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여러분과 함께 북한선전매체의 내용을 파헤쳐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의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이 10월 1일 ‘국제 노인의 날’을 맞아 평양시내 노인들을 모아놓고 체육, 오락경기 등 각종 행사를 조직하고, 예술 공연도 보여주면서 노인우대 정책을 선전했습니다. 또 대남 웹사이트에는 한국의 거리에서 리어커를 끌고 가는 노인 사진 두 장을 공개하고, 이들이 쓰레기를 주어 하루 하루 힘들게 연명하고 있다고 비난했는데요,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의 판이한 연로자 복지에 관해 애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의 노인 복지 정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자, 먼저 남한에서는 10월을 ‘경로의 달’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10월 2일 노인의 날을 기념하는데요, 북한도 노인의 날을 기념하고 있는가요?
정영: 그렇습니다. 남한에서 노인의 날을 맞아 각종 행사를 할 때 북한도 비슷하게 ‘국제 노인의 날’을 기념했습니다. 북한의 고유한 기념일이 아니라 유엔에서 제정한 ‘국제노인의 날’을 쇠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일 평양시내 노인들을 모아놓고 다양한 체육경기와 장끼 자랑 등 문화행사를 벌였다고 북한 중앙TV가 소개한 내용을 한번 듣고 넘어가겠습니다.
북한중앙TV: ‘국제노인의 날’을 맞으면서 노인들의 체육 경기가 힘있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영: 북한이 법적으로 ‘연로자 보호법’이라는 것이 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국가에 돈이 없고, 쌀이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국제노인의 날’을 올해 처음 진행된 거 같은데,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 ‘어머니 날’, ‘국제노인의 날’ 등을 쇠고 있는데요, 과거에는 별로 없었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는 한국에 정착했다가 미국으로 왔는데, 한국에서는 노인들을 기념하는 날이 있습니까,
정영: 한국에 있을 때 보니까, 노인의 날(10월 2일)과 ‘어버이 날’이라고 하는 5월 8일을 크게 쇠고 있지요. 국가가 사회적으로 헌신하고 수고해온 어르신들을 공경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의미에서 후대들에게 경로효친의 미덕을 심어주고 있는데요,
10월은 특별히 경로의 달이지요. 한국에서는 노인의 날 기념식을 전국의 노인관련 단체나 지방자치제에서 진행하고 있는데요, 모범적인 노인들에게 기념패와 훈장도 수여하고요, 예술공연, 만찬 등 다채롭게 진행합니다.
최민석: 한국도 초고령 사회로 넘어가면서 이런 행사가 많아지고 있지요.
정영: 웬만한 건강한 노인들은 80~90세가 넘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최민석: 80~90세에도 정정하신 분들이 많지요.
정영: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면 이렇게 수명도 길어지지요. 그래서 노인복지가 잘 됐는지를 보려면 그 나라의 평균 수명을 보면 알 수 있거든요. 특히 올해 노인의 날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국 노인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복지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까지 했습니다.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모든 분들께 다 드리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서 저도 참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박 대통령이 노인들에게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정말 마음이 짠했습니다.
최민석: 아니, 왜요?
정영: 북한 같으면 지도자가 인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머리를 수그리는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지요. 그렇지요. 대통령이 제 주머니에서 꺼내주는 것도 아니고, 국가에 돈이 많아야 되는데, 그 20만원이면 미화로 180달러 가량 되는데, 그 돈이면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쌀 50kg은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선 그 돈이면 쌀 200kg을 살 수 있는 큰 돈입니다.
최민석: 참, 요즘 한국 정치권에서는 노인 기초연금수령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후퇴했다고 논란이 있지요,
정영: 그렇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 때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매달 20만원, 그러니까, 미화 약 180달러씩을 매달 지급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 임기 4년기간에 총 60조3,000억원, 미화로 약 600억 달러 이상이 노인들에게 생활비를 지급하게 됩니다. 북한의 1년 예산이 200억 달러 정도 되는데, 600억 달러면 굉장히 많은 돈이지요.
최민석: 북한 예산의 3배에 달하네요.
정영: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 예산이 충분치 않아 조건이 좀 어려운 사람부터 시작해 약 70%에게 10만~20만원씩 차등 지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노인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를 한 것입니다.
