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태극기 공개해도 주민통제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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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여러분과 함께 북한선전매체의 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의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 평양 상공에 남한 태극기와 애국가 60년만에 공개
- 북, 과거 남한을 '괴뢰국가'로 태극기 게양 반대
- 김정은 부부, 남한 선수 참가한 체육경기 관람
- 김정은, 체육 통한 남북관계 개선 꾀해
- 북, 체육 통해 '정상국가' 이미지 연출
- 북, 태극기 공개해도 주민 통제 자신감 있어


얼마 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진행된2013 아시안 컵 및 아시아 클럽역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태극기가 게양되고, 한국의 애국가가 주악됐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이례적으로 이 장면을 녹화 중계하면서 전세계에 공개됐는데요, 북한이 한국 전쟁 이후 허용하지 않던 태극기와 애국가를 이처럼 공개한 의도는 무엇인지, 북한의 매체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자, 이번에 북한이 중앙텔레비전에서 태극기를 공개한 사실은 이례적으로 보여지는데요, 어떻습니까,

정영: 예, 평양에서 진행된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 역도선수권대회, 북한에서는 역도경기를 '력기경기'라고 하지요, 이 경기에 한국 역도선수단의 김우식 선수와 이영균 선수가 출전했습니다. 이들은 85kg급에 출전해서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는데요, 이 소식을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방영했습니다. 북한 텔레비전 방송 진행자는 이 선수들을 남조선의 선수라고 소개했고, 화면 하단에는 선수의 기록과 함께 태극기를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시상식장에서 남한 애국가가 연주되었는데요, 이와 관련한 한국 언론의 보도를 듣고 넘어가겠습니다.

최민석: 예, 듣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YTN 녹취: 전날 평양에서 열린 국제역도경기 대회 시상식에서 사상 처음으로 태극기를 게양하고 애국가를 튼 데 이어 일반 주민들이 보는 방송에서도 이를 내보낸 것입니다.

<북한중앙TV> 종합 2등을 한 남조선의 이영근 선수와 종합 1등을 남조선의 김우식 선수들에게 금은 메달과 상장이 수여되었습니다.

물론 태극기가 멀리서 비쳐져 크게 부각되지 않고 조그마하게 보였고, 애국가의 선율도 약 7초 가량 방영이 되었는데요, 이 7초가 지상 방송파에서는 굉장히 크지 않습니까,

최민석: 그렇지요, 텔레비전에서 1초도 큰 데 7초 가량이면 큰 분량입니다. 그러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경기장에 가서 체육경기 관람할 때 태극기가 직접 올라갔다는 애긴가요?

정영: 그건 아니고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이번 체육경기를 관람했다는 날은 9월 15일이고 태극기가 게양된 날은 그 전날인 14일로 알려집니다. 때문에 김정은 앞에서 태극기가 올랐다는 것은 아닙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어떻습니까, 북한이 전향적으로 이를 허용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정영: 북한은 태극기라면 아주 겁나게 거부해왔습니다. 북한은 남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투쟁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남조선 괴뢰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국기도 없다는 식으로 절대 공개하지 않았지요. 심지어 대한민국이라고 말하거나 태극기라는 말을 꺼내도 말 반동으로 잡혀갑니다.

하지만, 태극기는 북한에서도 1948년 전까지 계양 되었어요. 그러니까 남북정부가 수립되기 이전에 북한이 태극기를 공식 국기로 사용했다는 겁니다. 이러한 태극기 사진은 북한 사진자료에도 있는데요, 1946년 김일성 주석이 북조선임시위원회 선거에 투표할 때도 선거장 정면에 태극기가 걸렸고 그 이후 각종 중요행사장에도 태극기가 걸려 있었습니다.

최민석: 저도 북한 기록영화를 보면서 많이 놀란 편이었습니다. 북한에서도 태극기를 함께 사용하였다는데 대해서요.

정영: 그러나, 북한은 1948년 정권이 수립된 후 태극기를 부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6.25전쟁 때 남과 북이 전쟁을 하면서 더 적대적인 관계가 되어 아예 태극기를 부정해버렸습니다.

