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까발려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잠행 40여일만에 나타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지팡이에 의지하여 민생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깜짝 등장은 세계 톱뉴스로 될 만큼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요, 김정은의 행보 가운데서 유별나게 눈에 띄는 것은 그가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김정은의 ‘지팡이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매체에 등장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팡이에 의지해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지팡이에 엮인 여러 가지 의미를 짚어보겠는데요, 정영기자, 김정은이 공식 무대에 등장하면서 세상이 떠들썩 했지요?
정영: 김정은 등장은 최근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는 에볼라 확산 소식만큼이나 화제를 모았는데요,
최민석: 제 생각에는 그때만큼은 에볼라를 눌렀던 것 같습니다. CNN도 넘버 원으로 보도했습니다.
정영: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에볼라에 감염되지 않았나는 소문까지 날 정도였는데요. 그만큼 폐쇄된 북한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것인데요, 30세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이 지팡이에 의지한 모습도 상당히 화제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젊은 나이에 지팡이를 짚고 다닐까, 20일 해외동영상 웹사이트 유트브에는 김정은이 항공 반항공 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도로비행장 이착륙 훈련을 참관했다는 영상이 올라왔는데요. 잠시 영상을 보고 넘어가겠습니다.
북한 중앙tv녹취: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를 도로비행장에서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참모장…
이 사진인데요, 김정은이 힘든 듯이 의자에 앉아 있고요. 앞에 지팡이를 들고 있어요. 그리고 그 앞에서 항공부대 참모장이 보고하는데, 이 사람은 분명이 김정은이 보다 나이가 많겠지요. 하지만, 김정은이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모습입니다.
최민석: 글쎄요. 올해 김정은 나이가 얼마나 되지요.
정영: 김정은이 실제 나이는 1984년생이니까, 실제 나이는 30살이고요. 북한 노동당 선동부가 김정은 우상화를 하기 위해서 만든 나이는 32살이 됩니다.
최민석: 아, 그러니까 조작된 나이는 1982년이니까, 서른 두살이 된다는 거죠. 그런데 이 30세의 사람이 지팡이를 짚고 다니니까, 그 앞에 있는 나이든 60~70대의 노 간부들은 나이 자랑을 못하겠네요. 김정은이 훨씬 나이 들어 보입니다. 제가 봤을 때는 얼굴이 좀 부어 보이고요. 좀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정영: 김정은이 지팡이를 짚고 나온 것은 주민들의 감성을 지배하기 위한 의도된 행동으로 보입니다. 즉 다리를 저는 모습이나 40여일간 사라졌다가 다시 지팡이를 짚고 나타나면서 나라의 전반 사업을 돌보느라 열심히 일하다가 아파한다는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는 겁니다.
김정은이 노동당 창당 기념일에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시신참배에 참가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아파한다는 소문이 났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하루 이틀 뒤에 나타난 것은 국제사회의 궁금증을 한껏 끌어올렸다가 깜짝 등장하는 고도의 통치술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최민석: 그게 언론화 되고 또 크게 광고가 되었습니다.
정영: 김정은이 지팡이를 짚고 나온 것은 서른 살의 나이지만, 자신이 결코 어리지 않다는 것을 시위하기 위한 것이 되겠습니다. 거기다 말년에 지팽이를 짚고 다니던 할아버지 김일성을 따라 하고 있는데요,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모습도 훈련을 많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김정은을 내세운 것도 마치 할아버지 김일성이 살아서 돌아온 것처럼 주민들이 착각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내정된 것이기 때문에 김정은에게 살도 찌우고, 걸음걸이도 훈련시키고, 목소리도 훈련시키고 하지 않았습니까,
최민석: 심지어 머리 스타일도 비슷하게 하고요.
