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잡지, 지도자의 속도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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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오늘 시간에는 북한이 건설감독법을 제정한 배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5일자는 북한에서 건설감독법이 새로 제정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건설감독법은 지난 5월 평양에서 23층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다음에 새로 제정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 기회에 북한에서 왜 건설사고가 빈발하는 지 원인을 짚어보고, 향후 이런 사고가 근절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진국: 먼저 이번에 새로 제정되었다는 북한의 건설감독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정영: 모두 5개 장과 44개 조항으로 구성된 건설감독법은 “건설물의 안전성과 질을 담보하며 건설을 계획적으로 진행하도록 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지적해 사실상 최근 빈발하는 부실 사고를 막기 위한 법적 토대를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법에서는 특별히 국가감독기관의 역할이 강조됐는데요, 북한 내각 산하에 국가건설감독성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이 감독기관이 건설시공 전 과정을 총괄한다고 지적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건설주나 시공주의 검사원들이 건설의 질과 양의 검사를 빠짐없이 감시 통제한다고 지적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국가건설감독성의 권한을 높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민주조선도 “건설 감독일꾼 대열을 튼튼히 꾸리고 그들의 책임성과 역할을 높이도록 하며 건설감독은 해당한 자격을 소유하고 건설감독 권한을 가진 일꾼만이 할 수 있다”고 규정해 앞으로 건설감독원들의 권한이 세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진국: 건설감독원들이 건설물의 안전성과 질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통제한다는 의도인데요, 혹시 지난 번 평양에서 아파트 붕괴사고가 난 것과 관련이 되지 않을까요?

정영: 현재 전문가들은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데요,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평양 10만호 아파트 짓기 운동이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그 와중에 23층 아파트도 무너져 상당한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당국도 외부에 사실을 공개하고, 시공을 맡았던 간부들이 주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는 모습도 노출하지 않았습니까, 현재 건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추후 사건 사고를 막기 위해서 법을 제정한 것 아니냐 싶습니다.

김진국: 참, 평양시에 건설되는 아파트들을 보니까, 창틀이 일렬로 맞지 않고 들쭉날쭉 한 게 불안하게 보였는데, 그렇게 한심합니까,

정영: 일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가 공개한 북한 평양시 10만 호 아파트 건설장을 보면요. 거대한 아파트 옆에 빨대, 즉 사건 사고를 막기 위해 버티는 철구조물도 없고, 창문틀도 가지런히지 않고 좌우로 들쭉날쭉 했어요. 그걸 보면서 아직까지 북한에서 건설의 질은 꽝이다, 그런 것을 외관상 느낄 수 있는데요, 상부에서 무조건 하라고 하니까, 각 부서마다 자력갱생으로 내밀다 보니 현장에서도 조율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김진국: 그걸 보면서 와, 저런 집에서 위험해서 어떻게 살지 하고 걱정스럽던데, 북한에서는 그런 아파트가 적지 않은 모양이지요?

정영: 북한에서는 국가가 짓는 아파트들은 한국이나 미국처럼 아파트를 다 꾸린 다음에 입주시키는 게 아니라, 아파트 골조가 일단 서면 입주자들을 정해서 들여보내요. 그러면 창문틀, 목욕탕, 부엌 등은 입주자들이 들어가서 자체로 꾸려야 합니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보면 모두 모양도 다릅니다. 어떤 집은 부엌이 이쪽에 있고 다른 집은 저쪽에 있고, 타일도 다 다릅니다. 이것은 입주자들이 자기 취향대로 꾸리다 보니까, 반쪽 짜리 아파트에 들어가는 거지요.

김진국: 사실 중간 정도 지어진 것 같은데, 왜 다 꾸린 다음에 들어가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에서 건설기관이 도시건설사업소 같은 곳인데, 이 기관에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반쪽 짜리 아파트를 지어놓고 입주자들에게 나눠주는 겁니다. 그나마 차례지지 않을까 봐 사람들은 먼저 들어가서 차지하게 되지요. 그렇다 보니 완전히 꾸린 곳에 들어가지 못하고 반쪽 짜리 아파트에 들어가서 꾸리는 거죠. 보통 1만 달러 정도 들여야 살만한 아파트가 되는 거죠. 그런데 북한에서는 2000년 초부터는 개인 부동산업자들이 자기 돈을 투자해 집을 짓고 분양하는 바람이 불었습니다.

