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정영: 12월 9일은 북한의 2인자였던 장성택이 숙청된 지 2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날을 맞아 북한 노동신문이 당의 유일적 영도체제를 더 굳게 세우자고 다시 한번 촉구했는데요. 장성택 처형 이후 지난 2년 간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자신의 권력기반을 닦기 위해 고위간부들을 무더기로 처형 또는 숙청해온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김정은 권력안정이 과연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예, 장성택 처형 2주년을 맞는 북한의 숙청의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정영기자, 12월 9일을 맞아 북한에서 특별한 이벤트라도 있습니까,
정영: 북한 매체는 노동당 제7차대회를 맞아 김정은에 충성맹세를 다지는 행사들이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중앙텔레비전에 따르면 평안북도 답사행군대가 신의주와 창성, 정주 등을 이어 달리면서 충성맹세를 다지는가 하면, 노동신문 12월 4일자는김정은 제1비서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황해제철연합기업소 노동자들의 궐기모임이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세상이 열백번 뒤집히고 그 어떤 천지풍파가 닥쳐와도 선군조선의 운명, 미래인 김정은동지를 정치사상적으로, 목숨으로 결사옹위하며 당의 령도를 충직하게 받들어나가자”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즉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이러한 행사는 우연한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장성택 처형 2주기를 맞아 노동신문에 실렸습니다.
최민석: 다른 나라에서는 연말 연시가 되면 서로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12월 25일과 1월 1일이 되면 연말이 참 즐거운데요, 북한은 좀 특이합니다. 재작년 이맘때였지요. 북한의 2인자 장성택 숙청되었다는 뉴스가 전 세계를 깜짝 놀래 왔지요?
정영: 2년전 이야기를 다시 상기시켜보면요. 2013년 12월 9일이었지요, 북한이 장성택을 노동당 정치국확대회의에서 체포했다는 소식을 타전한 뒤에 바로 사흘 뒤에 전격 처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광석화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된 장성택 제거를 보는 세계의 눈은 자기 고모부도 죽이는 패륜적 행동을 하는 어린 지도자가 과연 남북관계나 세계에 어떤 영향을 몰고 올 것인가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김정은 정권이 권력기반 안정화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와 함께 아직도 불안정의 지속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럼 성공적이라고 보는 견해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숙청과 처형이라는 충격요법을 통해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는 반대세력의 싹을 싹둑 잘랐다는 점인데요, 먼저 2012년 7월에는 군부 실세였던 리영호 북한군 총참모장을 숙청했고, 2013년 12월에는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했으며, 잇따라 올해 5월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도 처형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장성택 숙청에 한몫 한 것으로 알려진 최룡해 노동당 비서까지 농촌으로 쫓아버렸습니다.
최민석: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혁명화를 참 많이 하지요?
정영: 그래서 혁명화 간 최룡해를 보면서 일부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차라리 몸이 아프다고 핑계 대고 집으로 들어가지 나오지 말지, 괜히 자식과 며느리까지 다 데리고 혁명화 가느냐고 말이었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은과 권력을 나눌 수 있었던 유일한 인물이 장성택이었는데, 장성택까지 숙청되자, 북한에는 더 이상 김정은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이 없지 않냐는 예상이 북한 전문가들 속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김정은 정권은 권력장악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이 상당히 약화되었다는 것입니다. 간부들 속에서는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고, 진심으로 받들지 않는 면종복배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한국의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과 북한 권력층 사이에 '운명공동체' 의식이 약해졌습니다. 실제로 김정은 집권 4년동안 노동당과 군대 등 고위 간부 100~130명이 처형 또는 숙청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민석: 한국으로 치면 장관이나 국장급이 100명 이상 숙청된 겁니다.
정영: 이 사람들만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 친척, 아는 사람까지 치다 보면 1만 명이 될 지 3만명이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최민석: 고위층 간부들 속에서는 처형, 숙청이 무서워서 탈북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지 않았습니까,
정영: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해외주재관이 2013년 8명, 2014년 18명, 올해 10월까지 20명 등 최근 3년간 46명의 고위급이 귀순했습니다.
최민석: 그렇다면 북한에 남은 간부들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간부들의 동향은 어떻습니까,
정영: 고위 간부들이 김정은과 가까이에 가지 않겠다고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에서는 권력이자, 곧 돈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간부로 출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줄을 댔습니다. 하지만, 처형되는 간부들을 보면서 “태양의 주위에 가까이 가면 타 죽고, 멀어지면 얼어 죽는다”는 기피심리가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최민석: 꼴등도 아니고, 1등도 하지 말고 중간쯤 가자, 그러면 죽지 않는다는 소리군요.
정영: 특히 김정은이 가장 관심 있어하는 분야의 상이나 부서의 간부들 자리는 조심해야 할 듯합니다.
최민석: 어떤 자리인가요?
정영: 김정은이 요즘 산림복구를 위해 ‘10년대계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산림에 신경을 많이 쓸 텐데요. 김정은이 지나다니다가 벌거숭이 산을 보면 산림상을 끌어다가 총살할 수 있습니다.
최민석: 참, 쉽지 않습니다.
정영: 그리고 김정은이 또 강조하는 부분이 하나 또 있지요? 물고기를 많이 잡으라고 하지요? 그러면 수산상도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비록 60~70대의 고위간부들도 허리를 굽실거리게 만든 공포 정치 덕분일지 몰라도 앞으로 간부들이 김정은에게 얼마나 충성할 지 궁금해집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