최민석: 이런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체육까지 영향을 받는 일화도 있지 않습니까,

정영: 그렇지요. 특히 태극기에 대한 거부감은 김정일 위원장 때가 제일 심했다고 봅니다. 체육경기에 나가서도 북한 선수들의 주요 적은 남한, 미국, 일본 선수들이었습니다. 미국 이나 남한 선수와 대결해서 이긴 선수는 국민영웅이 되지만, 지면 경중을 따지지 않고 혁명화 대상이 되는 곳이 북한이었지요. 그래서 북한스포츠 선수들은 될수록 이면 이런 적대국 선수들과 맞붙지 않기를 원했습니다.

최민석: 그래서 이런 스포츠에까지 정치적 영향이 미쳤군요.

정영: 북한은 자기네 경기장에 태극기가 나붙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실례로 지난 2008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대회 지역별 예선에서 남과 북이 평양에서 맞붙게 되었을 때도 평양상공에 태극기가 내걸릴 가봐 북한은 "아, 평양에서 못하겠다"고 해서 중국 상해가서 경기가 진행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다른 나라에서 진행된 세계체육경기를 방영하다가도 실수로 태극기를 내보냈을 때도 그 자체가 뉴스였습니다.

최민석: 그렇게 태극기만 보면 염증을 보였던 북한이 왜 달라지는 것입니까,

정영: 비록 이번 체육 경기가 남한에서는 실업체육, 그러니까 전문 국가체육단이 아니라 회사나 지방에 소속된 체육단들이 진행한 것이거든요. 북한으로 말하면 겸직 체육단이라고 볼 수 있는데, 김정은 제1비서가 이런 체육경기를 조직하고, 이번에 경기까지 직접 관람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남한 선수들이 경기하는 것도 다 봤는데, 김정은의 의도는 남북 관계를 좀 개선시켜보자는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체육을 통한 '관계 개선용'이다 이런 소리지요?

정영: 사실 스포츠만큼 선전효과가 큰 게 없지요. 아시다시피 지난 16일부터 개성공단이 중단된 지 160일 만에 재 가동을 시작했고, 오는 25일부터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이 금강산에서 상봉을 하도록 되어 있지요. 개성공단에 나선 북한도 남한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평양에서 애국가와 태극기가 공개된 시점과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주었던 반응과 많이 틀리기 때문에 좀 의아합니다. 또 김정은 제1비서가 체육을 좋아한다는 것을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의도도 있지 않겠습니까,

정영: 요즘 북한 매체에서 보도하는 것을 보면 체육관련 소식이 굉장히 많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국가체육위원회를 만들고, 고모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앉히고, 그리고 체육경기도 계속 관람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달 동안 축구, 역도, 농구경기를 관람하면서 자기가 개방적인 지도자라는 것을 외부에 자꾸 설명하려고 하는데요,

태극기도 좀 계양하고, 애국가도 연주시킬 만큼 열린 지도자다, 나는, 이런 것을 외부에 노출시키면서 북한의 '악의 국가'의 이미지를 덜어내고, 정상국가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습니다.

최민석: 우리들이 쉽게 쓰는 말 중에 하나로, '국가브랜드를 올려보겠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는 건데요, 태극기를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면 영향도 클 텐데요.

정영: 있지요. 아무래도 북한에 있는 친구들도 이번에 정전이 되지 않아서 텔레비전을 보았다면 "아, 남한의 태극기는 저렇게 생겼구나, 그리고 애국가는 저렇게 시작하는구나'하고 알았을 겁니다.

북한이 그 정도만 주민들에게 보여준 것도 파급이 클 텐데요. 하지만, 북한당국은 이 정도 내보내도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북한이 요즘 장마당에서 한국산 물건이 팔지 못하게 통제하거든요. 이것은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북한 사회에 퍼질까 봐 그러는데요, 그렇게 하면서도 애국가나 태극기를 공개한 것은 이중적인 얼굴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북한이 평양에서 남한의 태극기와 애국가를 공개한 것, 이는 체제 안전을 위해 한류를 두려워하면서도 실리를 챙기고, 김정은의 위상을 올리기 위한 일환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