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한 이산가족, 정부 탓”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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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여러분과 함께 북한선전매체의 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의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이 25일로 예정되었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무기한 연기시켜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억이 막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방송은 이번에 만나기로 되었던 남한의 이산가족들이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고 이렇게 엉뚱하게 보도했습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로 인해 무산되었는데도 북한은 억지 주장을 펴고 있는데요, 이상 북한 매체를 통해 좀 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로 무산된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두고 북한에선 어떻게 선전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전번에 우리 방송에서도 방송했지만, 태극기가 평양상공에 오르고 애국가도 연주했다, 이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좀 개선해보려는가 보다 하고 기대했는데, 왜 또 갑자기 돌변한 것입니까,

정영: 북한이 연 사흘 동안 대남비난을 하고 있는데요, 24일 노동신문은 ‘인륜과 담쌓은 자들의 파렴치한 악담’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인륜과 담을 쌓고 인도주의를 모독하는 자들이 ‘반인륜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시키자, 남한 정부가 북한의 조치를 ‘반인륜’, ‘반인도주의’라고 지적했지요, 그러자 북한이 이를 반박하는 것인데요,

북한은 지금 남측에서 먼저 깼다고 우리민족끼리, 조선중앙통신, 대남방송을 통해 책임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남측 이산가족들이 남한정부를 탓하고 있다는 엉뚱하게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이름도 밝히지 않고 어떤 이산가족이 말했다고 주장하는데 한번 들어보시죠.

최민석: 예 들어보겠습니다.

북한 대남방송: 김관진과 같은 보수세력들 때문에 무기한 연기되었으니, 현 당국을 보는 눈이 곱지 않다. 어떤 노인은 죽기 전에 북에 사는 동생과 상봉하지 못하는 경우, 세상을 하직할 때 김관진을 함께 데리고 가겠다는 말까지 전화로 하고 있다면서….

최민석: 이건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되네요. 실제로 남쪽에서 올라가기로 했던 이산가족들이 한국 정부를 탓했나요?

정영: 책임의 주체는 북한정부인데, 이산가족들이 한국 정부를 탓할 리가 없지요. 오히려 북한 정부의 조치에 할말을 잃고 있습니다.

한국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김동윤 부장의 말을 한번 들어보지요.

김동윤: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북한의 일방적인 연기로 인해서 실향민들에게는 크나큰 아픔을 주었고, 이분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저희는 규탄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이산가족 문제는 순수한 인도주의 문제인데 북한이 나이 많은 분들의 마음만 흔들어 놓고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정영: 북한이 일방적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연기시키자, 남측 이산가족들 속에서는 원한이 더 큽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북한이 고령의 이산가족들을 놓고 장사를 한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습니다.

왜냐면 이번 이산가족 상봉명단에 포함된 신청자들의 나이가 80~90대가 많았습니다. 이 분들은 가족을 만난다는 기쁨에 들떠 있었는데요, 그러다가 갑자기 무산되면서 심리적으로 타격이 컸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는 1988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접수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2만9천명 이지만 이미 44%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생존자는 7만명 남짓합니다. 생존자 중에 80~90세가 가장 많다고 하는데요, 이제 몇 해만 지나면 이산가족들의 만남도 오래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절반 가까이 세상을 떠났다는 거군요.

정영: 이번 심사과정에서도 “할아버지 올라가겠어요?”라고 물어보니까, “난, 그만두겠다”고 손사래를 치는 분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 북한의 친척들이 아직까지 살아있겠냐며 단념하는 분들도 있었고, 또 치매 등 병에 걸린 이산가족들은 건강상 이유로 신청자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최민석: 나이 드신 분들은 조심해야 하는데, 사실 이번 일로 해서 잘못되신 분은 없나요?

정영: 한국언론에 따르면 이산가족상봉 대상자로 선정됐던 91살의 한 할아버지가 가족 상봉의 한을 끝내 풀지 못한 채 나흘 전에 숨졌다고 하는데요,

이 인도적인 문제를 정치 군사 문제와 연계시켜 중단시키는 북한의 행동을 두고 남한 내에서는 ‘나이 어린 김정은의 패륜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탄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남한 내에서 반북 감정만 높아졌습니다.

최민석: 이번 일로 북한에 대한 신뢰가 한번 더 깨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왜 북한이 잘 나가다가 이렇게 판을 엎어 버리는 겁니까,

정영: 한국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아닙니까, 신뢰를 먼저 쌓자는 소린데, 북한이 이렇게 약속을 깨면서 신뢰가 깨진 겁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한정부가 주도하는 대로 고분 고분 끌려가지 않겠다, 그런 의도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무산시켰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남북당국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지 않았습니까, 당시 북한은 남한 정부가 내놓은 개성공단 국제화 문제, 그리고 개성공단에 대한 이른바 ‘3통’(통신·통행·통관) 문제 개선 방안까지 남한이 제기한 개성공단 발전 방안을 수용하는 듯 했습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8.15광복절 행사 때 이산가족상봉행사 제안을 하자,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남한이 남북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북한이 받았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아, 그러니까, 북한의 강경파들이 또 제동을 걸었겠네요,

정영: 남북한 관계에서는 항상 변수가 많은 데요. 한때는 잘 간다고 하다가도 또 북한이 예측 불발의 도발로 깨지곤 했는데요,

이번에도 북한은 태극기를 평양상공에 띄운다, 애국가를 울린다 하면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지금부터 대남비난 선전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데요, 아마 남북대화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것으로 한반도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군요. 그래도 이산가족상봉에 나섰던 북한이 다른 문제도 아니고 노인들을 가지고 이렇게 장난을 치면 안되지요,

정영: 남북한 문제에서 이산가족상봉은 항상 약국의 감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약에 감초가 안 들어가는 곳이 없듯이 지금까지 남북관례를 보면 남북관계가 화해분위기로 돌 때 항상 이산가족 상봉문제가 제기되곤 했지요. 북한도 보기 좋게 한 건 양보하는 척 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시키고 한국에서 지원물자를 받아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산가족들의 숫자도 점점 줄어 들고 있어 북한도 대남카드를 하나 잃는 셈이 되었습니다.

최민석: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 상봉자들도 참 아쉬울 것 같습니다.

정영: 사실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들은 어떻게 하나 남한에 있는 가족들을 찾아보고 또 도움도 좀 받지 않을까 하는 실낱 같은 기대와 희망이 있었겠는데, 참 아쉽게 되었습니다. 북한당국이야 월남한 가족들을 적대계급으로 분류시켜놓고 온갖 불이익을 주었기 때문에 뭐 굳이 아량을 베풀 이유는 없겠지만, 그래도 북한의 이산가족들에게도 실망을 주는 그런 계기가 됐습니다.

최민석: 북한도 고령을 넘어 초고령이 되어가는 이산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지 말고 인도주의 입장에 서서 진실된 자세로 나올 때 비로서 통일로 한 걸음 다가가지 않을 까 싶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