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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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장기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북한의 핵심실세 3명이 인천을 방문하고 돌아갔습니다. 핵심실세가 왔다 간 다음에 좀 편안할 까 했더니 곧바로 북한 해군함정이 서해북방한계선을 침범하는 도발로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북한. 과연 최고 결정권자인 김정은 제1비서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 지 알아보겠습니다.

김진국: 김정은 제1비서가 권력의 최고 통수권자로, 35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다는 것은 이젠 궁금증을 넘어서 많이 이상하기까지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정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것은 오늘까지 35일째입니다. 저희 프로그램에서도 한번 다룬 적이 있었는데요, 과연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김제1비서가 뇌에 문제가 생겨 근신하고 있는지, 아니면 진짜 내부에서 쿠테타가 일어나서 집단지도체제가 김정은을 배제하고, 자기들끼리 정책을 짜고 있는지 오리무중입니다. 그런데도 김정은 제1비서는 서신정치, 위임정치, 안방정치로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를 통해 한번 분석해 보시죠.

김정은이 제일 먼저 빠진 행사가 북한정권 수립 66돌 기념 행사였는데요, 9월 18일과 19일 양일간에 거쳐 평양에서는 청년동맹 초급일군 대회가 열렸습니다. 이때 김정은은 이 대회 앞으로 서한을 보냈습니다. 이 서한은 자기가 할 말을 글로 적어서 보내는 일종의 ‘서한통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 다음에는 9월 25일 최고인민회의 13기 1차 회의가 열렸는데, 이 회의에서는 12년제 교육제도 문제점만 논의가 됐습니다. 국가의 큰 정사를 논하는 회의에서 달랑 교육문제 하나가 논의됐다는 자체가 뭔가 냄새가 났습니다. 당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오르고,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이병철 공군사령관이 국방위원에 올랐습니다. 김정은이 불참한 가운데 군부 장성들이 국방위원에 오른 것은 자기들끼리 집단적 의사결정구조를 형성하지 않았냐는 추측을 낳게 했습니다.

그리고 10월 1일 중국의 국경절을 맞아 김제1비서가 시진핑 등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냈습니다. 이는 ‘서신정치’에 해당하는데요, 그러다가 갑자기 북한에서 핵심실세 3명이 무더기로 한국 인천에 상륙했습니다.

김진국: 저도 금요일 밤에 인터넷을 깜짝 놀랐습니다. 이 3명의 고위층은 북한에서도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로 알려졌는데, 이 사람들이 내려온 이유에 대해서도 의혹이 많지 않았습니까,

정영: 저도 밤에 이 3명의 실세가 한국에 내려온 다는 보도를 보고 놀랐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러다가 통일이 되는 것 아니냐?”고 전화까지 걸어오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북한이 통째로 다 내려왔다는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인민군당 책임비서이고, 최룡해는 얼마전 까지만 해도 2인자의 자리를 꿰찼던 인물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는 대일, 대미, 대남 등 통일전선전략을 짜는 총책인데, 이 사람들이 북한의 주요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김진국: 저도 자료화면을 보니까, 이 3명의 실세들을 경호했던 사람들이 검은 색안경을 끼고 서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김정은 제1위원장처럼 경호를 받는 수준의 사람들이 남한에 내려왔다는 자체가 굉장히 높은 사람들이 왔구나 하고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영: 분위기가 좀 이상했지요. 원래 북한에서는 김정일, 김정은 등 김씨 일가만 근접 경호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인천공항에 딱 내리는 순간, 비행기 트랙에서 내려서 공항 밖으로 빠져나가는 데 경호원들이 둘러쌌지요, 이건 무슨 쿠테타를 수행한 군부 인사가 바깥 나들이에 나선듯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핵심실세 3명이 북한으로 돌아간 뒤에는 북한 중앙텔레비전에 전혀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원래 3명의 고위급 파견이 ‘김정은 위원장의 배짱’, ‘용의주도한 전술’, ‘대남주도권’을 잡았다는 등 선전으로 북한 매체에서 도배가 될 텐데요, 전혀 보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욱이 김 제1위원장은 인천아시안 게임에서 승리하고 돌아간 체육선수들을 격려했다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북한 노동당과 국방위원회에서 선수들을 환영하는 연회를 차렸다고 하는데, 최룡해 당비서가 김정은의 ‘위임에 따라’ 선수들과 감독들을 격려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김정은이 최룡해에게 자기 대신 선수들을 축하해주라고 했다는 소린데요, 이건 위임통치에 해당되는 것이지요.

김진국: 저는 좀 아쉬운 것이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북한 대표단과 한국의 통일부장관, 국무총리 이렇게 나란히 앉아서 손을 잡고 있기도 한 모습이 인상 깊었는데, 이런 사진을 북한에도 좀 보도가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북한 주민들에게는 좀 아쉽네요.

정영: 사실 행사에 참가한 북한 핵심실세들은 이례적으로 남한의 애국가가 울릴 때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일어서서요. 과거에는 도도하고 기 싸움을 많이 벌였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 대표단이 굉장히 인자하게,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동네 할아버지처럼 너그럽게 인사도 하고 덕담도 건네고요. 이건 도대체 남과 북의 대표들이 날선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들이 온 분위기이기 때문에 남쪽에서는 점수를 후하게 매겼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핵심실세가 돌아간 다음 3일만에 서해 북방한계선에서 도발을 했습니다.

김진국: 극적인 반전이 있었는데요, 자세히 알아보시죠.

정영: 7일 오전 북한군 해군 경비정 1척이 서해 연평도 부근 북방한계선을 900미터 침범해 남하했습니다. 그러자, 남한 해군이 경고통신을 하고 경고사격을 하자, 북한 경비정도 수십 발의 대응사격을 해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또 냉탕과 온탕을 오가냐? 이렇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3일 전에 김정은 특사자격으로 3명이나 내려와서 남북대화를 하자고 하다가 또 번복하지 않는 가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진국: 방금 북한이 냉탕온탕 전략을 쓴다고 하셨는데, 북한 대표단이 와서 백세주를 마셨다. 사이다를 마셨다는 등 그 자리에 놓인 술, 음료수를 애기하다가 떠난지 얼마 안되어 또 술 대신에 포탄을 주고 받는 상황으로 되는 데, 북한이 이렇게 핵심실세 3명을 파견해놓고도 또 서해상에서 도발을 하면 북한에도 이롭지 못하겠는데요, 의도적인 도발이겠습니까, 아니면 실수였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실수이기를 바라겠습니다.

정영: 정상적인 사고대로라면 북한의 도발은 본인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면 북한이 핵심실세 3명을 파견했을 때는 분명 남쪽에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왔을 겁니다.

금강산 관광 재개나, 또는 대북지원을 요구하기 위해서 보여지는데, 5.24 조치를 해제하도록 남북대화를 주도하겠다는 의도에서 내려 보냈겠지만, 저렇게 도발을 하면 남한 여론이 외면합니다. 지금 북한의 내부 경제사정도 상당히 좋지 않다고 하는데, 북한이 저렇게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 결국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의사결정 구조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김진국: 35일째 보이지 않는 김정은 제1비서,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이 인천에 왔을 때만해도 한국에서는 이젠 북한도 도발을 자제하고, 남한과 협력하려는 모양이다, 하고 잠시 잠깐 안심했었습니다. 하지만, 3일 뒤 이어진 북한의 도발은 남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이 오락가락 모습을 보이면 김정은 제1비서의 이상설만 증폭시키기 마련입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