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모기장식 특구’ 벗어나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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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여러분과 함께 한 주간 북한선전매체의 내용을 다시 풀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의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북한 노동신문을 비롯한 관영매체들은 지난 달 23일 국가경제개발위원회가 발족되고, "올해 지방경제특구를 14군데 지정했다"고 밝히는 등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움직임을 활발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 체제기반을 다지려는 김정은 제1비서의 목적 달성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인데요,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이 강조하는 경제특구 신설,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보겠습니다.

최민석: 핵과 경제를 동시에 가져보겠다는 북한, 과연 이번에 새로 발표한 14개 경제특구도 현실성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요즘 북한에서 신설했다는 경제특구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정영: 북한 노동신문 10월 23일자는 "우리나라에서는 나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 위화도경제지대,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국제관광특구와 같은 4개의 특수경제지대들이 이미 전에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올해에는 곳곳에 14개의 경제개발구들이 생겨났다"고 밝혔습니다.

최민석: 경제특구 14개가 추가로 생겨났다면 작지 않은 숫자인데요?

정영: 지방의 경제특구는 다 자기나름의 특성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개성지구에 신설된 개성고도기술개발구는 세계적인 과학기술을 받아들여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과학복합단지로 보이고요, 중국과 교통이 좋은 신의주와 평성, 남포, 강령, 해주, 온성 등을 경공업 및 가공공업 수출입 단지로 키우고요, 거기에 관광조건이 좋은 백두산과 원산, 칠보산 등은 관광특구로 키우겠다는 야심 찬 전략이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각자 자기 지방에 맞는 경제기술 지표들이 다 정해져 있네요.

정영: 예를 들어 함경남도 북청군, 이원군에는 사과가 유명한데요, 북한은 이 지역에 과일 가공 수출입단지를 기획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동아일보가 보도한 데 따르면 북한은 현재 조성하는 13개 경제개발구에서 모두 16억 달러의 외자유치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바람이 불긴 부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전국에 경제개발구를 설치한 것을 보니까, 1980년대 중국에서 실시했던 경제특구를 방불케 하네요.

정영: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렇게 일제히 경제 개발구를 세우는 것을 보고, 중국의 개혁개방초기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 덩샤오핑은 홍콩과 가까운 남해바닷가 선전시에 경제특구를 설치하고, 광둥성, 상해 등 연해안 지방으로 경제특구를 확대시키고 외자를 유치해왔습니다. 중국정부는 경제특구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들에 장기간 토지 임대권, 세제혜택과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하는 등 많은 혜택을 주었습니다. 결과 안정적인 투자로 이어지면서 중국은 현재 두 번째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최민석: 참, 북한의 경제특구개발을 추진하는 주무 부서가 국가경제개발위원회인데요, 대외개방을 주관하는 부서인가요?

정영: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다음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많이 나타났는데요, 2010년에 대풍투자그룹을 만들고 외자를 유치하려다가, 잘 안되었고요, 2011년에 조선합영투자위원회를 만들었다가 실체가 불분명해졌습니다.

최민석: 예, 이렇게 흐지부지 하면서 넘어가는 분위기지요?

정영: 그런데 국가경제개발위원회 안에 과거 조선합영투자위원회 간부들이 대거 소속된 것으로 봐서는 아마 이 기구에 흡수된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최소한 실패는 했어도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는 거군요. 혹시 여기에 박총리가 관여하고 있습니까,

정영: 박총리는 김정은 체제에 경제 수장으로 발탁이 되었지요, 박총리가 올라와서 한 1년간 물밑 작업을 하다가 국가경제개발위원회라는 것을 내왔는데요, 이게 김정은의 경제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기관이라는 것입니다.

최민석: 몇 년 전인가, 북한이 대풍그룹이라는 외자유치 기관을 만들 때 100억달러를 유치하겠다고 호언장담한 것 같은데요, 이번에 세우는 경제특구는 규모가 그보다 좀 작긴 하지만, 북한의 예산 규모로 봤을 때는 작지 않은 금액입니다.

