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김정은 구하기’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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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짚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인권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유엔북한인권 결의안이 회원국들의 압도적 찬성으로 의결되었습니다. 이로써 지난 몇 달 동안 애써 벌여온 북한의 ‘김정은 구하기’가 사실상 실패로 귀결되었는데요, 북한 매체들은 미국의 인권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왜 북한의 언론매체들이 ‘행차 뒷 나발 식’ 비난을 퍼붓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 선전매체들이 왜 최근 들어 미국의 인권에 대해 그렇게 대립각을 세우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최근 북한 선전매체들의 동향을 먼저 전해주시죠.

정영: 북한 매체는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북인권 결의안 움직임이 미국이 책임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 대남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18일자에도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로버트 킹 미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는데요,

이 매체는 ‘인권문외한-로버트 킹, 제집일이나 바로 잡아라’고 강하게 불만을 터놓았습니다. 기사는 지난 12일 한국에서 진행된 북한인권 토론회에 참가한 로버트 킹 미국무부 북한인권 특사가 한 발언들을 조목조목 비난하면서 미국의 인권상황이 더 열악하다느니, 북한체제에서 인권은 정부가 다 보장해주는 이상사회라고 극구 비호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하는 주장을 보면 계속 지금까지 반복하던 문제 아닙니까, 자기네는 인민들의 생활을 국가가 보살펴주고, 집도 공짜로 주고, 배움의 기회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국제사회가 이걸 인정하지 못하지요?

정영: 국제사회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사람은 태어나서 누릴 수 있는 말할 자유, 들을 자유, 여행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보장해주라는 권고 사항이거든요.

그리고 먹을 것을 찾으러 외국에 나가는 주민들을 사살하라고 군대에게 명령하고, 붙잡아선 정치범 수용소에 끌어가서는 개처럼 취급하고요. 특히 정치범 수용소 20만명의 수감자들을 구금하고 가혹하게 탄압하는 인권유린 행위를 중단하라는 권고사항입니다.

이러한 인권유린 행위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의 권력자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북한에서의 인권유린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자들을 유엔사법재판소에 세우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거든요. 이걸 막기 위해서 북한이 지금까지 제동을 걸어 온 겁니다.

최민석: 우리방송에서도 이 같은 내용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다루었기 때문에 청취자 분들이 잘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북한이 왜 미국과 한국에 대해서만 그렇게 대립각을 세우는가요?

정영: 현재의 국제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움직임들을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그런 선입견 때문인데요, 사실상 북한인권 문제를 조사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위원장은 호주 출신의 대법관이지요. 미국 사람도 아니고 호주 사람인데, 북한은 유엔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는 문제들조차도 미국이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입니다.

최민석: 욕하고 싶은 사람이 필요한데, 그러다 보니까 미국한테만 대고 손가락질 하는 거예요,

정영: 심지어 북한은 자기네 인권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고 최근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2명을 데리러 간 미국 정보국장에게도 했습니다.

최민석: 북한 지도부가 미국 대통령 특사에게 투정을 부렸다, 북한 지도부가 자기네 인권문제에 대해 아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군요.

정영: 그렇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주민들에게 보도해주지 않아 아마 주민들은 아예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요, 지난 11월 7일 제임스 클래퍼 미국 정보국장이 평양을 깜짝 방문했습니다. 이유는 북한에 억류된 케네스 배씨와 매튜 토드 밀러 씨 등 미국인 2명을 석방시키기 위해서인데요, 그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했는데, 상대 대화 파트너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장인 김원홍과 북한군 정찰총국장 김영철로, 클래퍼 국장은 이렇게 북한의 핵심 지도부 인사들과 만났습니다. 그런데 만찬을 겸한 자리에서 북한 관리들은 자기네 인권문제에 미국이 간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합니다.

최민석: 내친김에 클래퍼 국장이 평양 갔을 때 북한관리들과 나눈 대화 내용도 북한 주민들이 좀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 되네요.

정영: 이번에 클래퍼 국장은 억류됐던 미국인 두 명을 성공적으로 데리고 평양을 빠져 나왔는데요, 클래퍼 국장은 미국 방송에 출연해서 북한관리들과 나눈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최민석: 클래퍼 국장이 북한에 가서 만났던 관리들과 나눴던 대화를 말이지요?

정영: 클래퍼 국장은 방북 기간 북한 관리들과 만났는데, 그들은 심한 ‘제도적 편집증’에 젖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민석: 여기서 ‘제도적 편집증’이라는 말은 좀 어려운 말인데요.

정영: 편집증은 일반적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나, 의심이 많고, 적개심이 많고 다소 이상한 정신상태를 이르는 말인데요, 북한 관리들은 바깥 세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자기의 논리나 의도에 많이 꿰어 맞추려고 하는 경향 같은 것이 있었다는 겁니다.

북한 관리들은 한미 합동훈련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일정시점에 가서는 북한 인권문제를 꺼내 들면서 미국이 개입하기 때문에 이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내부 문제에 간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전에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을 북한 당국이 거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번에 미국 정보국장이 가니까, 미국 정부의 고위층이 왔기 때문에 이런 투정을 받아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는 거예요.

정영: 클래퍼 미국 정보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가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북한도 내심 오바마 대통령이 친서를 가지고 왔다고 하니까, 뭐가 있겠지 하고 기대를 했겠지요. 그러나 정작 펴보니까, 핵문제나 외교관계 문제 등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고 하니까, 실망을 많이 했다는 겁니다.

북한으로서는 내심 뭔가 바랬다가 잘 되지 않으니까, 인권문제, 한미합동 군사훈련 중지 등 이러저러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상 북한으로서는 이번에 실패한 작전이라고 보겠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억류 미국인 2명을 풀어준 것도 바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라고 보는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었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압박을 가해오자, “자, 우리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범죄를 한 사람들도 풀어주니까, 너희도 우리 최고 지도자를 국제행사재판소에 세우지 말라”는 의도라고 비쳐졌는데요, 사실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북한은 결국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었습니다.

최민석: 사실상 북한의 소위 ‘김정은 구하기’는 실패한 거다 이렇게 봐야겠지요?

정영: 이제 국제사회는 비록 당장 어렵지만,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 법정에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게 되었습니다.

최민석: 결국 북한, 온 국민이 나서 벌인 김정은 구하기에서 실패했고, 미국에 뭔가 좀 기대했는데,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통과는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을 위해 이뤄낸 또 하나의 쾌거라 하겠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