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현장 방문 대신 ‘선심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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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조선중앙 텔레비전이 매일같이 ‘북부지구 피해복구 전투장에서 보내온 소식’이라는 특집 기사를 방영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8월 말 휩쓸고 지나간 홍수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아 외부사회에서는 얼마나 심각한지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텔레비전 영상에 비친 수해현장은 실제로 피해가 엄청났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수재민의 숫자도 북한이 보도한 것 보다 4배나 더 많다고 주장하고 있어, 북한이 일부러 피해 상황을 은폐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아직 홍수현장을 찾지 않고 선물정치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이에 관해 심층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숨기고 있는 홍수 피해 영상이 북한 tv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얼마나 심각했는지 그 이유를 하나 하나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먼저 북한이 소개하는 피해복구 현황부터 알아보시죠.

정영: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20일 정규 보도시간 뒤에 북부지구 수해복구 현장 상황을 공개했습니다. 이 녹음 잠시 들으시겠습니다.

북한 TV녹취: (북한 아나운서) 인민 사수전, 인민 복무전의 치열한 결사전이 벌어지고 있는 회령 전역에서 전화위복의 기적적인 승리를 쟁취할 불 같은 열의를 안고……

북한 텔레비전 영상을 보니 두만강 물이 많이 줄어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홍수가 두만강 너비 약 500미터를 밀어버린 것 같습니다. 여기 강안동 마을도 보이는데요, 수해 이전에 그렇게 많던 주택이 다 사라지고, 현재 다른 곳에 짓고 있었습니다.

최민석: 옹기종기 모여 살던 집들이 다 사라졌군요. 강안동이라고 하면 우리 방송에서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여기서만 200명이나 사망했다고요.

정영: 네, 그렇습니다. 수해 이전에 강안동에는 약 400채의 집이 있었습니다. 두만강에서 약 7~8미터 높은 둔덕에 집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두만강이 범람하면서 다 쓸어버렸습니다. 강안동에서만 200여명이 사망하고, 이 지역에 거주하던 1천명의 주민들이 한지에 나앉았다고 회령 지방과 연락하는 소식통이 전한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 언론에 공개된 이재민 숫자는 북한이 발표한 것보다 4배가 많은 30만명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공개한 것보다 4배나 더 많다는 소리군요.

정영: 북한 매체는 “8월 29일부터 9월 2일 사이 함경북도 지구를 휩쓴 태풍으로 인한 큰물 피해는 해방 후 처음으로 되는 대재앙이었다”고 하면서 사망자는 138명이고, 실종자는 395명, 수재민은 6만 8천여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일단 수해 피해 규모를 이렇게 발표했기 때문에 앞으로 다시 정정해서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현재 이 집들을 두만강 가에서 아주 떨어진, 그러니까, 다시는 두만강이 범접하지 못하는 둔덕에 아파트들을 짓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도 크다고 합니다.

최민석: 아니 집을 지어주고 있는데, 왜 불만이 나옵니까,

정영: 이 영상을 잠깐 보시고 이야기를 나누시죠.

북한 tv 녹취: 당의 전투적 호소를 높이 받들고 회령 전역에 인민사수전, 인민복무전의 치열한 격전장에……

현재 인민군대들이 짓고 있는 이 건물들은 강안동과 망양동 수재민들에게 공급할 아파트들입니다. 그런데 아파트들은 4~5층짜리인데다, 두만강과 아주 멀리 많이 떨어진 둔덕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원래 강안동 마을은 두만강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탈북하기도 쉬웠지요. 이곳을 통해 나온 탈북자들이 적지 않는데요, 그런데 강안동이 뒤로 밀려가자, 탈북자들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한국에 온 탈북자들 중에 함경북도 출신이 많지 않습니까,

정영: 한국에서 2011년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함경북도 출신은 68%로 나타났습니다. 탈북자 10명중 7명이 함경북도 출신이고, 그 중에서도 회령 출신 탈북자는 적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그렇군요. 그러면 그전처럼 탈북하기도 쉽지 않다는 소리네요.

정영: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번 홍수는 두만강 유역에 살던 주민들에게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원한을 가져다 주었지요. 그러나 북한당국은 오히려 다행으로 여긴다는 게 현지 주민들과 연락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증언입니다.