정영: 대풍그룹이 2010년 3월인가 생겨났었는데요, 그러다가 빛을 보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이번에 생긴 국가경제개발위원회에 소속된 북한의 학자들과 경제전문가들은 자본주의 경제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높았고, 어떻게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는지에 대한 경험을 듣는데 열성이라고 합니다.

최민석: 지금 김정은 집권 2년차를 맞고 있는데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뭐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

정영: 외자유치 노력이 할아버지나 아버지 때보다도 더 활발해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체제 안전장치인 핵을 보유했다고 공공연히 선언하는 등 양면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여러 경제특구를 설치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운영할 지 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왜냐면 북한은 이미 4개의 경제특구, 즉 나선자유무역경제지대, 그리고 개성공단, 황금평 위화도지구 경제특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나선만 겨우 돌아가고 다른 곳은 착공식도 못하고 있습니다. 황금평을 개발한다고 말한 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아직 아무런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선자유경제무역지대만 겨우 살아서 돌아가고 있는데, 이게 '모기장식 특구'이거든요.

최민석: 모기장식 특구란 무슨 말인가요?

정영: 나선경제특구 안에 외곽으로 철조망을 두르고, 외부주민들이 넘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요,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에서 나온 사람들이 장사를 하게끔 특혜를 주는 땅입니다.

최민석: 자체적인 유동인구 없이 갇힌 상태에서 운영되는 특구는 별 의미가 없다는 거지요.

정영: 아무래도 투자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위축시키지요. 장사를 하려면 이런 저런 사람이 보이고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서 북적북적 대야지요.

최민석: 북한이 이처럼 투자환경이 불안하고, 또 내부적으로 개인우상화가 심한데 투자를 할 수 있게 신용이 있을까요?

정영: 앞으로 이렇게 나선처럼 모기장을 치고 투자를 하라고 하면 투자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리고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자면 투자환경이 안전해야 하는데 북한은 열악합니다. 예를 들어 올해 초에 미국과 전쟁하겠다거나, 전세계에 대고 무기 보여주고, 미사일 꺼냈다 넣었다 하면서 많이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외국인들은 가뜩이나 자기 돈을 날릴 까봐 걱정하는데, 누가 전쟁하겠다는 땅에다 투자하겠습니까,

최민석: 맞습니다. 이게 북한이 흔히 쓰는 대남전술이지요, 한국의 사회정치적 불안을 조성해서 외국자본이 불안해서 빠져나가게 만드는 것인데, 그런데 북한이 왜 이 수법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기들이 써먹는 이 전술을요.

정영: 바로 이게 중국과 틀린 점입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미국과의 관계가 괜찮았지요.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도 괜찮았고요, 그리고 일본과는 숙적관계이지만,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 적지 않게 투자했습니다.

최민석: 요즘에는 숙적관계라고 혼자 사는 그런 세상은 아니지요.

정영: 지금 중국 국민의 소득, 즉 1년간 소득은 5천달러에 이르고, 중국 본토에 억만장자 수는 올해 157명으로 세계2위를 차지했습니다.

최민석: 북한의 경제특구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세계 부호에 대한 화제로 넘어갔는데요, 그러면 내친 김에 중국에 세계적인 부호가 몇 명이나 됩니까,

정영: 현재 전세계 억만장자 수는 총 2170명인데요, 순위로 보면 미국이 1등, 그리고 중국이 2등, 다음으로 독일이 3위, 영국과 러시아가 공동 4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중에서 중국 본토에 자산 10억 달러 이상 되는 억만장자는 지난해보다 10명 증가되어 157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들이 가진 총 자산규모는 3840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이런 중국 부자들이 기업을 일구고 돈을 벌 수 있은 데는 중국 정부의 올바른 개혁개방정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날 참 못살고 못 먹던 중국 사람들 속에 이렇게 세계적인 부호가 많아졌는데요, 저도 한쪽으로 생각하면서 북한 사람들 중에 머리도 좋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중국의 '대련만달그룹' 회장이나 '와하하'그룹 회장처럼 억대의 부자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최민석: 북한도 이제는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물 안에 개구리, 모기장 식 특구를 건설하지 말고 제일 많이 도와줄 수 있는 남한과 손잡고 경제를 개발시키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 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