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매체의 보도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은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요즘 북한 전역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마식령속도'를 창조하라고 호소문을 만들자, 전국에서 군중대회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습니다. 과거에는 경제 건설 같은데 무슨 '속도'창조 구호가 붙었는데, 이번에는 스키장을 건설하는 데 거창한 속도가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식령 속도'에 대해 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저희가 시작하기 전에 속도에 대해서 좀 알아보겠습니다. 이 속도라는 게 고속도로를 말하는가요?
정영: 고속도로라고 말할 수 없는 거구요. 여기서 '마식령 속도'라는 것은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도로를 건설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정신을 고양시킬 수 있는 선전 선동구호를 말합니다.
최민석: 이게 그 정치적 구호이로군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역시 젊어서 그런지 '속도'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마식령 속도'를 창조하라고 하는데, 왜 하필이면 마식령 속도일까요?
정영: 현재 북한 강원도 마식령 산줄기에 스키장이 건설되고 있는데요, 김정은이 스키장 건설장을 찾아가서는 "남들 같으면 10년이 걸려도 할 수 없는 대공사이지만 올해 안으로 세계적인 스키장을 건설하자는 노동당의 결심에 추호의 드팀(빈틈)도 없기 때문에 올해 중으로 무조건 끝내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스키장 건설이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의 상징이라고 말했습니다.
최민석: 아, 그러니까, 스키장 건설이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이다, 그래서 스키장을 건설하고 있군요.
정영: 북한의 주장에서 눈 여겨 볼 것은 남들은 10년이 걸려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올해 중으로 끝낸다고 하는데, 그러면 북한이 굉장히 일을 잘하는 것 같지 않아요?
북한에서는 1만 명, 2만명이 동원되어 인력전으로 벌리기 때문에 공사는 빨리 끝나는데, 대신 날림공사가 되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스위스를 경험한 김정은은 좀 시야도 텄으니까, 국제적 수준에서 스키장 건설을 본때 있게 해보겠다는 소린데, 그럼 과거 북한에 무슨 속도창조라는 구호가 많지 않았습니까,
정영: 북한에서 50년대부터 속도라는 구호가 많았습니다. 하나씩 꼽아볼까요?
최민석: 예 그러지요.
우선 6.25전쟁이 끝난 다음에 천리마 속도, 평양 속도(아파트 공사), 비날론 속도, 강선속도, 그리고 80년대 속도, 90년대 속도, 라남의 속도, 희천 속도라는 것으로 생겨났습니다.
또 전투라는 것도 얼마나 많은 지 아세요? 70일전투, 100일 전투, 200일 전투 등 얼마나 많았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경제 분야에서 속도창조, 전투는 많았는데, 그러면 경제가 탄탄해야 되지 않아요? 대부분 부실공사, 날림식 공사, 그리고 지도자의 즉흥적인 발기에 의해 진행된 쓸모 없는 것들만 많았습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건설을 몇 년씩 하면서 다져져야 하는데요.
정영: 북한이 이렇게 속도를 강조하는 데는 목적이 있습니다. 지도자마다 자기의 취향이 있는데, 예를 들어 김일성은 천리마 속도 창조, 김정일은 80년대 속도 창조를 경제분야에 도입했는데, 김정은의 마식령 속도는 스키장 건설입니다. 오락시설을 만드는데 속도를 붙인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런데 북한에서 유독 속도가 많은데요,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에는 건설 중장비가 없지요. 단지 가용인력, 그러니까 동원시킬 수 있는 노력은 많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중앙텔레비전에서 봤지만, 발전소 건설을 한다고 하면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이 동원되어 해머로 까고, 맞들이로 나르고, 인력전을 합니다. 북한은 노동의 양과 질보다는 주민들이 딴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정치적인 구호가 되는 겁니다.
최민석: 하나의 정치적 수단으로 되는 거군요
정영: 올해 겨울에 진행된 세포등판 개간 공사만 봐도 꽁꽁 얼어붙은 땅을 돌격대원들이 까느라고 고생하는데 얼마 일자리가 안 납니다. 차라리 봄이나 여름에 땅이 녹은 다음에 삽으로 푹푹 파서 뒤져도 되는데, 겨울에 젊은 사람들을 집에 보내지 않고 일 시키는 것을 보면 노동의 양이 필요해서 보내는 것은 아닌 것 같고요. 그냥 젊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할일 없이 오가지 못하게 통제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최민석: 글쎄요, 그렇게 보면 북한은 거대한 군대 집단 같습니다. 그런데 속도만 낸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지요. 밥도 빨리 먹으면 체한다고, 그 속도바람에 사람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꺼이 꺼이 동원되어서는 월급도 받지 못하는 비인간적인 노동착취가 나타나는 게 더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지금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언론 뒤집어보기를 듣고 계십니다>
최민석: 다음 순서입니다. 북한이 요즘에 잔디 심기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을 보니까, 잔디를 깎는 기계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정영: 북한에서 잔디심기가 한창 인 것 같은데요, 잔디를 관리하는 사람들을 보니까 철조망을 끊는 대형 가위 같은 것을 가지고 잔디를 자르는데, 어느 세월에 그걸 다 깎겠는지, 참 너무 노력낭비가 많습니다.
제가 언젠가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 가본적이 있는데요, 거기 가면 운동장 넓이 4배 만한 큰 공터가 있지요. 거기에 대형 기계 두 대가 잔디를 깎는데, 한 3시간이니까 다 깎더라고요. 시속 한 10km로 움직이면서 깎는데, 굉장히 빠르더라고요.
최민석: 정영기자 혹시 잔디 깎아 보셨어요?
정영: 깎아보긴 했는데, 일 능률이 안 나고, 손에서 막 자개 바람이 일어나더라고요.
최민석: 그런데 왜 북한에서 갑자기 잔디 심는 바람이 불었나요?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얼마 전에 잔디연구소를 돌아보고 지금 맨땅이 드러난 곳이 많은데 보기에도 좋지 않고 바람이 불면 먼지가 일어난다, 그래서 부침땅을 제외한 모든 땅에 나무를 심거나 풀판을 조성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것 잔디심기도 김정은의 구상에서 나온 것인데요, 김정은도 벌거숭이가 된 전국의 산이 보기 싫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잔디심기를 지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스위스나 유럽의 녹지처럼 잘 꾸려보려는 의도 같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제 생각에는 김정은이 북한이 아닌 저기 유럽의 부자 나라에서 대통령이나 왕자가 됐다면 잘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북한의 실정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북한이란 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고, 먹을게 없어서 풀까지 뜯어먹는 나라가 북한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거 같아요.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부침 땅을 제외한 모든 땅에 나무를 심고 풀판을 만들라고 했기 때문에 그게 지금 방침이 되었어요. 그래서 농민들이 소토지, 그 명줄을 걸고 있던 뙈기 밭마저 풀판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최민석: 그 땅에다 상추 하나라도 더 심어서 배고픔을 면해야 되는데, 그걸 다 없애고 잔디를 심는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물론 북한이라고 해서 잔디를 심는 게 잘못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잔디 심을 땅에 먹을 것이라도 심어야 굶주림을 면할 수 있겠는데, 지도자가 한마디 했다고 해서 온 나라가 휘둘리는 게 안쓰러울 뿐입니다. 오직 20대의 어린 지도자만 신바람 난 것 같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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