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는 어떤 주제를 풀어볼까요?
정영: 최근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구두대신 운동화를 신고 민생현장을 누비는 모습이 종종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 제1비서는 홍수피해를 입은 나선지역 자연재해 현장을 방문해 주민 친화적인 행보를 보였는데요, 생전에 사고현장 한번 찾지 않았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차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왜 김정은 제1비서가 이런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지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최민석: 김정은 제1비서가 처음으로 자연재해 현장을 시찰했습니다. 보기 드문 일이지요. 북한매체들도 이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김정은 제1비서 직접 자연재해 현장을 찾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닙니까,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집권한 지 5년만에 처음으로 자연재해 현장에 나섰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기 시작했는데요, 노동신문은 21일자는 ‘우리에게는 위대한 당의 품이 있다’라는 글에서 김정은 제1비서가 홍수 피해를 입은 나선시를 현지 지도한 데 대해 “온 나라를 무한히 격동시키고 있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한국 언론은 이와 관련해 김 제1비서가 중국의 지도자들을 의식해서 재해현장을 방문했다고 비교했는데요, 올해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규모 지진 피해를 입은 윈난(운남)성 지방을 찾아가 재해 복구 현장을 점검하고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대책을 강구했지요. 김 제1비서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혹시 중국의 지도자들을 따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저는 김정은 제1비서가 홍수 현장을 찾은 것은 우리방송 듣고 그런 줄 알았어요. 저희가 계속 방송했지요. 김 제1비서가 꼭 가야 할 곳을 안가는 구나 하고요.
정영: 몇 년 전에 대홍수 피해를 당했을 때와 작년에 ‘100년만에 왕가뭄’으로 피해가 막심하게 입었을 때에도 김 제1비서가 절대 현장을 찾지 않았습니다.
최민석: 그때 군부대 시찰을 갔지요?
정영: 하지만, 김정은 제1비서가 자연재해 현장을 찾은 것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따라 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더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김 제1비서의 차림새에서 사뭇 다른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최민석: 어떤 모습이요?
정영: 김 제1비서는 평양강냉이가공공장을 시찰할 때부터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데요, 그리고 나선시 시찰과 군수공장에서 생산한 생필품 전시장을 돌아볼 때 운동화를 신고 나왔습니다. 이는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과 비교해볼 때 색다른 모습인데요, 김정일은 생전에 운동화는커녕 자연재해나 사건사고 현장에 절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최민석: 제 추측인데요, 저희 경우에는 허리가 아플 때는 의사들이 딱딱한 신발을 신지 못하게 하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어머니 같은 나이 많은 분들처럼 무릎 관절이 안 좋은 분들은 다 운동화를 신거든요. 의사의 권유입니다. 그래서 김정은 제1비서도 무릎도 발목도 안 좋아서 그러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정영: 걸을 때 허리 쪽에 직접적인 영향이 가기 때문에요. 일리 있는 말입니다.
최민석: 원래 북한은 자연재해 현장이나 사건사고 현장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지요?
정영: 북한에서 그동안 자연재해나 사건사고가 많았습니까, 대표적으로 1990년대 중반 수백 만 명이 아사할 때 3년동안 연속 대홍수가 났거든요. 하지만, 김정일은 한번도 홍수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최민석: 대홍수가 나고, 사람들이 무리로 굶어 죽었어도 민생시찰 한번 하지 않았어요. 체~(실망)
정영: 또 2004년 평안북도 용천군 역에서 대형 열차 폭파사고가 나지 않았습니까,
최민석: 그렇지요. 이 사고는 너무 큰 폭발 사고여서 숨길 수가 없으니까,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언론이 집중됐었지요.
정영: 그때 용천소학교가 통째로 날아나고, 수백 명의 아이들이 사망했거든요.
최민석: 그때 그걸 보는 사람들이 너무 마음 아파했습니다. 아이들이 저렇게 한 순간에 없어진 것 아닙니까,
정영: 그때에도 김정일은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제1비서는 나선지구 수해현장을 시찰해서 상당히 이례적이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김정일 위원장은 본인은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거예요.
정영: 원래 김정일은 경제문제는 책임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최민석: 그러니까 김정일 위원장은 자연재해 같은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피해 다녔다는 소리군요.