김진국: 조금 전 법을 설명할 때 국가가 집을 짓고 그걸 나눠준다고 하는데, 개인들이 돈을 투자해 아파트를 지어 판다니 이건 한국이나 다름 없는데요, 북한에서 그게 가능합니까,

정영: 국가기관에 돈이 없기 때문에 집을 짓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돈 있는 사람들은 건설부지를 받으라고 시킵니다. 어느 땅이 굉장히 좋으니까, 여기에 아파트 10층짜리 짓겠다고 허가를 받아라, 그러면 내가 건설비용을 대겠다고 약속하는 거죠. 노력도 당신네가 대라, 그리고 다 완성이 되면 2층에서 5층 사이 사람이 가장 살기 좋고, 값이 많이 나가는 집 몇 채를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돈이 없는 기관에서는 아파트 부지를 명시 받고 그 투자자가 대준 돈으로 집을 다 짓습니다.

평양에서 어떤 일이 있었냐 면요. 대동강구역에 사는 한 투자자가 처음에 10만달러를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공사가 끝난 다음에 10채를 받았어요. 그걸 팔아서 한 5만 달러를 번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식으로 평양시에서는 지금 웬만한 국가기관이 집을 짓는다고 하면 그 뒤에는 그 돈을 대는 돈주가 있습니다.

김진국: 아, 그러니까, 현재 평양에서 아파트 건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이건 전부 국가 돈으로 짓는 게 아니라, 그 뒤에는 돈주들이 있다는 소리군요.

정영: 그렇지요. 그 돈주가 돈을 아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지요? 아파트에 들어가는 시멘트와 모래, 자갈, 철근의 비율을 낮추려고 하지요. 돈이 많이 드니까요. 거기다 아파트 공사를 맡은 시공업체 간부들이 또 시멘트와 철근을 빼돌려서 팝니다. 뒷돈을 챙깁니다. 이렇게 된 아파트 건설 원가가 떨어지는데 평양시의 아파트 붕괴 사고 원인이 바로 이런 부실공사가 원인이 되었습니다.

김진국: 자재비율이 떨어지는 부실 공사로군요. 그 외에 부실 공사 이유는 또 뭐가 있을까요?

정영: 첫째 원인이 자재가 빼돌려지는 것이고요. 또 다른 원인은 공사기일 단축입니다. 북한에서는 특별히 당창건 기념일, 공화국 창건 기념일, 김일성 김정일 탄생일을 기념해 대규모 건설대상을 준공하는 관례가 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도 이번에 평양 위성과학자거리를 시찰하며 “당창건 기념일(10.10)까지 완공하라, 이것은 당에서 과학자들과 한 약속”이라고 내리 먹였습니다. 그러면 인민군 군인들은 10월 10일까지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속도전을 벌이는 거죠. 그러다 보면 날림식이 되는 거죠. 보통 하루에 아파트 두 층이 올라간다는 기적이 일어나는 거죠.

김진국: 제대로 지어진다면 괜찮겠지만, 장비도 없는 북한에서 두 층씩 올라간다는 게 정말 비정상인데…평양시 아파트 붕괴 원인도 그런 날림식 속도전에 있다고 지적이 많았지요.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특별히 젊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공사기일 단축에 대한 요구성이 높아요, 그래서 사고가 많이 납니다. 희천발전소 공사 때도 사람들이 많이 사망했고, 이번에 평천구역 23층 아파트가 무너지면서 상당한 인명피해가 났지만, 보도는 되지 않았지요.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북한의 학술지인 ‘경제연구’ 3월 호가 아파트 부실 사고의 원인을 ‘돌격대식으로 밀어붙이는’ 건설사업 행태에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돌격대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김일성 주석 때부터 내려오는 북한의 속도전의 방식인데, 북한 잡지가 그 속도전을 비판했다는 게 좀 모순이죠.

김진국: 어떻게 보면 북한당국의 정책이나 구호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내용일 수 있는데, 정말 용감하네요. 원래 북한 학자들도 아파트 붕괴 사고 원인이 돌격대 식이라는 걸 인식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북한도 건설감독법을 제정한 이상 이제는 부실한 건설사고가 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