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까발려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얼마 전 북한의 손전화 통신회사인 ‘고려링크’의 대주주 나기브 사위리스 이집트 오라스콤 회장이 북한을 다녀갔습니다. 사위리스 회장이 북한을 왜 다녀갔는지는 정확히 밝혀진 게 없지만, 아마도 투자 이익금 상환에 대한 논의를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 매체는 사위리스 회장이 단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선물만 전달했다는 보도로 그쳤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에 투자한 오라스콤 텔레콤의 딜레마, 즉 발을 빼지도 넣지도 못하는 속 사정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예, 북한 주민들이 지금 손에 들고 사용하는 손전화의 숨겨진 배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자, 얼마 전에 북한 매체에 이집트 전기통신회사 나기브 사위리스 오라스콤 회장이 평양을 다녀갔다는 보도가 잠깐 나오기도 했는데, 방문해서 뭘 했습니까,
정영: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나기브 사위리스 오라스콤 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선물을 드렸다고 짤막하게 보도했습니다.
최민석: 선물을 줬다, 그 이상은 없고요?
정영: 북한 매체는 사위리스 회장의 방북 목적과 일정 등은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청취자 분들도 아마 오라스콤 회사 회장이 왜 평양을 다녀갔는지 궁금해 하실 거라고 보입니다. 한국 언론을 비롯한 외신은 사위리스 회장이 이번 방문 때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관측했지만, 불발되었습니다.
최민석: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근 41일째 공식 매체에 등장하지 않았는데, 과연 사위리스 회장을 만날 형편이 됐겠습니까,
정영: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며칠 전에 지팡이를 짚고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 전에 41일째 공식 매체에 등장하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사위리스 회장을 만날까 하고 궁금했는데요, 역시 만남이 불발됐습니다.
사위리스 회장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했는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는 만나보기도 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사위리스 회장, 장성택 당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세 명이 같이 합동사진을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때는 김정일 위원장이 가운데 서지 않고 제일 옆에 섰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누가 섰습니까,
정영: 사위리스 회장이 섰지요.
최민석: 많이 배려를 해줬네요.
정영: 그러게 말이죠. 그때 북한이 어려울 때 김정은이 후계자로 될 때 사위리스 회장이 한 3억 달러, 아주 크게 투자해주었습니다.
최민석: 네, 자리를 내줄 만 하네요. 역시 돈이 좋긴 좋습니다.
정영: 그래서 북한에게는 굉장히 고맙지요. 이 사람한테요.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도 옆으로 비켜서고, 사위리스 회장을 가운데 세우고, 그리고 장성택 부위원장도 비켜섰습니다.
그런데 사위리스 회장은 아직 김정은 제1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교 소식통들은 이번에 사위리스 회장이 북한에 들어가면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고 전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최민석: 사위리스회장이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대접을 잘 받았는데요, 그런데 왜 김정은은 왜 못 만나고 있나요, 거기에 무슨 원인이라도 있습니까,
정영: 사위리스 회장에게는 지금 말 못할 큰 고민이 있는데요, 바로 오라스콤 회사가 북한에 투자한 이익금을 가져가야 되는데, 북한이 이걸 돌려주지 않기 때문에 김정은 제1위원장도 일부러 피하는 것 아니냐는 그런 추측을 낳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이 오라스콤에 돌려줘야 할 투자 이익금을 아직 한번도 주지 않았다는 애깁니까,
정영: 한번도 안 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4억달러를 못 받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최민석: 4억 달러를 못 받아가고 있다고요?
정영: 지금 북한 주민들은 잘 아시는 지 모르겠지만요, 지금 사용하고 있는 손전화에서 이익금이 발생하면, 북한 체신성은 25%를 가져가게 되어 있고요. 오라스콤 텔레콤은 75%를 가져가게 되어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75:25로 나눴군요.
정영: 원래 주식회사 형태인데, 주식 배당을 51:49만 되도 51%를 차지한 사람은 대주주가 되는데, 오라스콤이 75%를 차지했다는 것은 정말 대주주라는 소리죠. 예를 들어서 두 기업이 동업해서 100달러를 벌었다면 오라스콤은 75달러를 가지게 되고, 북한은 25달러를 가지게 되는 식입니다.
그런데 오라스콤이 북한에 투자한 손전화 사업비용이 약 3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거기에 많은 이익이 많이 났습니다. 통계적으로요. 그런데 오라스콤은 내가 가져갈 돈은 4억달러가 되는데 왜 안주냐고 하는 거죠. 북한에서 손전화 사업은 정말 대박을 쳤다고 전문가들도 말할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최민석: 그런데 가입자가 얼마나 되길래 성공했다고 하나요?
