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자국민 구하러 비행기 띄우는데

북한에서 풀려나 미국으로 귀환한 케네스 배씨(왼쪽 두번째)가 어머니(맨 왼쪽)와 친지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북한에서 풀려나 미국으로 귀환한 케네스 배씨(왼쪽 두번째)가 어머니(맨 왼쪽)와 친지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F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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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까발려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오늘은 북한이 미국인 2명을 석방한지 며칠이 지나도록 공식매체에서 보도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은 지난 8일 케네스 배씨와 매튜 토트 밀러씨를 전격 석방했습니다. 온 세계가 자국민 보호 의무를 잘 지키고 있는 미국에 대해 탄복하는 시간이었고, 북한으로서는 2년 동안 끌어오던 미국인 억류 사건을 마무리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응당 ‘김정은 동지의 통 큰 결단’이라고 선전할 줄 알았던 북한 매체들이 아직까지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예, 미국인 2명이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났다는 보도가 나온 지 지 닷새가 지나도록 북한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북한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정영: 북한은 지난 8일 미국인 두 명을 석방하고도 공식매체에서 아직까지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11일 우회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친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미국 CNN 방송에서 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는 분명한 사실이란 말이 되었군요?

정영: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앞으로 보냈다는 사실을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고, 이를 미국 정부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사실과 어긋나는 보도자료를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아니, 그건 무슨 소립니까,

정영: CNN 방송이 보도한 것을 보면요. 당시 북한이 제출한 성명서에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억류 미국인들의 행동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았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보도했는데요,

하지만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0일 CNN방송에 출연해서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 당국에 사과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한 클래퍼 국장이 북한에서 ‘고위급 정책 논의’를 하지 않았다면서 “특히 북한 핵개발 문제는 건드리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미국 정부측에서는 억류된 사람 이외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아무 문제도 토의하지 않았다는 거군요. 정영기자, 그런데 북한이 근 2년 동안 끌어오던 케네스 배씨를 그냥 아무 대가 없이 그냥 풀어주었다, 아무래도 의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정영: 과연 북한과 미국간에 어떤 이면 합의가 없었는가 하는 것인데, 미국인 2명이 석방된 다음 북한이 우회적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1일 ‘정보기관 총괄자가 전달한 오바마 친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임기의 마지막 국면에서 정보기관의 최고수장을 평양에 파견한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와 각오는 앞으로 미국이 취하게 되는 행동을 통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측의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미국과 북한이 어떤 정책을 구사할 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민석: 그렇다면 결국 북한이 미국인 3명을 붙잡고 있다가 정치적 문제로 풀어주었다고 봐야 하겠지요?

정영: 앞서 조선신보에서 밝혔듯이 북한이 한 오바마의 친서요, 미국이 취하게 될 행동이요 하는 것은 다 정치적인 발언이거든요. 결국 미국인 석방에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렸다는 소린데, 북한의 논리대로라면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들은 케네스 배씨의 경우, 노동 교화형 15년, 또 밀러 씨는 징역 6년을 감옥에서 살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모두 풀어주었습니다. 그것은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서, 정치적인 환경에 따라서 풀어줄 수도 있고 감면시켜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최민석: 북한에서는 미국인들을 잡아두고 있다가, 정치적인 문제가 생길 경우, 써먹기 위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담보 정도로 생각하지 않냐는 생각이 듭니다.

정영: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정부가 관심을 두지 않고 무시하고, 대상해주지 않을 때 그때마다 미국인들을 하나씩 붙잡고 있다가 놔주면서 관심을 끌고 이런 패턴(습관적 반복)을 보여왔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북한이 두 미국인을 붙잡고 어떻게 하는가 보자고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 결국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가니까, 풀어주면서 무슨 미국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로 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는 거죠.

또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인 2명을 갑작스레 석방을 한 것은 유엔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에 영향을 주자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인가요?

정영: 현재 북한은 온 나라가 ‘김정은 구하기’에 나섰습니다. 현재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국제적 움직임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북한은 외교부, 국방위원회, 군부에 “원수님(김정은)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되는 것은 무조건 막아라”라는 칙령이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그래서 미국인 2명을 내보냈다고 해석해도 될까요?

정영: 북한의 의도는 “미국인 두 명도 우리나라(북한)에 관광 왔다가 죄를 지었지만, 우리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다 돌려보냈다, 그랬으니 당신들도 대북인권 제재 결의안의 수위를 좀 낮추라”고 한다는 거죠.

최민석: 정영기자는 이번 미국인 석방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습니까,

정영: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책임적으로 하고 있다, 국가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최민석: 국가는 국민을 지키는 존재다 이렇게 생각했다는 거죠?

정영: 간단한 예로 이렇게 말해봅시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평양까지 1만 킬로미터가 넘습니다. 그런데 왕복으로 하면 2만 킬로가 넘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억류된 미국인들을 데리러 갈 때마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가고, 또 이번에는 미국 정보국장이 찾아갔습니다.

이렇게 비중 있는 인사들이 갈 때면 워싱턴에서 평양까지 군용기나 전세기를 직접 가지고 갑니다. 그러면 그 비행기 값이 엄청나게 많이 듭니다. 휘발유 값만해도 엄청 날 것이고, 그 비행기를 빌려서 가지고 가기 때문에 그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인 한 명 두 명을 데려오는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정부는 과감하게 한 명이 잡혔든, 두 명이 잡혔든 직접 비행기를 보내서 데려온다는 것은 정말 세계적으로 굉장히 찬양할만한 일입니다.

최민석: 그러면 입장을 살짝 화제를 바꿔서요. 만약 미국에서 북한 주민을 억류한다고 칩시다. 그러면 북한이 “우리 국민을 내놓으시오. 우리 국민을 찾아가기 위해서 우리 지도자의 전용기를 가지고 가겠소”라고 봐줘야겠죠. 그런데 북한이 그럴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정영: 아마 그렇게 되면 북한당국은 포기하겠지요. 자폭정신으로 죽든, 아니면 재간 껏 빠져 나오라고 하겠지요. 사실 북한에서 장마철에 물이 불어나서 사람들이 갇혔을 때 김정은이 직승기를 보내서 사람들을 구해주었다는 사랑의 일화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자연재해기 때문에 응당 구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최민석: 제가 이번에 이걸 보면서 느낀 것은 북한은 평양에서 그 거대한 아파트가 붕괴되었는데도 실종자나 생존자 구출은 염두에 두지 않고 다 밀어버렸어요. 그러니까 살아있을 수도 있는 사람들을 다 죽었다는 거예요. 북한에는 인권이나 생존권 같은 것이 없다는 겁니다.

정영: 그런 북한과 자국민 두 명을 구출하기 위해서 미국 정부가 엄청난 비용을 쓰면서 비행기까지 동원한 것을 보면, 북한과 미국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민석: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선진적인 나라들은 다 이런 식으로 합니다. 국민을 끝까지 보호하는 국가, 그게 국가의 존재 이유지요.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