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혈맹관계’ 복원에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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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는 어떤 주제를 풀어볼까요?

정영: 북한 관영매체가 10월 25일 중국인민지원군의 한국전쟁 참전 65주년을 맞아 ‘피로써 맺어진 전통적 친선역사’(혈맹관계)를 부쩍 강조했습니다. 이는 김정은 체제 들어 경색되었던 북중관계가 최근 들어 회복되는 듯한 분위기에 맞춘 것으로 풀이해볼 수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지금의 북중 관계를 짚어보고 향후 발전전망에 대해 북한 언론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예, 북한이 김정은 체제 들어 악화되었던 북중 관계를 다시 복원시켜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10월 25일이 북한 매체가 이에 대해 어떻게 보도했습니까,

정영: 우선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보시죠, 25일 '조선전쟁에서 과시된 조중(북중) 인민의 전투적 우의'란 제목의 글에서 "피어린 항일 대전의 불길 속에서 맺어진 조중 인민의 친선은 지난 조선전쟁 시기에 전투적 우의로써 힘있게 과시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조선중앙텔레비전은 ‘피로써 맺어진 조중 친선'이라는 기록영화를 반복적으로 방송하면서 6.25전쟁때 전사한 중국인민지원군들의 영웅적 소행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노동신문은 북한 고위 간부들이 평양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묘에 화환을 진정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중국과의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악화된 김정은 체제 치고 이례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최민석: 중국관련 영상물도 보지 못하게 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때문에 북한의 이런 언론보도의 경향은 어떻게 하나 중국과의 관계를 풀어보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최민석: 한국과 미국측으로서는10월 25일을 생각조차 싫은 날 아닙니까,

정영: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힘입어 한국과 미군 등 유엔군이 북한군을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10월 25일 중공군이 참전하면서 전세는 역전되었는데요, 만일 그때 중국군이 참전하지 않았다면 이미 한반도는 60년전에 통일되었을 거란 아쉬움도 있지요.

최민석: 하지만, 북중 관계는 김정은 체제 들어 상당히 악화되었지요?

정영: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망하기 전에 아들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주면서, 동시에 안정적인 북중관계를 물려주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무려 2차례나 중국을 찾아갔지요.

그때 김정일 위원장이 말했던 것이 “조중친선은 선대 수령들이 피로써 가꾸어온 전통적인 관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마디로 중국지도부에 김정은을 부탁한 거지요. 만일 자기가 죽더라도 잘 돌봐달라는 당부였는데요,

최민석: 그런데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으로 인해서 북중관계가 많이 나빠졌지요.

정영: 2013년 장성택 처형 후부터 북중간 고위급 왕래가 중단되었는데요, 중국의 고위층들도 김정은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국언론이 보도했습니다.

권영세 전 중국대사는 지난 9월 1일 한국방송에 출연해 “제가 (중국)가기 전에 이야기를 들었던 것보다 훨씬 더 안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권대사는2013년 6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중국대사를 지낸 한국의 정치인 인데요,

그가 중국대사로 있을 때 북한이 장성택을 처형했지요, 당시 북한은 중국에 자세한 내용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중국 당국도 장성택 처형 동기를 알고 싶어서 한국측에 문의하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중국은 장성택이 처형되는 것을 보고는 김정은 정권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최민석: 북한과 중국간 불협화음은 김정은 정권 들어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정영: 현재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비핵화인데요, 그런데 북한은 핵보유국이라고 헌법에 박아 넣었고요. 이 문제 때문에 북중관계는 삐걱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김정은 제1위원장도 최근 중국 놈들에게 역사와 오늘이 어떻게 다른지 톡톡히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 노동당창건 70주년 행사에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을 파견했습니다.

최민석: 예, 류윈산 상무위원이 평양에 가서 김정은을 만난 다음에 이야기가 좀 달라졌는데요, 거기에 대해서 설명해주시죠.

정영: 중국이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 상무위원을 평양에 보낸 것은 북한의 간청에 따른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습니다. 사실 북한은 노동당 창건절 행사를 군대 수만명, 시민 10만 여명을 동원시켜 거창하게 준비했거든요.

최민석: 러시아 열병식과 중국의 열병식에 단단히 영향을 받은 모양으로 대단하게 준비했지요.

정영: 그런데 외국대표단을 초청했는데, 대부분 가지 않겠다고 하자, 이거 뭐 힘들게 준비했는데,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안 오면 망신이지 않겠습니까?

최민석: 그렇지요.

정영: 그래서 북한이 핵문제를 언급하지 않으니까, 중국에 대고 높은 사람 좀 보내달라고 요청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최민석: 체면 좀 차려달라, 이런 간청이 있었을 수 있다는 거지요.

정영: 중국이 류윈산 상무위원을 파견하니까, 김정은 제1비서는 상당히 고무된 모습이었는데요, 그래서 열병식때 류윈산 옆에서 굉장히 기분이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북중관계가 다시 복원되냐 마냐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마침 노동당 창건절 행사가 끝난 다음 한국과 중국, 일본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모여서 학술회의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중국 외교부 산하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위사오화 연구원은 “북중관계는 이전 상태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민석: 그게 무슨 말입니까, 류윈산 상무위원이 평양을 다녀간 다음에는 좀 달라진다는 분위기가 감도는데요,

정영: 중국으로서는 지금 G2, 즉 세계질서에 있어서는 미국과 중국이 최고 정상에 올랐다고 자부하거든요. 그런데 중국의 입장에서는 G1, 그러니까, 미국을 앞지르겠다는 야심이 있거든요.

그런데 북한이라는 나라가 핵을 가지고 딱 옆에 붙어있으면 상당히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북한의 핵을 포기시켜야 하는데, 북한이 핵을 고집하기 때문에 향후 혈맹관계가 절대로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최민석: 중국의 입장에서는 자기네 앞 마당은 깨끗해야 된다는 소리군요.

정영: 위 연구원은 “(북중 관계는) 동맹(혈맹)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과거 1950년대와 60년대처럼 모택동, 김일성 시대처럼 끈끈한 관계로 발전할 수 없다는 소립니다.

이 중국전문가는 설사 관계가 복원된다고 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 정상화’ 수준이라고 평가했는데요. 정상적 대화나 가지는 관계로 유지될 것이란 지적입니다.

최민석: 대화는 하되, 실제적으로 움직이는 조치는 드물 것이다, 요즘 북한이 외교적으로 상당히 고전을 면치 못하지 않습니까, 북한을 둘러싼 국제적 환경에 대해서도 좀 설명해주시죠.

정영: 얼마 전에 리룡남 북한 대외경제상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라오스 등 나라들을 돌면서 투자를 받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런 발전도상 국가들 조차 북한의 일관성 없는 경제정책과 투자수익 회수에 대한 확신성이 없어서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 간부들 조차도 김정은 정권을 가리켜 ‘왕따형 독재국가’라고 한탄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에서 이런 말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정영: 현재 김정은 제1비서는 대외적으로 고립되면서도 주민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인민’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고 있습니다. 백두산발전소 건설자들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기념사진 찍고, 모란봉악단과 공훈합창단 예술인들에게 군사칭호를 올려주고, 훈장도 무더기로 안겨주고 있습니다.

최민석: 쉽게 말해서 내부 주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선심정치’를 펴고 있군요. 그렇습니다. 북한이 핵을 고집하면 할수록 중국과의 관계는 점점 더 요원해질 것이라고 해외 언론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