최민석: 이번 홍수로 인해서 두만강 유역에서 살던 사람들이 다 쓸려가서 슬프겠는데 왜 그러죠?

정영: 워낙 강안동과 망양동은 두만강 바로 옆 마을이기 때문에 탈북 중개인들이 도강시킬 때 이용하던 은신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회령시 당국은 어떻게 하면 강안동과 망양동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킬까, 두만강 가에서 멀리 좀 떨어져서 살게 할까 하고 고민이 컸다고 합니다.

최민석: 북한당국은 두만강 인근에 있는 마을과 주민들을 이주시키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군요.

정영: 이 마을 주변에 국경경비대 초소가 있습니다. 그런데 초소 군인들과 마을 사람들이 짜고 탈북자들을 도강시켰다는 거죠. 그래서 시당국에서는 주민들과 군대들을 분리시키려고 했었는데, 이번에 홍수 때문에 집이 쓸려간 거지요. 여기 간부들은 여기 집들을 소개시켜야 하는 데 왜 못했는가 하면 품이 많이 들어서 엄두를 못냈다고 합니다. 왜냐면 이곳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자면 새로 집을 지어주어야 하고, 이사 비용도 줘야 하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홍수로 집들이 허물어지자, 온 나라가 달라붙어 집을 지어주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아예 마을을 두만강과 멀리 떨어진 곳에 짓고 있다고 합니다.

최민석: 그리고 참, 얼마 전에는 북한이 수해지역 학생들을 송도원 국제야영소에 보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북한 매체는 홍수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강원도 원산시에 있는 송도원국제야영소에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를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북한 tv보도 녹취: (북한 간부)아이들을 나라의 왕으로 떠받들어주는 우리 사회주의 제도가 아니고 서는 오늘과 같은 이런 꿈 같은 현실이 펼쳐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 홍수 피해를 입은 지 두 달 가까이 지났는데, 아이들을 지금에야 학생들을 야영소로 보낸다 이게 좀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민석: 학생들을 야영소에 보낼 거면 좀 빨리 보낼 수 있었다는 거네요.

정영: 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시점은 8월 말부터 9월초였습니다. 이미 두 달이 지났기 때문에 지금쯤이면 수해지역 이재민들이 안정을 찾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피해가 너무 커서 아직 복구가 안됐다는 게 소식통들의 반응입니다.

최민석: 복구가 될 시점인데도 안되니까, 우선 아이들을 야영장으로 보낸 거군요.

정영: 그것도 ‘김정은 원수님 사랑’이라고 선전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수해복구 기한이 늦어지고, 주민들의 불만이 나오고, 탈북 우려도 있고 그러니까, 학생들을 일단 야영소로 보내놓고 ‘김정은의 사랑’이라고 포장하는 거죠.

최민석: 쉽게 말해서 또 다른 사탕발림이다, 한국 텔레비전으로 보니까, 아직도 수해복구가 끝나려면 멀어 보이는 데도 북한 당국은 거의 다 끝나간다고 발표하더군요.

정영: 북한 언론매체도 이달 말까지 복구공사를 모두 마치겠다고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반응이고요, 수십만 명의 인력이 동원되긴 했지만, 순수 ‘맞들이’, 손 작업으로 해야 하고, 시멘트와 강재와 같은 건설자재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때에 이뤄질 수 없다는 겁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사람만 밀어 넣고 일이 진척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렇게 봐야겠군요. 중요한 것은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습니다. 북쪽 지역은 더 빨리 추워지지 않습니까,

정영: 수해를 당해 집이 없는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겠습니까, 불만이 나오고 못살겠다고 생각되면 탈북을 하지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두 달이 가까워 가는 데 아직 수해복구 현장을 방문했다는 보도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 대신 담요나 건설자재를 보내주고 김정은의 선물이라고 ‘선물정치’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수재민들에게 담요나 건설자재를 보내주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렇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홍수가 쓸고 지나간 지 두달이 가까워오지만, 여전히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대신 당연한 담요를 보내고, 아이들을 이 시점에 와서야 야영소에 보내고 있습니다. ‘감성정치’를 하려 하지만 제대로 안되 보입니다.

정영기자, 오늘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