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발 억제하는 대북확성기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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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는 어떤 주제를 풀어볼까요?

정영: 최근 북한 매체가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를 앞두고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을 발사를 예고하는 발언들을 흘리고 있습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은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높이 날아오르게 될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에 대답했고, 북한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되어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로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이 도발을 하지 못할 거란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지금 외부세계는 북한이 과연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을 실험할거냐 하는데 관심이 쏠려있습니다. 북한 매체가 이에 대해 어떻게 보도하고 있습니까,

정영: 현재 북한 대남웹사이트에는 두 개의 기사가 실렸는데요, 하나는 14일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이 했다는 대답이고, 다른 하나는 15일에 실린 북한 원자력연구원 원장이 했다는 대답입니다.

여기서 북한우주개발국 국장은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높이 날아오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요. 북한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우리는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되어있다”고 주장했지만 언제 할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은 북한은 아직까지 조선중앙통신, 우리민족끼리와 같은 대외 매체에는 이 두 사람의 주장을 공개했지만, 노동신문과 민주조선, 중앙텔레비전 등 내부 매체에는 일절 소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축포탄으로 뭔가 쏠 것 같은 느낌은 드는데요, 어떻습니까,

정영: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자들이 이처럼 도발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면서 외부 세계는 북한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과연 북한이 당창건 70주년을 맞아서 축포탄으로 무엇을 쏠 것인가 하는 것은 그때 가봐야 하겠지요. 북한이 진짜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것 같으면 벌써부터 준비가 나타나야 하는데, 성명발표 같은 것이 따라서야 하는데요, 국방위원회나 외무성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없습니다. 앞으로 10월10일까지 약 한달 가까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했을 경우에 득보다는 실이 더 많기 때문에 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게 내부 소식통의 관측입니다.

최민석: 외부에서도 그렇게 보지 않습니까,

정영: 왜냐면 우선 북한이 이번에 핵실험을 하게 되면 중국이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중국은 요즘 군사대국화의 길을 달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핵을 가진 북한이 옆에 있으면 상당히 껄끄럽거든요.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를 한번도 만나지 않은 것도 이런 불편한 감정이 깔려있다고 한반도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데 대해 중국이 상당히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분석입니다. 그리고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경우 남북관계도 좋지 않게 반전되게 됩니다.

최민석: 달갑지 않은 상황이 아니라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으로 가게 되지요.

정영: 그 우려상황이 뭐냐 하면 대북확성기방송이 재개된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렇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무서워했고 김정은 제1비서도 제일 두려워한다는 대북확성기 방송이 다시 재개된다는 거죠.

정영: 그렇습니다. 북한이 왜 대북확성기 방송을 무서워하냐는 것은 북한 스스로 지난달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표명을 하면서 드러났는데요, 그리고 8.25합의문에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북확성기방송을 다시 재개하겠다는 데 도장을 찍었습니다.

최민석: 비정상적인 행위 같은 게 이런 도발을 말하는 거죠?

북한은 주민들에게는 준전시 상태를 선포해놓고 자기네 지도부는 곧바로 남쪽에 대고, 대화를 제기하지 않았습니까, 그 대화 전제조건이 바로 대북확성기방송을 좀 꺼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최민석: 그게 제일 첫 번째 조건이었고, 가장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정영: 청취자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한국에서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나가고 북한에서는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대남비서가 나왔는데요, 이들 대표들은 한잠도 자지 않고 ‘무박 4일간’ 회담을 했습니다. 여기서 ‘무박 4일’이라는 것은 잠을 자지 않고 4일 동안 연달아 회담했다는 소린데요,

이때 북한은 대북확성기 방송을 좀 꺼달라고 하면서 합의문에 서명했는데요, 이것을 보면서 세계는, 남한은 ‘아, 북한이 제일 아파하는 곳이 바로 여기였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간단하게 그럼 대북확성기 방송이 왜 북한에 칼이 되는지 좀 설명해주시죠.

정영: 지금 북한 휴전선 일대에는 약 50~60만명의 북한군 장병들이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거기에 대고 한국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하게 되면 낮에는 30리 가량 들리고, 밤에는 60리까지 들린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수십만명의 북한군 장병들이 고스란히 참호에 앉아서 남한의 유행가도 듣게 되고요. 날씨도 듣게 되고요. 그리고 소녀시대라는 걸그룹의 박진감 넘치는 노래도 듣게 되고요.

최민석: 남한의 소녀여성악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참 예쁘지요.

정영: 거기에 전광판도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금 평양역 앞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과 비슷한 것인데 거기로부터 가수들이 부르는 뮤직댄스 같은 것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걸 북한 병사들이 참호에 앉아서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아마 청취자 분들 속에는 한국 드라마나, 한국 뮤직댄스 DVD를 구해다 보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남한군은 김씨 일가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방송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대신 음악과 한국사회 소개 그리고 날씨 같은 것을 알려주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도발이 심화될 경우에 남한군이 방송내용을 고칠 수 도 있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어떻게요?

정영: 김정은, 김여정 등 김씨 일가에 대한 숨겨진 비밀을 폭로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김정은 우상화가 무너지게 됩니다. 제가 며칠 전에 북한의 주민과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하는 말씀이 북한 지도부가 진짜 대북확성기 방송을 무서워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는 그런대로 무시했는데요, 지금은 젊은 세대이니까, 특히 김정은 제1비서는 젊어서 그런지 대북확성기 방송에서 자기를 욕하는 것을 상당히 싫어한다고 합니다.

최민석: 북한에서는 청년들이 10년 군사복무 아닙니까, 10년동안 방송을 듣고 있으면 남한에 대해 다 알아버리게 되겠군요. 그러면 정영기자, 북한이 진짜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경우에는 남한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다시 재개할 수 있다는 겁니까,

정영: 현재 한국군은 북한이 만약 핵실험을 할 경우, 대북방송을 개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최윤희 합참의장은 11일 국회감사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를 '비정상사태'로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비정상적인 사태라는 것은 지난 8.25합의문에서 남북이 약속했듯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튼다는 데 부합이 되거든요. 한국정부는 북한의 시도 때도 없는 도발을 막기 위해 '비정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한다고 제동장치를 걸어놓았습니다.

최민석: 결국 대북확성기 방송을 다시 하냐 마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북한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북한의 대남도발을 대북확성기 방송이 딱 지키고 있는 셈이군요.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