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얻기 ‘특별상금’

0:00 / 0:00

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는 어떤 주제를 풀어볼까요?

정영: 북한이25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발표하고, 10월 10일 당창건 70주년을 맞아 “전체 주민들에게 한달 생활비의 100%에 해당한 특별상금을 수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주민을 상대로 두 번째로 현금잔치를 베풀게 되었는데요, 북한이 왜 특별상금을 전체주민들에게 푸는지, 그리고 그 이후 어떤 영향이 있을 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북한이 주민들에게 특별 격려금을 지불한다고 공표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먼저 북한 매체의 동향부터 보시죠.

정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5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발표했습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한국으로 치면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 입법기관인데요, 정령이면 법이나 같습니다. “조선로동당창건 일흔돐을 맞으며 전체 인민군장병들과 근로자들, 년금, 보조금, 장학금을 받는 모든 대상들에게 월 기준생활비의 100%에 해당한 특별상금을 수여한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최민석: 여기서 모든 대상들에게 특별상금을 준다고 발표했는데, 그러면 모든 대상이라면 전국민을 애기하는 겁니까, 아니면 대상의 폭이 따로 정해졌는가요,

정영: 북한의 발표를 그대로 해석하면, 특별 격려금을 군인과 현재 직장을 다니는 주민은 물론 대학생 그리고 연금을 받는 은퇴자와 보조금을 받는 기초생활 수급자는 물론, 장학금을 받는 대학생들까지 모두 포함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에서 꽃제비나, 농민들은 포함이 안되었나요? 이런 사람들까지 안 준다는 이야기입니까,

정영: 물론 농민들은 포함될 것으로 보이고요. 꽃제비들에게까지 특별상금을 수여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꽃제비들은 집이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해당 거주지에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하겠지요. 무직자도 현재 일하지 않는 사람들인데, 만일 이런 사람들에까지 특별상금을 준다면 그 액수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과거에는 이런 특별 상금을 준 적이 있나요?

정영: 과거에는 돈 대신 물건을 주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김일성 생일 70돌때 마안산 모포라고 하는 담요를 주었고요. 김정일 생일 50돌때는 ‘백두산’이라는 벽시계를 매 가정에 하나씩 선물했습니다.

하지만,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물건으로 주던 것을 김정은 시대에는 돈으로 주고 있습니다. 선물형태가 현금형태로 바뀐 겁니다. 김일성 생일 100돌때는 100가지씩 선물로 주라고 지시했다가 실패했지요.

최민석: 이전에도 김정은 비서가 돈으로 준 적이 있습니까,

정영: 지난 2009년 11월 말에 단행한 화폐개혁 때 북한당국은 모든 세대에 한해 10만원을 내면 천원씩 바꿔주었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가족 수에 한해서 1인당 500원씩 더 주었는데요, 그때 500원을 “김정은 청년대장의 특별선물”이라고 하면서 나누어 주었습니다.

최민석: 한국에서는 이런 게 좀 많지요. 연말이나 특별한 계기에 특별상여금 같은 것을 주는 데 이는 북한과 많이 다르죠?

정영: 한국에서는 회사마다 실적에 따라 연말에 상여금을 주는 데요, 어떤 대기업에서는 무려 월급의 600퍼센트까지 주는 회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은 모든 주민들에게 일괄적으로 골고루 준다는 점이 다릅니다. 일을 잘한 사람이나, 못한 사람이나 다 주어서 민심을 한꺼번에 얻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다면 북한이 월급의 100퍼센트를 상금으로 준다는 데 가치는 어떻습니까,

정영: 북한이 월급의 100%를 지급한다고 해도 달러로 계산하면 보잘것없습니다. 왜냐면 북한 주민의 월급이 3천원에서 5천원 정도되는데, 이 5천원을 달러로 계산하면 60센트 정도 됩니다. 1달러에도 못 미친다는 겁니다. 현재 암시세 환율로 1달러 당 8천원 정도 하거든요.

2012년 북한은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면서 근로자 월급을 100배 올려주라고 지시하긴 했습니다만, 실제로 이렇게 올려준 공장 기업소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최민석: 그러면 왜 북한이 물건대신 돈으로 베풀려고 할가요?

정영: 물건을 사서 현물로 주자면 달러가 있어야 하겠지요. 보다시피 북한은 외화가 없어 쩔쩔 매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산께이 신문도 보도를 했지요. 북한당국이 해외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에게 1인당 최소 미화 100만달러씩 상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를 했는데요, 그만큼 북한은 외화가 없어 당창건 70돌에 필요한 물자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물건보다도 아예 돈으로 풀어버리는 겁니다.

최민석: 북한에 외화는 없어도 국내 화폐는 많은가 보죠?

정영: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이번 정령에서 “내각과 해당기관에서는 실무적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내각 등 기관에서는 이번에 주민들에게 줄 화폐를 더 찍어내는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면 인플레를 증대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신의주 신발 한 켤레에 만원을 했다고 하면, 아마 10월 10일이 지나면 1만2천원으로 뛸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면 화폐가 시중에 풀리고 시장에 물건이 없기 때문에 물가가 그만큼 오르게 되는 겁니다.

현재 북한 돈과 달러의 비율도 1대 8천원이지만, 10월 10일이 지나면 1대 9천원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높습니다. 때문에 북한 돈을 많이 찍는다고 해서 이로운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최민석: 최근 보도를 보면 북한이 주민들로부터 걷어가는 세금도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요?

정영: 북한 당국은 올해 당창건 70주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주민들로부터 숱한 돈을 모았습니다. 미래과학자거리 건설이요, 백두산선군청년 발전소 건설장 지원이요 하면서 오늘은 2천원, 내일은 3천원 이런 식으로 매일 걷어가 사람들의 원성이 높아졌습니다.

최근 북한 평안북도 지방의 한 주민은 “개인이 내는 돈이 없으면 국가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터트렸습니다. 또 다른 청진시의 주민은 “당국이 얼마 전 아파트 공사를 위해 두 달치 월급을 걷어가 주민들의 볼이 부었다”고 말했습니다.

최민석: 두 달치 월급을 걷어갔다면, 결국 북한 정부가 인민들에게 준다는 한 달치보다 더 많네요. 100%주고 200% 빼앗기는 격이군요. 인민들한테서는 두 달치 월급을 가져가고 국가는 한 달치를 돌려주는 것은 ‘특별상금’이 아니라 특별 환급금이 맞겠습니다.

정영: 결국 인민들에게서 걷어들였던 세금을 다시 돌려준다는 말이 맞는데요, 결국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최민석: 결국 김정은 제1비서가 민심을 얻기 위해 돈 잔치를 베푼다고 하는데, 결과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나라경제를 위험하게 만들면서 민심을 사보려는 정치로 인해 나라 경제에 어떤 악영향이 미칠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