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여러분과 함께 한 주간 북한선전매체의 내용을 다시 풀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의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김정은 체제 들어 체육강국 건설을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과 노동신문은 매일같이 체육 소식을 전하고, 마식령 스키장과 전국에 체육시설들을 대거 건설하는 등 체육양성에 힘을 넣어왔습니다. 하지만 장성택 국가체육위원회 위원장이 실각했다는 뜻밖의 변수를 만나면서 앞으로 체육 분야에서 상당한 변화가 예고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후견인, 장성택의 실각이 주는 북한 체육계의 변화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체육강국 건설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건 북한에서 장성택의 실각설이 나왔습니다. 향후 어떤 변화가 있겠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정영기자, 김정은 체제 들어와 체육이 상당히 강조되고 있지요?
정영: 중앙텔레비전에서는 매일 보도시간에 체육소식이 나오고 있는데요, 12월 1일자 중앙텔레비전 보도를 한번 듣고 넘어가시죠.
최민석: 예, 그러지요.
북한 중앙TV: 당의 체육전문화 방침을 높이 받들고, 3중 영예의 붉은기 대동강구역 릉라 고급중학교에서 축구반 운영에 힘을 넣어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거의 매일같이 체육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시대에 체육강국 건설이 국가목표라는 것을 제시했는데요, 특히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조총련)이 발행하는 잡지 '조국' 12월 호는 북한의 목표는 올림픽을 비롯한 주요 국제대회에서 15위권 내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민석: 굉장히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있네요. 그런데 북한이 '체육강국' 건설을 내건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정영: 북한은 외부 사회에 핵개발 국가다, 테러를 일삼는 깡패국가다, 마약범죄국가 라는 불명예스런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체육을 통해서 이러한 국제적 이미지를 희석시켜 보려는, 그러니까, 물에 타려는 의도에서 현재 체육을 한창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체육이라는 것은 투지와 열정, 그리고 사람들을 웃길 수도 있고 기쁨을 줄 수 있지 않습니까,
최민석: 사람들이 여기서 대리 만족을 느끼지요.
정영: 누가 국제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하면 내가 금메달을 탄 것처럼 뿌듯하고, 생기가 생기지요. 그래서 북한은 체육을 통해서 가난하고 못사는 주민들이 어려움을 잊게 하고, 국가적 자긍심, 지도자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 보려고 체육양성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그 체육 양성을 위해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총대를 멘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북한이 체육강국 건설을 내건 이유가 국가위상을 제고시키고, 그리고 주민들의 사기 진작으로 봐야겠군요.
정영: 그래서 수완이 좋고 추진력이 있는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지난해 11월 4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 오르고, 그 산하에 자기와 가까운 측근들을 대대적으로 인입하는 등 체육발전을 위해 상당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최민석: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분야 쪽으로 장성택 라인이 형성된 거로군요.
정영: 노동당행정부가 북한의 홍위병, 장성택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집합체라면, 국가체육지도위원회는 또 하나의 장성택의 라인으로 분류되는 권력층을 망라한 권력지반이라고 볼 수 있는 거지요.
최민석: 그러면 장성택이 맡고 있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가 우습게 볼 만한 조직이 아니네요.
정영: 그렇습니다. 국가체육지도위원회는 내각 총리에 속한 국가기관이 아니라 국가의 기간산업, 즉 북한이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는 전략을 수행하는 막강한 지도기관입니다.
최민석: 참, 그런데 얼마 전 그 국가체육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성택이 실각됐다는 말이 나왔는데요, 장성택 위원장이 언제부터 안보이기 시작했습니까?
정영: 장성택은 지난 11월 6일 북한을 방문한 일본의 참의원 의원 이노키 간지 일행을 만난 이후 공개 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프로레슬러 출신인데요,
최민석: 벌써 근 한달 가까이 되네요.
정영: 3일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밝힌 데 따르면 장성택이 당 정치국위원, 노동당 행정부장,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등 모든 명함을 다 떼고 지금 한직에 놓였다고 알려졌는데요,
최민석: 아, 그럼 장성택이 이렇게 많은 직권을 가지고 있었습니까, 한국으로 치면 총리가 내무부 장관, 문화부 장관 뭐 다 맡은 격이네요.
정영: 그래서 북한에서는 "장씨 가족이 다 해먹는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왔거든요. 평양에서 유명한 해당화관도 장성택이 소유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최민석: 예,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정영: 그런데 장성택 행정부장이 어느 정도 실각되었는가 하면 그의 핵심 측근이었던 노동당 행정부 이용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공개 처형되었다고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밝혔습니다.
최민석: 정말 오른팔과 왼팔이 다 잘린 상태라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네요.
정영: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차마 장성택을 총살하지 못해서 측근을 공개처형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게 봐야지요.
정영: 그래서 현재 북한 내부에서 권력투쟁이 아주 심각한 상황으로 번져지고 있는데요, 이것이 앞으로 북한의 체육분야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상상이 안 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민석: 장성택 위원장이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알려졌는데,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부가 아닙니까,
정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 김경희의 남편이지요. 하지만, 이런 말이 있지요.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눠 가질 수 없다"는 말이 있지요,
최민석: 더구나 북한과 같은 왕조국가에서 그렇게 할 수 없지요.
정영: 이번 장성택 실각 사건에서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의 입김이 사실상 맥을 추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민석: 김경희, 즉 고모와 김정은 사이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거지요.
정영: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밝힌 데 따르면 김경희는 남편 장성택과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장성택의 실각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실각을 강행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김경희의 건강이 회복불능이 되거나, 아니면 김정은이 고모의 말도 듣지 않고 막간다고 보는 거지요.
최민석: 두 사람의 사이가 이제는 갈 데까지 갔을 수도 있다고 보는 거겠지요.
정영: 장성택이자, 김경희가 아니겠습니까, 사실 김경희만 아니면 김경희와 장성택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지요.
최민석: 그렇지요. 장성택은 백두 혈통이 아니지요.
정영: 그렇기 때문에 장성택을 친다는 것은 김경희를 친다는 말이 될 만큼 첨예한 문제인데요, 그래서 북한전문가들은 김경희의 건강이 회복불능상태가 아닌지, 아니면 김정은이 이제는 김경희의 말을 듣지 않을 만큼 자신감을 가졌는가 이렇게 보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면 장성택의 실각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권력층은 물론 체육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예고되지 않겠습니까,
정영: 김정은이 장성택을 치기 시작했다면 장성택의 사람들도 전면 물갈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면 권력투쟁이라는 것은 본인은 물론 그와 연결된 가지를 치는 수순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민석: 아무래도 인맥으로 통하는 곳에서는 더더욱 그러겠지요.
정영: 공산국가에서 권력투쟁이라는 것은 한 사람을 숙청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집단, 그리고 그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까지 모두 쳐내는 경우가 됩니다. 사실 이렇게 되면 장성택에게 줄을 댔던 사람들, 사실 조심스러울 것입니다.
최민석: 정말 장성택의 사람들이 겁나겠습니다.
정영: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인기몰이를 해서 주변에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2000년 초반에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처벌을 받았지요. '당내 분파행위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노동현장에서 강제노동을 했던 경험이 있는데, 일종의 혁명화이지요. 그런데 김정은 시대에 와서 다시 한번 실각설에 시달리면서 절대 권력에 가까이 했던 권력자들의 어떻게 되는지 다시 한번 입증해주는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최민석: 독재국가에서 제2의 권력자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결국 언제인가 올 것으로 예견했던 장성택의 숙청이 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습니다. 장성택에 의해 체육강국 건설을 외치던 북한의 선전에 차질이 빚어질 거 같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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