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부, 김정은 비현실 지시에 ‘황당’

0:00 / 0:00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여러분과 함께 한 주간 북한선전매체의 내용을 다시 분석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의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요즘 북한 매체들이 '풀과 고기를 바꾼다'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구상이 실천되었다, 이렇게 선전하면서 세포등판을 대대적으로 띄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간부들 속에서는 김 제1비서의 지시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서 골치 아파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현실과 동떨어진 김 제1비서의 풀판조성, 그리고 평양시 주차장 건설, 잔디심기 등을 한번 점검해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에서 요즘 '풀과 고기를 바꾼다'는 세포등판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지요?

정영: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세포등판을 개간한 결과 앞으로 주민들의 식탁이 더 풍성해질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한 재담도 만들었는데, 한번 들어볼까요?

최민석: 예, 그러시죠.

북한중앙TV: 재담 <풀판은 좋다>

남자: 경애하는 원수님의 구상 따라서 세포등판을 대자연 풀판으로 개조하는 날엔…

여자: 온통 얼음판이 되지요, 뭐.

남자: 뭐 얼음판이 된다고요? (으흐흐…)

북한은 지난 1년 동안 대규모 노력을 동원해 강원도 세포등판에 약 5만 정보에 달하는 풀판을 조성했는데요, 그리고 여기서 양떼와 소떼가 넘쳐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는데, 주민들은 이것을 곧이 믿을지 몰라도 간부들은 참 딱한 심정이라고 합니다.

최민석: 아니, 간부들은 왜 딱한 심정이나요? 무슨 이유가 있나요?

정영: 바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비현실적인 지시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지난 22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한 내용입니다. 김 제1비서가 "앞으로는 자가용의 시대이니 평양시에 건설되는 아파트들에 주차장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쌀 대신 고기를 먹으면 식량 부족은 해소된다"고 지시를 해서 간부들을 황당하게 만든다고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미국이나 스위스, 그리고 한국의 경우에는 김 제1비서의 이런 말은 맞을 수 있습니다. 발전된 나라 수준에 맞추자면 당연히 북한에도 아파트마다 주차장이 있어야 하고, 농경지를 뒤집어 엎고 풀판을 조성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이런 나라들과 북한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2012년 세계GDP순위, 즉 국민소득을 보면 스위스는 7만8천 달러로 세계에서 4번째로 잘사는 나라고요.

최민석: 그렇습니까?

정영: 그리고 한국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5천달러, 그런데 북한 주민은 1천 3백 달러로 남한에 비해 19배 차이가 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위스나 한국의 경우에 국민들은 밥보다는 우유나 빵 등 영양 음식으로 해결하고, 고기 등 부식물을 먹기 때문에 쌀을 그다지 먹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 쌀도 없어서 주민들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그만큼 향상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풀판을 만들기 보다는 우선 먹는 문제를 풀어야 하거든요.
그 다음에 풀판을 만들고 부식물을 심어 먹을 수 있는 땅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걸 간부들이 뻔히 아는데도 차마 말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다는 겁니다.

최민석: 김정은 제1비서가 원하는 것은 정말로 먹을게 많아서 골라 먹을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하는데, 현재 북한은 골라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정영: 발전된 나라 수준으로 되자면 다 순서가 있는 법이지요. 소나 염소가 어디 순수 풀만 먹고 살겠습니까, 사실 겨울이면 춥고 영양이 딸리기 때문에 낟알을 먹여야 되거든요, 그래야 짐승들도 겨울 내내 영양상태가 좋아져서 다음해 발육에도 좋은데요, 북한은 지금 풀만 가지고 짐승을 기른다고 하는데, 간부들도 실현 불가능하다고 보는 거지요. 북한이 지금 경제 도약을 한다고 하는데, 너무 비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최민석: 김정일 위원장 살아 있을 때에도 염소방목을 한다고 농경지를 뒤집어 엎고 풀판을 만들었던 적이 있지요?

정영: 예, 그렇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양어장을 만들라고 지시해서 인민들이 참 고생했는데요, 결국 양어장도 실패했지요. 그래서 고위 간부들은 김정은의 지시에 대해 "충동적이고 현실을 무시한 지시가 많아서 걱정을 하고 있다"고 한국 정부 관계자가 일본 신문에 밝혔습니다.

최민석: 18세기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유명한 말이 있지요.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해 세계적으로 굉장히 유명한 말이 됐는데요, 당시 프랑스와 지금의 북한의 사정이 비슷하다고 보면 아시겠지요.
최고사령관의 명령이니까, 이걸 집행하지 않았다가는 장성택처럼 숙청될 수도 있고, 그렇다고 어쩔 수 없고, 간부들이 참 안타까울 것 같습니다. 그 통에 인민들만 죽어날 것 같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지금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보내드리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다음 소식입니다. 12월 24일은 북한에도 명절인데요, 올해는 백두혈통의 정당성을 유달리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정영: 24일을 맞아 북한매체들이 '백두혈통'에 관한 우상화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날이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고사령관 추대 날이고 또 김정숙의 생일이어서 그런데요, 하지만, 북한 중앙텔레비전의 보도내용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최민석: 예, 한번 들어보시죠.

북한중앙tv: <시 백두혈통밖에 모른다> 수령님과 장군님 그대로이신 우리 원수님만이 이으실 수 있는 '백두산 혈통'…

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성택 숙청으로 인해 불안한 내부 정서를 거르기 위해 북한이 '백두혈통'을 부쩍 강조하는 것 같은데요, 또 여기에 김 제1비서의 외할아버지 고경택의 이력이 드러나면서 북한에서 하는 '백두혈통' 선전이 말짱 반 쪽짜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뉴스 전문 방송이지요, YTN이 24일 보도한 내용인데 한번 듣고 넘어가시죠.

YTV녹취: YTN은 일본 방위청 자료실에서 김정은 외조부의 과거 행적을 입증하는 구 일본 육군성의 비밀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고경택은 일본 군복공장에서 고위직인 관리인 신분까지 올라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민석: 김정은 제1비서의 친가는 백두혈통, 외가는 백두혈통에 대적한 친일파라는 주장이군요. 그러니까, 김 제1비서의 선대 조상들은 서로 적수였다는 주장인데, 흥미롭습니다.

정영: 그러니까, 김일성, 김정숙은 일본군을 치는 활동을 했고요, 백두산에서 했다고 하지요. 그런데 김정은의 외가 쪽은 그 항일빨치산을 잡으러 다니는 일본군대의 군복을 만들었다는 애긴데요,

최민석: 피복공장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다는 거죠?

정영: 그렇습니다. 일제기관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다고 하면 친일파가 되는 거죠. 북한에서 친일파는 철저한 계급투쟁의 대상으로 되었지요. 북한에서 8.15해방 이전 일제 기관에 복무했던 사람들은 3대가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본인은 친일파라고 해서 처형되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갔고, 자녀들은 대학에도 못 가고 탄광이나, 광산에서 일생 동안 노역을 해야 하는 불이익을 당했습니다.

최민석: 그렇게 북한의 계급출신대로 놓고 보면, 김정은 제1비서도 지금 탄광이나 광산에 가있어야 할 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정영: 이렇게 북한이 계급투쟁을 대상을 가리지 않고 혹독하게 벌였는데요, 지금 김정은 제1비서도 자기의 외가 쪽 이력이 드러나는데 대해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것 같습니다.

최민석: 김 제1비서도 굉장히 혼란스럽겠네요. 자신의 정통성을 살리자면, 백두혈통을 선전해야 하는데, 외가 쪽 이력이 발목을 잡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김정은의 백두혈통이 반쪽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봅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