정영: 얼마 전에 오라스콤에서 발표된 손전화 가입자 수는 24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주민 2천4백만명으로 봤을 때 10명당 1명은 가지고 있다는 소리군요. 이거 대단하네요.
정영: 북한의 손전화 가입자는 꾸준히 증가했는데, 웬만큼 사는 사람은 다 손전화를 쓴다고 합니다.
최민석: 그런데 그렇게 이윤이 났는데, 왜 지분을 나누지 않았습니까,
정영: 대북소식통들과 오라스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실제로 오라스콤이 가져가야 할 돈은 4억달러인데, 북한 입장에서는 줄 외화가 없다는 겁니다.
최민석: 외화를 결제해줘야 하는데, 결제할 외화가 없다는 거군요.
정영: 북한은 현재 손전화를 쓰는 사람들에게 한 사람당 쓸 수 있는 통화량을 200분으로 고정시켰습니다. 이걸 북한 돈으로 하면 2,500원 가량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쓰려면 추가로 전화카드를 사서 넣어야 하는데, 이 전화카드는 미화 10달러나 된다고 합니다. 손전화 정액제인 2,500원을 암시세 달러로 계산하면 0.3달러밖에 안됩니다. 하지만, 북한의 고시 환율로 계산하면, 1달러당 100원이니까, 25달러는 된다는 거죠.
그런데 북한 체신성이 2,500원으로 북한 돈으로 받았으니, 오라스콤이 가져가야 할 돈은 북한 돈이 된다는 소립니다. 이걸 오라스콤이 그 북한 돈을 가져가선 뭐합니까,
최민석: 이 환율에서 문제가 생기는 거군요.
정영: 그래서 지금의 통계상으로 보면 오라스콤이 가져갈 수 있는 돈은 약 4억달러가 되는데, 이것을 암달러 시세로 바꾸면 5백만 달러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북한은 내줄 수 없는 거죠.
최민석: 이 큰 거액이 북한의 환율 때문에 껌 값이 되어 버리는군요. 그러면 오라스콤은 북한 돈을 가져가지 못하고, 그걸 달러로 바꿔야겠고, 참 빼도 박도 못하게 됐군요.
정영: 그러면 그 배당금을 북한 돈으로 가져가라고 하면, 오라스콤은 그 돈을 가져다가 어디다 쓰겠습니까, 북한에서는 지금 1달러당 100원이라는 고시환율이 없어지고, 1달러당 8,000원이라는 암시세가 국가 고시환율처럼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라스콤은 80배 밑지면서 그 돈을 못 가져가겠다, 모자라는 부분을 채우라고 하면 북한은 그걸 채울 힘이 없는 거죠. 그래서 발생한 문제 같습니다.
최민석: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납득이 되기 시작했는데요, 북한이 배당금을 주고 싶어도 못 주겠군요. 정말 사위리스 회장의 발걸음이 참 무겁겠군요.
정영: 그래서 사위리스 회장이 작년에 어떤 말을 했냐면요. “배당금이 회수될 때까지 그 일당지배 국가(북한)에 더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최민석: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겠다? 그렇게 불만 한다고 그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다른 방법을 취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정영: 이번에 사위리스 회장이 들어가서 어떤 토론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돈을 못 물면 금강산을 한 50년동안 운영하게 나에게 권한을 달라, 혹은 105층 류경호텔 운영권을 몇십년 동안 달라고 할 수 있다는 거죠.
최민석: 돈 대신 부동산 현물로 바꿀 수 있다는 소리군요.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보통 이런 식으로 끝난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정영: 북한은 주식배당금을 제때에 물지 않거나, 얼렁뚱당 넘어갈 경우에 국가 신용도가 떨어집니다.
최민석: 그런데 지금 북한의 국가신용도가 더 떨어질 곳이 있습니까,
정영: 지금 북한이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관광산업을 발전시킨다. 전국에 경제특구를 만든다고 하면서, 지금 19개나 만들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그 땅에 누가 투자하겠습니까,
최민석: 하도 사위리스 회장과 같은 사람이 있어서 목돈을 투자해줬지, 누가 돈을 꾸어줍니까, 북한이 이렇게 외국에 진 빚은 러시아에도 있었고, 한국에도 물어줘야 할 돈도 아주 많고 물어야 할 돈은 세계 곳곳에 있습니다. 북한은 외국과 합작을 하기에 앞서 먼저 자기 신용부터 돌이켜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