정영: 하지만, 김 제1비서는 이런 금기를 뛰어넘어 흰 여름 흰샤츠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현장을 다니고 있는데요, 이런 모습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따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 보았던 기록영화가 생각나는데요, 1967년 8월에 대동강이 불어나 평양시가 물에 잠겼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김일성 주석은 물에 잠긴 시내를 보트를 타고 돌아봤는데요, 북한 장편소설 ‘운명’이라는 책에서도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서술됐는가 하면, 당시 대동강 상류에 큰 비가 내리면서 초당 3만4천톤씩 물이 쏟아졌는데요, 온 평양시가 다 잠겼었습니다. 당시 김일성은 수륙량용차를 타고, 장화를 신고 무릎까지 빠지는 감탕길을 헤치면서 피해복구 작업을 지도했다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최민석: 아, 그러니까, 김정은 제1비서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따라 하느라 나선지구 홍수피해 현장을 방문했다는 소리군요.
정영: 그렇게 추측해볼 수 있는데요, 현재 김정은 제1비서의 이미지 목표는 어떻게 하면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걸음걸이와 머리단장, 뚱뚱한 몸 등을 할아버지처럼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인데요,
그래서 사망한 김일성이 다시 환생했다는 착각을 주기에 충분하게 너무 구체적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주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김일성의 인품을 그대로 이어받겠다는 소립니다. 그리고 추락하는 자신의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제스처로 보이는데요,
최민석: 김 제1비서에 대한 민심이 그렇게 나쁜가요?
정영: 지금 북한 내부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엄청난 세부담 때문에 허리가 휘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당창건 70주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대규모 건설공사를 벌여놓았는데요, 대표적으로 평양시에 미래과학자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고 대동강 한 가운데는 과학기술 전당이 지어지고 있지요.
그런데, 북한은 돈이 모자라 주민들로부터 매일 같이 세금 비슷하게 걷는다고 하는데요, 어떤 날은 2천원, 다른 날은 3천원 이런 식으로 계속 돈을 걷어가니 사람들은 김정은을 ‘흡혈귀’에 비유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최민석: 한국으로 치면 갈취라고 하거든요. 자리세를 내놔라 등 세를 걷어내는 것인데, 북한정권의 자랑 중에 하나가 세금을 안 걷는 것 아닙니까, 이제는 막 걷는가 보지요?
정영: 북한은 정책적으로 세금을 완전 폐지했기 때문에 세금제도를 다시 공식 선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장성택 처형을 기점으로 고위층 간부들 속에서는 ‘패륜적 행위’라는 욕설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김정은 정권은 어떻게 하나 민심을 잡고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특이합니다. 그런데 김 제1비서가 신은 운동화는 어느 나라의 것입니까,
정영: 북한이 이에 대해 밝히지 않기 때문에 아직 김 제1비서가 신은 운동화가 어느 나라제품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한국 언론은 김정은 제1비서가 신은 운동화가 프랑스제 브랜드인 벤시몽 스타일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최민석: 저는 김정은 제1비서가 농구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마이클 조던을 특히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마이클 조던 농구화를 신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영: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얼핏 보니까 북한의 국산품인 신의주 신발공장 제품 같습니다. 신의주 신발은 끈을 매는 구멍이 앞에 있거든요. 그런데 김 제1비서가 신은 신발은 앞에 구멍이 있는데 신의주 신발 같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신발 끈을 묶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그게 북한의 공산품일 가능성이 높다면 이거 좋은 광고가 될 거 같습니다.
정영: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 전에 국산 선글라스를 끼고 중국의 항일승전 열병식을 참관하지 않았습니까,
최민석: 그거 내가 봐도 멋있었습니다.
정영: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그 선글라스가 어디 제품이냐고 검색하기 시작했는데요, 알고 보니 선글라스가 국내산이었습니다. 그래서 선글라스 제조업체는 주문이 늘어나 대박을 맞았다고 하는데, 만일 김 제1비서가 신의주 신발공장 제품을 신었다면 북한에서도 그 신발이 틀림없이 대박을 맞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최민석: 아무튼 김정은 제1비서가 국산 신발을 신고 자연재해 현장을 돌아봤다는 것 자체가 여러모로 관심이 많이 간다고 봅니다. 이러한 현장 지도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