 남한 국민들이 자기네 세금으로 경기장면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시면 될 것 같습니다.

최민석: 예, 북한이 인천아시안 게임에 대표단을 파견하겠다, 말겠다 말도 많았지만, 결국은 없던 말로 되었습니다. 북한 주민 여러분도 아시안게임을 통해서 여러분의 선수를 응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