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지금 인천에서는 ‘45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아세아경기대회(아시안게임)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요, 북한 체육선수들도 30일 현재 종합 6위로, 금메달 8개를 목에 걸었습니다. 우승한 세계 여러 나라 선수들이 결승에서 승리한 자신의 비결에 대해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데, 북한 선수들의 입에서는 한결같이 ‘김정은 동지 덕분’이라는 찬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기계처럼 반복되는 북한 선수들의 수상 소감, 그 유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고 생각해보았는데, 그러나 아니나다를까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김정은 장군의 덕분이다, 이처럼 기계처럼 울려 나오는 북한 선수들의 심정은 어떤지 짚어보겠습니다. 정영기자, 현재 북한 선수들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몇 위를 달리고 있습니까,
정영: 30일 현재 북한은 종합 6위로, 금메달 8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1개로 합계 28개를 차지했습니다.
최민석: 현재 한국도 주최국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요?
정영: 한국은 현재 금메달 46개, 은메달 51개, 동메달54로 중국 다음으로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일본이 3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10월 2일 남한과 북한이 남자축구 결승 경기를 하게 되는데, 이 경기가 가장 볼만한 경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19일 개막해서 10월 4일 막을 내리게 됩니다.
최민석: 역시 북한은 역도, 북한말로 하면 ‘력기’에서는 세계 정상인 것 같습니다.
정영: 이번에 56kg에 출전한 엄윤철 선수와 62kg에 출전한 김은국 선수가 우승했는데요, 북한 선수들은 키가 작고, 몸집이 작기 때문에 역도를 잘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최민석: 그리고 이번이 올림픽이 아니고, 아시아 경기대회입니다. 여기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겁니다.
정영: 김은국 선수의 경우는 2년전에 열린 런던올림픽에서도 우승을 했습니다.
최민석: 북한 선수들이 경기를 잘하는 것도 있지만, 특히 북한 선수들의 이색적인 수상 소감입니다. 좀 소개시켜주시죠.
정영: 북한 선수들이 우승하자마자 김정은을 찬양하는 충성맹세를 다지고 있는데요, 직접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북한 김은국 선수: “우리는 그 무엇도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오직 하나,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원수님께 기쁨을 드리고 우리 조국 인민들과 …”
최민석: 음, 전부 선수들이 자기들의 공이 김정은 배려, 김정은의 덕분이라고 되뇌고 있군요. 북한에서 선수들이 어떤 교육을 받았기에 저렇게 로봇처럼 되나요?
정영: 북한 체육선수들이 저렇게 대답하는 데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어요.
최민석: 어떤 사연입니까,
정영: 체육선수들도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제도적인 환경인데요, 아무리 체육선수들이 국제경기에 나가서 우승했어도 말을 잘하지 못하면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처벌도 감수해야 합니다.
최민석: 아무리 경기를 잘 치렀어도 말을 잘 못하거나 행동을 잘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소리군요.
정영: 한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체육선수로서 말을 잘해서 대박을 맞은 여성선수가 있는데요, 지금도 평양에 있는데요, 1999년 8월 스페인에서 진행된 세계여자마라톤경기에서 1등을 한 압록강체육단 정성옥 선수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세계 여자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정성옥선수요.
정영: 그때 이 선수가 한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한데요,
최민석: 어떻게 이야기 했습니까,
정영: 외국 기자들이 1등을 한 비결에 대해 묻자, “김정일 장군님만을 그리며 달렸다”고 대답했습니다. 현지에서 그렇게 말했는데, 이 말이 외국 방송의 전파를 탔어요. 그렇게 되자, 김정일은 자기 위상을 띄어준 정성옥에게 최고의 선물 보따리를 안겼습니다.
일단 평양 시민 100만명이 동원되어 정성옥 선수를 평양 공항에서 숙소까지 연도환영을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공화국 영웅칭호가 수여되었고요.
최민석: 큰 공로를 세우고 죽는 사람이나 높은 고위급에게 수여되는 공화국영웅칭호가 산 체육인에게 수여된 거군요.
정영: 그렇습니다. 그리고 인민체육인 칭호가 수여됐고, 380형 고급 벤츠가 선물 되었습니다.
최민석: 어, 이거 5만달러짜리예요.
정영: 예, 그리고 명함시계, 고급 아파트 등 최고의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리고 김정일은 그에게 우승 보상금으로 미화 6만달러를 개인 계좌에 넣어주기도 했다고 평양 출신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말 한마디 잘해서 완전히 신세가 달라진 거예요.
정영: 이런 모습을 보면서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이런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입 덕에 부자 됐다”고요, 말 한마디가 뭐 어렵습니까, 사람이 순간적으로 포착하고 어떻게 말하는가에 따라 팔자를 고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인천에 온 북한 선수들은 머릿속에 내가 일등 하면 무슨 말을 할까 하는 내용이 있을 겁니다.
최민석: 메달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도 잘해야 신세가 풀리기 때문에 참 힘듭니다. 제가 보기에는 힘들게 훈련해서 1등한 선수들이 딱 우승하면 맺힌 게 있을게 아니 예요. 그런데 그런 말 한마디 못하고 지도자에게 모든 영광을 돌려야 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북한의 세뇌교육,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북한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만약 체육선수들이 우승하고 김정은에게 영광을 돌리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정영: 그런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요, 북한에서 어떤 일이 있었냐 면요. 한 군대가 낙하 훈련을 했다고 합니다. 800미터 상공에서 뛰어내렸는데요, 그만 낙하산이 꼬여서 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가 다 죽었다고 걱정했는데, 그런데 그 선수는 내려오다가 진펄(뻘)에 떨어져 살았다고 합니다.
최민석: 천만다행이군요.
정영: 그래서 동료들이 부축해주면서 어떻게 살았냐고 물으니까, 그때 김정일 덕분에 살았다고 해야 할걸 “하늘이 도운 덕에 살아났다”고 말했답니다. 그러니까 내 운명은 천운이라고 말했다는 거죠.
최민석: 떨어지면서 너무 정신 없어서 지도자에게 영광을 돌려야 하는 걸 까먹고 내 복이었다고 말했군요.
정영: 그는 사실상 영웅감이지만, 대접을 받지 못하고, 후에는 어디론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최민석: 안타깝습니다. 정말 기구하게 다시 살아났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이런 게 북한 사회라는 것을 예를 들어준 것입니다.
최민석: 자, 그러면 한 달째 김정은 제1위원장이 종적을 감추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만일 김정은이 사라진다면, 더 이상 북한의 지도자가 아니라고 하면 선수들은 또 누구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요?
정영: 그때는 또 김정은의 뒤를 잇는 사람한테 고맙다고 하겠지요.
최민석: 현재 김정은과 리설주 사이에 ‘김주애’라는 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러면 북한 선수들은 그 ‘김주애 덕분’에 일등 했다고 말해야 하겠군요.
정영: 과거 김일성 살아있을 때는 김일성에게 모든 공이 돌아갔고, 김정일이 생존했을 때는 김정일에게 모든 공이 돌아갔습니다. 지금은 김정은에게 돌아가기 시작했는데요, 김정은까지 없어지면 그 후계자로 지목된 사람에게 다 돌아가는 게 북한 체제입니다.
최민석: 이번에 북한 선수들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해서 우승한 북한의 선수들, 언젠가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 자기 가족에게 영광 돌리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