정영: 그래서 김일성을 그리는 주민들의 감성을 자극해서 내부결속을 하려는 의도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지금 북한언론 뒤집어보기를 듣고 계십니다>
최민석: 김정은 제1위원장이 40일 만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온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지금 북한이 평양 중심가에 46층 아파트를 짓는 등 평양에 고층 아파트들을 대대적으로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물이나 전기 같은 것이 제대로 보장됩니까,
정영: 이 사진은 김정은이 시찰했다고 보도한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육자아파트입니다. 높이는 46층짜리로 제일 높아 보입니다. 평양의 고려호텔이 40층이었는데, 46층이면 아마 평양 중심가에서 제일 높은 아파트가 될 텐데요. 장식한 것을 보면 현대미가 나게 잘 꾸렸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고층 아파트에 수돗물이 올라갈까, 전기불이 제대로 공급될까, 하는데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최민석: 북한 주민들도 고층 아파트를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게 어디죠?
정영: 바로 광복거리 고층 아파트들인데요, 이곳 아파트들은 사람 살기에는 최악의 아파트라고 소문났는데요,
최민석: 최악의 아파트라니요. 그게 무슨 소린가요?
정영: 거기에는 물이 나오지 않아 주민들이 아침에 출근할 때 물통을 들고 내려가야 합니다. 그리고 퇴근할 때는 물을 가지고 올라오는 데, 마실 물이 없어 고생입니다. 게다가 정전이 되어 승강기가 다니지 않으면 걸어 다녀야 하는데, 40층까지 올라가는 데 30분씩 걸린다고 합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40층에 사는 사람은 그 물을 들고서 40층까지…아이고…쯧쯧
정영: 그래서 북한에서 고층 아파트라고 하면 사람들이 질색합니다.
최민석: 이 고층 아파트에 물이 나오지 않으면 배변은 어떻게 해결합니다.
정영: 광복거리에 지금 겨울이 다가오지 않습니까, 올해 겨울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겠는데요.
최민석: 어떤 현상인가요?
정영: 전기부족으로 물이 안 나오고, 한 번 밑으로 내려가자면 승강기도 다니지 않기 때문에 내려가지 못합니다. 물이 나오지 않아 변기도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볼일을 보고 물건을 종이에 싸서 밖으로 내던진다고 평양 출신 탈북자들은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래서 밑으로 지나가던 사람들은 이 물건에 맞으면 머리가 터질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습니다.
최민석: 허허…제가 좀 기가 막혀서 그러는데요, 제가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고층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볼일을 보고 종이에 싸서 밖으로 던져 버린다, 그러면 만약에 사람이 밑에 있다가는 맞을 수도 있다는 소리군요.(그렇지요.) 정말 재앙입니다.
정영: 그래서 광복거리 아파트들은 고층아파트이지만, 너무 쓸모가 없고 사람들이 가서 살기를 주저하기 때문에 ‘저주 받은 아파트’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평양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층수는 3~10층 사이인데요, 그런데 간부들과 돈 있는 사람들은 보통 3~5층 사이를 선호합니다.
최민석: 왜 1층이나 2층은 싫고, 3층이나 5층으로 가지요?
정영: 1층이나 2층은 습기가 있을 수 있고 또 도난 위험도 있을 수 있어 피하고 3~5층 사이가 제일 괜찮은 데요. 아마 이번에 김책공업대학 교원들이 46층짜리 아파트를 배정받는다 해도 제일 위에 받는 사람들은 불만이 많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최민석: 아무리 평양 중심이라고 해도 이 거대한 아파트에 전기나 물이 충분히 공급되겠습니까,
정영: 현재 평양에서 유일하게 불을 잘 주는 곳은 김정은 우상화 선전을 위해 건설한 창전아파트와 문수 물놀이장과 같은 놀이시설들입니다. 이 교육자 아파트도 김정은의 배려 아파트라고 해서 당분간 전기를 우선 공급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그런데 전기가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이 아파트에 전기를 몰아주다 보면 또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전기를 보지 못하겠지요.
최민석: 결국 김정은이 다녀간 시설에는 전기가 공급되고, 다녀가지 않은 집들은 전기불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곳이 바로 북한입니다. ‘지팡이 정치’에 ‘보여주기식 정치’로 결국 녹아나는 것은 현지시찰 한번 받지 못한 백성들입니다. 이래서야 어디 서러워서 살겠습니까?
정영기자, 오늘 수고 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