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는 어떤 주제를 풀어볼까요?
정영: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2일 ‘전화위복의 30일’ 이라는 기록영화를 방영했습니다. 이 기록영화는 지난 8월 나선시 일대를 휩쓸었던 대홍수 피해 상황과 쓸려나간 집들을 불과 30일 동안에 다 지어 인민들에게 공급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인민 ‘사랑의 명령’에 힘입어 군대들이 1,800여세대를 한달 동안에 다 지었다고 전했습니다. 한달 동안에 수천세대의 주택을 짓는 것 자체가 부실공사일 가능성이 커서 안전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나선시에 건설된 살림집 상태가 어떤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한달 만에 천 세대가 넘는 주택을 다 건설해서 주민들에게 공급했다는 애깁니다. 이건 기적이지요. 그런데 안전이 제대로 보장됐는지 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 북한중앙TV 기록영화를 보면 “인민군 군인들이 달라붙어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나선시 선봉지구 백학동 지역에 수천세대의 살림집을 지어 옹근 하나의 주택구역을 형성했다”고 보도했는데요, 그런데 군대들이 이렇게 날림식으로 지은 집에서 과연 사람들이 제대로 살까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최민석: 여기서 일반 주택 한 채를 짓는데도 한달 이상 걸립니다. 그런데 1천 세대 이상 짓는데 한달 가량 걸렸다? 뭐, 군대가 한 10만명이 투입되었나요. 얼마나 많이 투입되었길래 이렇게 후다닥 해버리는가요?
정영: 텔레비전을 보면 현장에는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이 상주하고 있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9월 18일 나선시 홍수피해 복구 현장을 찾았을 때 박영식 부장이 현지에서 맞이했는데요, 아마 홍수피해 복구를 총지휘한 것 같습니다. 북한 텔레비전을 보니 해군, 항공 및 반항군, 그리고 육군 이렇게 육해공군이 모두 동원됐습니다.
최민석: 120만의 북한 군대가 건축업에 많이 투입되는 것은 아는데, 군대가 건축업자는 아니지 않습니까, 기술자가 아니지 않나요.
정영: 가장 우려되는 게 그 부분인데요, 미국이나 한국에서 건설을 하면 건설업자들에게 맡기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에서는 군대들이 타일도 붙이고, 미장도 하고, 이렇게 군대가 모든 일을 하는데요. 북한 매체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군대들의 나이가 10대, 20대 초반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그렇다고 전문 공병대도 아니고요. 일반 군인들, 육해공군의 일반 군인들을 데려다가 주택공사를 했다는 거군요.
정영: 그리고 집을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빨간 지붕을 씌웠어요. 지붕 철판도 얇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몇 십 년 지나면 녹슬고, 태풍이나 불면 통째로 날아갈 수 있겠더라구요. 나선시를 왕래하는 중국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군대들이 그 철판을 조립해서 지붕을 씌울 때 리베트, 그러니까, 철판을 점용접해서 붙이는 기계가 없어서 군대들이 드릴로 구멍을 뚫어 지붕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녹이 쓸면 빗물이 샐 수 도 있다는 겁니다.
최민석: 당연히 녹이 슬고 빗물이 새게 되지요. 그런데 여름에는 어떻게 합니까,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어줍니까,
정영: 그런데 지어진 주택지구를 보니까, 개울 옆에 지어졌습니다.
최민석: 개울이요? 그러면 또 홍수가 나면 쓸려나가라고요?
정영: 북한 텔레비전이 공개한 홍수피해 상황을 보니까, 백학동 뒤편에 큰 산이 있는데, 거기서 큰 사태가 나서 온 마을을 덮쳤다고 합니다.
최민석: 그러면 인명피해도 컸겠네요.
정영: 우리 방송에서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선봉지구에 있던 인민보안서 수감시설에서 한 200여명의 죄수들이 피하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겁니다.
최민석: 아, 그러니까, 이 사람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다 도망갔군요.
정영: 인민보안서 관계자들은 죄수들을 놔주면 보복 당할 우려도 있고, 그리고 사회치안에 도움이 별로 안된다고 판단해서 다 방치하고 달아났다는 소식통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최민석: 하여간 속도전으로 집을 짓는 데는 북한을 따라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정영: 북한은 무슨 일을 하든 속도전으로 뭔가 빨리 해치우려는 성급함이 있는 거 같은데요, 그래서 제가 미국에서 집을 어떻게 짓는지 비교를 좀 해보았습니다.
최민석: 미국에서는 어떻게 집을 짓고 있는지 이번 기회에 좀 설명해주시죠.
정영: 우리 집 앞에 아파트 단지를 짓고 있는데요, 한 3년째 건설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아주 큰 건가 보지요.
정영: 아니요. 6층짜리 아파트 10동 정도 짓고 있는데요, 미국은 건설을 상당히 천천히 하는 걸 봤는데, 우선 건물을 짓기 시작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하고, 기초공사를 한 다음 안전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왜냐면 깊이가 보장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기초를 몇 미터 팠는지, 그리고 철근이 제대로 들어가는지, 그리고 골조, 그러니까, 모래와 자갈 등이 제대로 투입되는지를 따집니다.
그리고 건물을 지울 때도 천천히 안전하고 견고하게 짓습니다. 이렇게 짓다 보니 상당히 천천히 올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아파트를 쌓을 때 벽체를 충분히 말리면서 지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 지은 다음에도 사람이 들어가 살수 있는지도 안전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때 소방 안전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이 소방안전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집에 들어가지 못하지요.
정영: 그래서 미국집들을 보면 100~200년이 가도 끄덕 없는 것 같습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저희 집도 50년이 넘었습니다.
정영: 그런데 북한에서는 집이 10~20년을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금이 가고 허물어지고, 붕괴되는 사고도 종종 발생합니다. 또 집을 지을 때 몇 층 쌓고 말리고, 다 마르면 다음 블로크를 쌓아야 하는데, 북한은 이런 양생기간, 즉 말리는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지었다는 겁니다.
최민석: 이런 식으로 짓는데, 오래 버틴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지요. 그리고 정영기자, 그럼 왜 북한에서 속도전으로 빨리빨리 하는 지 이야기 해보지요.
정영: 북한군이 짓고 있는 건설장에 가면 “만년보증, 천년 책임”이라는 구호가 걸려 있습니다. 그러니까, 만년 동안 담보하고, 천년 동안 책임지겠다는 소립니다. 그런데 북한군이 그걸 팔려고 짓는 게 아니고, 당에서 하라고 하니까, 마지못해서 하는 것이니까, 대충 대충 짓고 빨리 가는 게 군대로선 목적이거든요.
최민석: 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북한에서 뭔가 보여주려는 게 상당히 강한 것 같습니다.
정영: 북한 김정은 제1비서가 성격이 좀 급한 것 같습니다. 뭔가 성과를 내려고 하고… 자기 업적도 쌓고 이런 것들이 이런 날림공사를 자초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네요.
최민석: 그렇지요. 김정은 제1비서가 국민들을 이렇게 사랑한다면 좀 튼튼하고 안정된 집을 지어주었으면 더 바람 직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