최민석: 한국의 대다수 노인들은 그 돈이 없어서 살지 못할 만큼 빈곤하지는 않지요. 또, 젊어서부터 노후준비를 하느라 자체로 돈을 차곡차곡 저금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 돈이 없어도 살아 갈 수 있거든요.
정영: 그래서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도 박 대통령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한국 언론을 듣고 넘어가죠.
MBN녹취: 이삼 대한노인회 회장은 "박 대통령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어른으로서 정부의 재정이나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주는 무리한 요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화답했습니다.
사실 복지라는 것이 끝이 없습니다. 복지라는 것은 노인들, 기초 생활수급자, 장애인들을 먹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병치료까지 다 돌봐주어야 하는데 사실 나라에 돈이 많아야 가능한 문제입니다.
최민석: 정영기자도 알다시피 지금 유럽의 그 돈 많은 나라들도 복지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습니까,
정영: 영국이나 단마르크(덴마크), 노르웨이와 같은 나라들은 모두 복지가 발달된 나라들인데요, 이 나라 근로자들은 수입의 약 40%를 세금으로 바쳐야 합니다.
최민석: 그런 나라에서는 돈을 많이 벌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하고요.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또 복지혜택은 그만큼 덜 받고요. 참, 얼마 전에 북한 대남선전매체를 보니까, 남한의 두 노인이 리어커를 끌고 가는 사진을 공개하고 비난했는데요, 어떤 내용이지요?
정영: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는 자동차가 붐비는 거리에서 한 할머니가 리어커를 끌고 가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그 사진 속의 노인이 “사회의 버림 속에 방랑하는 남조선 노인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자, 이 사진을 한번 보시죠.
최민석: 이 아래 사진의 할머니는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 가방을 메고 손 수레를 끌고 장을 보러 가는 주민 같은데요?
정영: 쌀 같은 것은 무거우니까, 수레를 가지고 장 보러 다니는 노인들이 꽤 있지요.
그런데 북한이 실수한 것이 하나 있는데요, 리어커를 끌고 가는 노인 옆에 자가용 승용차와 택시가 꽉 들어차 있는데요, 북한 매체가 한국의 거리에 자가용차가 많다는 것을 선전하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최민석: 참 서울에서는 자동차를 피해서 사진을 찍기는 참 어렵지요.
정영: 나라의 경제가 발전해 그만큼 차도 많고, 그러면 잘사는 사람이 많아 세금도 많이 걷을 수 있고, 그러면 노인들에게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줄 수 있거든요.
최민석: 앞서 말씀대로 복지라는 것은 돈이 있어야 합니다. 그 돈이 어디서 나는가요? 바로 세금에서 해결하는 것입니다. 국민이 낸 세금을 가지고 그것으로 교육, 의료 등 국가기반 건설, 복지 등을 집행하는 게 아닙니까,
정영: 하지만, 나라에 돈이 없으면 아무리 정책적으로 좋다고 해도 집행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의 경우가 딱 그렇습니다. 말로는 무상치료다, 무료교육이라고 해놓고는 돈이 없으니 거짓말이 되는 것입니다.
북한은 세금이 없는 나라라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세금으로 걷는 돈이 없기 때문에 국가는 돈이 없어 항상 쩔쩔매고요, 북한에 세금은 없는 반면에 물가는 너무 올라가서요. 일반 주민들이 정말 죽을 맛이라고 아우성입니다.
심지어 북한은 나라에 공을 세운 공로자들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90년대까지 북한에서 연로보장 받는 사람이 하던 말이 있었습니다.
최민석: 무슨 말인가요?
정영: 국기훈장과 메달을 타면 나라에서 하루에 식량 600그램, 돈을 60원씩 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마 돈이 좀 올라갔겠지만, 그런데 나라에 식량과 돈이 없다 보니 못 줍니다. 그래서 결국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강선제강소 노력영웅이 굶어 죽는 참사까지 벌어졌습니다.
최민석: 참 안타깝게 되었군요.
정영: 북한은 지금 남의 복지가 어떻소, 노인들의 생활이 어떻다고 말할 때가 아니라 자기 주민들부터 먼저 배불리 먹이고, 공을 세운 어르신들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노인들을 공경하려면 나라의 경제가 살아야 되지 않습니까,
이런 때를 두고 “제 코나 바로 씻으라”는 말이 있지요. 북한은 말로만 연로자 보호를 잘한다고 말만하지 말고 주민들과 한 약속, 그리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노약자들부터 찾아 먼저 찾아 복지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정영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