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 매체가 최근 이른바, ‘최순실 사건’으로 남한의 박근혜 정부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자력자강력 자랑을 하고 나섰습니다.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 11월 7일 자는 “자력자강과 예속이 가져온 판이한 두 현실”이라는 글에서 “최악의 정치경제적 파국으로 인민생활이 도탄에 빠지고, 그로 인해 반박근혜 투쟁의 불길이 세차게 타번지고 있다”면서 “자립적 민족경제가 있기에 우리 인민들의 물질문화생활은 나날이 윤택해지고있다”고 자랑했습니다.
현재 남한과 북한의 경제적 차이가 무려 40배 이상 나는데도 북한은 아전인수격으로 자력갱생이 좋다고 강변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최근 남한의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가지고 남북한 경제규모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최민석: 네, 북한이 ‘자강력 제일주의’를 주창하고 있는데요, 남한과 북한의 경제차이를 실례로 들어가면서, 이제부터 그 실체를 알아보겠습니다.
정영: 북한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 11월 7일자에는 북한이 자력자강으로 이뤘다는 지하전동차 사진과 자그마한 경비행기 사진, 그리고 무슨 강철공장과 신발공장, 비료공장 등 사진 몇 장 실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에 발사된 대륙간탄도 미사일 시험발사 사진을 게재하고 “자력자강으로 비약하는 자립적민족경제가 있기에 우리 인민들의 물질문화생활은 나날이 윤택해지고 있으며, 이 땅 그 어디서나 로동당만세소리, 사회주의만세소리가 높이 울려 퍼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 하단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남한 시위자들의 사진을 대조적으로 실었는데요. 요즘 남한 사회에서는 이른바 ‘최순실 사건’으로 국정이 혼란스럽지 않습니까,
박근혜대통령이 공식 권한이 없는 최순실이라는 여자에 농락당했다는 의혹으로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데, 그만큼 남한에서는 국민들이 대통령도 비판할 수 있는 민주주의적 자유를 갖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인데요. 그런데도 북한은 이 기회를 타서 “지금 남조선에서는 최악의 정치경제적파국과 혼란으로 하여 인민들의 생활이 도탄에 빠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그 자강력 제일주의란 말도 새로운 소리가 아니고 많이 듣던 소린데요?
정영: 그렇습니다. 원래 자력자강이라는 말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김정은 위원장 이렇게 3대째 내려오면서 북한이 즐겨 쓰는 구호입니다.
자력갱생이란 말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써먹던 것인데, 김정은 시대에는 말을 살짝 바꾸어 ‘자강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아무리 자강력 덕분에 발전했다고 해도 남한의 일인당 소득을 놓고 따져보면, 여전히 대비도 되지 않습니다.
올해 9월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2015년 북한 1인당 명목 GDP 추정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북한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1,013달러로 나타났습니다. 2014년의 930달러보다는 조금 증가한 수치인데요. 하지만, 남한 국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5년에 2만 7천 195달러였습니다.
북한과 무려 26배나 차이가 났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자신들의 경제가 자립적 민족경제에 토대하고 있기 때문에 나날이 발전하고, 남한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남한 국민들이 아우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남한 통계청이 지난 2015년 12월 발표한 ‘2015년 북한의 주요통계지표’에 따르면 북한의 국민총생산은 (GNI)는 2014년 기준으로 34조 2360억 원이었고, 남한은 1496조 6000억 원으로 44배 북한보다 앞서있었습니다. 이처럼 남한의 경제 규모가 세계경제 10위권에 진입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거기에 북한이 자기네 영세한 규모를 비교한다는 것은 궁색한 비교라고 보겠습니다.
최민석: 김정은도 스위스를 유학해서 세계화 추세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오히려 고립과 폐쇄를 의미하는 자강력 정신에 함몰되었다는 것은 뭔가 부족하지 않나요?
정영: 북한은 1960년대에는 오히려 남한보다 경제 규모가 컸습니다. 일본이 중국 등과의 대륙침략전쟁을 위해 북한 쪽에 집중적으로 공장과 철도, 발전소 등을 많이 지어서 오히려 남한보다 경제기반 시설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1961년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할 당시 남한 국민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82달러, 북한 주민 1인당 국민총생산은 320달러로 약 4배 가까이 앞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한에 박정희 대통령, 그러니까, 현재 박근혜 대통령 부친이 집권한 이후 경제발전 정책을 내놓고 추진할 때,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국방공업 우선 발전 정책을 내놓고, 자력갱생을 촉구했습니다.
이때부터 북한에서는 군수공업은 발전하고, 인민경제는 나날이 쇠퇴되기 시작했는데요, 1990년대 중반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미누스) 성장을 했습니다. 그러다가1990년대 중반에는 국민일인당 국민총생산(GDP)은 일인당 600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조금 상승해서 1천 달러에 턱걸이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북한 김정은 체제가 자강력 제1일주의를 고집하는 한 획기적인 경제발전 전망은 없어 보인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김정은도 스위스를 유학해서 세계화 추세를 알고 있지 않습니까, 무슨 대책이 없나요?
정영: 김정은 위원장은 처음 인민들 앞에 등장할 때 약속한 게 있지요. 그때가 2012년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 행사 때였지요. “인민들에게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에 “우리나라도 발전된 세계기술을 받아들이고, 경제를 발전시키자”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북한 경제일군들 속에서는 “아, 젊은 지도자가 이젠 개혁개방을 시도하는가 보다”하고 기뻐했답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사회주의 열차에 자본주의를 태우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김씨 체제를 그대로 두고 거기에 자본주의 경제방식을 도입하라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어차피 개방할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최민석: 정영기자, 그러면 뭔가 배워야 하지 않습니까,
정영: 그때 북한에서 머리 좋고 똑똑한 경제학자, 연구사들이 말레이시아와 스위스 등 발전된 나라에 파견되어 경제를 배워가지고 각종 경제전략을 세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농업을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해야 한다고 했던 학자인 김일성 종합대학 경제학부 한 교수는 공개 총살당하고, 나선특구지대법을 만들었던 경제전문가 수십 명이 총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위부 등 권력감시 기관이 개혁을 시도하던 북한 경제학자, 연구사들을 체포하고, 총살하면서 “사회주의를 망하게 하려던 반역자들”이라고 매도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북한에서 잠시 불었던 개혁의 바람은 사그라지고, 누구도 무서워서 입을 벌리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것을 목격한 북한의 간부들은 “아까운 사람들이 죽는다”고 걱정하면서, “우리는 개혁개방을 절대 할 수 없는 나라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합니다.
최민석: 그렇군요. 결국 내세울 게 자강력 밖에 내세울게 없다는 거군요.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