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정영: 최근 일본의 서쪽 해안에서 조난당한 북한 목선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거기서 시신 수십구가 발견되었습니다. 물고기 잡이에 나갔다가 돌아가지 못한 북한 어선들로 보이는데요, 최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물고기 대풍을 마련하라고 연일 지시하면서, 북한 어민들이 열악한 목선을 타고 바다에 나갔다 참변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왜 북한이 물고기 잡이에 그토록 매달리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낡은 목선들이 일본 앞바다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소식, 북한에서 물고기 대풍을 마련한다는 소식과 때를 맞춰 전해지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먼저 북한의 분위기를 알아보시죠.
정영: 현재 북한 관영매체들에서 물고기 잡이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28일에는 평양에서 제3차 군 수산부문열성자회의가 진행됐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세 번째로 열린 수산열성자회의에는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을 비롯한 군 고위인사들이 참가해서 회의의 중요성을 엿보게 했습니다.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은 보고에서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백두의 칼바람에 돛을 달고 사나운 풍랑을 과감히 뚫고 나가면서 노동당 제7차 대회를 맞이하는 다음해에 또다시 물고기대풍을 안아오기 위하여 힘차게 싸워나갈 데 대하여 강조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제1차 수산열성자회의에 참가했던 김정은이 이번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지난 11월부터 북한군 313부대와 549부대 산하의 수산사업소를 찾아가 물고기 대풍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는 549군부대관하 15호수산사업소에서 수천 톤의 도루묵을 잡았다는 보고를 받고 기뻐서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대만족을 표시했는데요, 도루묵을 직접 들고 있는 사진까지 공개했습니다. 김 제1비서는 이번 겨울철 집중 어로전투기간에 5만톤의 물고기를 잡으라는 지시를 했습니다. 최고지도자의 이런 지시가 북한 어민들을 사지판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김 제1비서는 작은 배를 가지고 겨울에 물고기 잡이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거예요. 또 옆에 있는 일군들도 이거 안 된다고 감히 말을 하지 못하는 거예요. 죽을 까봐. 그래서 애꿏은 어민들만 죽어나가고 있군요.
정영: 일본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일본 서부 해안에서 발견된 북한어선으로 추정되는 목선은 모두 34척에 달했습니다. 일본 지지통신은 지난 10월 이후 일본 쪽으로 표류해온 목선이 총 16척에 달하며, 거기서 27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12월 21일 보도했습니다. 한국언론이 보도한 데 따르면 일본 해안에서 발견된 북한 추정 어선은 2013년에 80척, 지난해에도 65척이나 됐습니다.
지형적으로 보면 일본이 동해바다 쪽으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북한에서 조난당한 배들이 떠내려가다가 일본 서부 해안에 많이 걸린다는 거죠. 하지만, 실제로 가라앉는 배들도 있을텐데, 이런 배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최민석: 침몰하거나 다른 데로 흘러간 배들도 있을 수 있다는 거군요. 그럼 100척이 넘을 수도 있다는 소리군요. 참, 희생자가 너무 많습니다.
정영: 이 조난당한 배들에는 ‘조선 인민군’이나 ‘보위부’라고 쓴 한글 표기가 있기도 했고, 어떤 배에서는 찢어진 북한 국기로 보이는 천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조난당한 배들이 보통 얼마나 큽니까,
정영: 일본 해역에서 발견되는 북한 추정의 목조선들은 고기배라기 보다는 전마선, 그러니까, 배와 배 사이에 연락을 다니는 수준의 쪽배입니다. 대부분 길이가 12m, 폭 3m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최민석: 그런데 북한이 왜 이처럼 물고기 잡이에 집착하고 있는가요?
정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최고사령관 명령으로 물고기를 잡으라고 하지 않습니까, 김정은 제1비서가 들어와서 달라진 게 뭐냐 하면 지금은 수출하지 말고 인민생활에 돌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인민생활을 돌보는 ‘애민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으려는 의도입니다.
특히 내년도 5월에 36년 만에 노동당 제7차대회를 진행하지 않습니까, 특별히 내놓을 게 없는 김정은이 인민들의 식탁에 생선이라도 올려놓겠다는 심산 같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차라리 육고기나 올려놓지 왜 하필이면 어렵고 위험한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으라고 하나요?
정영: 물고기 잡이는 위험하기는 하지만, 손쉽게 실적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민석: 고기 같은 것을 공급해야 하는데, 못하니까, 생선이라도 공급하자, 단백질을 그런 식으로라도 해결해보자는 의도군요.
정영: 돼지나 소, 닭을 키우자면 사료가 있어야 되지요. 그게 없지요. 또 겨울에는 덥혀줘야 하니 전기나 석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습니다. 짐승도 추우면 잘 크지 않습니다. 더욱이 올해 농사가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집짐승에게 먹일 사료도 부족한 형편이지요. 그래서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수산업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바다로 나간 배들이 돌아오지 않아 논란이 된 겁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북한에서 열악한 쪽배를 타고 나가기 때문에 어민들이 죽어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영: 요즘 북한 매체들도 동해바다에 나가 취재열기를 펼치고 있는데요, 물고기 잡이를 무슨 전투에 비유하면서 목숨까지 바치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직접 한번 들어보고 넘어가겠습니다.
북한중앙TV보도: 하기에 원수 격멸의 총폭탄을 만장약하는 심정으로 물고기 잡이전투를 벌여온 이들입니다.
(북한 어민)얼마 전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우리 사업소 07호가 작업하는 어장에 갑자기 날씨가 나빠졌습니다. (사업소에서는)빨리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어창에 물고기를 가득 채우기 전에는 만선하기 전에는 절대로 들어올 수 없다고 하면서 전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다 나니 생사를 판가리 하는 파도와 맞다 들게 되었습니다. 또 추진기에 밧줄이 감기게 되었습니다.
북한기자: 추진기에 바줄이 걸렸다면 정말 어려웠겠습니다….
정영: 이 어로공은 죽음을 각오하고 한 어부가 날바다에 뛰어들어 추진기에 걸린 밧줄을 풀었다고 말했지만, 살아서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풍랑이 이는 날바다에 뛰어들었다면 살아나왔을 가능성은 적지요.
최민석: 우선 겨울에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저체온증이 생기지 않습니까, 몸의 체온이 계속 떨어지는 거죠. 그러면 죽는 거죠.
정영: 그리고 북한 어부는 자기네 배에서는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최민석: 아, 그러면 우리는 나가면 죽을 고비를 하고 나간다는 소리군요.
정영: 그래서 어부들이 그걸 잊기 위해서 술을 마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에는 술을 마시지 못하니까, 마약을 한다고 합니다.
최민석: 마약을 하고 어업활동을 한다는 것은 죽겠다는 소리나 다름없지요. 방금 어부가 말한 대로라면 바다에 나갔다가 희생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겠군요.
정영: 그래서 북한에서 무슨 말이 있냐 하면, 청진시 신암구역과 청암구역 일대에는 속칭 ‘과부촌’이라고 하는 마을까지 생겼다고 얼마 전 북한 소식통이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최민석: 이전에 어로활동이 열악했을 때나 생기던 ‘과부촌’이 지금 북한에 생기고 있다, 결국 북한 인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물고기가 공짜는 아닙니다. 김정은 제1비서도 과연 이렇게 사람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꼭 물고기를 잡으라고 시켜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