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지난 19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북한군 제534군부대 기마중대를 시찰하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 사진에는 장성택, 김경희, 김여정 등 김씨 일가가 총동원되어 말을 타는 모습이 나왔는데요. 그러지 않아도 요즘 북한 주민들이 “저들끼리 다 해먹는다”고 김씨 일가의 가족통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때인데요.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다른 왕조국가와 김씨 왕조를 비교하는 시간으로 마련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니까,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던 김여정, 즉 김정은의 여동생이 말을 탄 모습이 나옵니다. 장성택, 김경희와 김여정 등 김씨 가족이 공공매체에 공개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김씨 왕조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데요, 그런데 북한이 왜 요즘 여자들을 공개하는 거지요.
정영: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현재 김정은 체제에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이 면면이 나오는데요,
한번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북한TV: “최룡해동지, 김경희 동지, 장성택 동지, 현영철 동지, 김기남동지…”
그 가운데서 김여정을 새롭게 등장시킨 것은 앞으로 김정은을 도울 수 있는 권력의 자리에 김여정을 채워 넣기 위한 시작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정은과 김여정은 어릴 적부터 아마 오누이 간으로 사이가 좋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다음에 김여정이 그 권력을 뒤에서 받침 하는 형태로 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거 김정일과 김경희처럼 오누이가 권력의 전면에 등장하기 위한 ‘맛 보이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최민석: 김정은에게는 형이 둘씩이나 있는데, 그러면 김정남과 김정철은 안 나오는 겁니까,
정영: 일단 현재 김정남은 이복형으로 김정은과 별로 관계가 좋지 않은 것 같고요. 그리고 김정철은 2010년에 싱가포르에 나들이 나왔다가 한국언론에 공개된 뒤, 행방이 보이지 않습니다.
최민석: 역시 왕조국가처럼 북한도 가족끼리 정치하고, 인민을 다스리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요, 북한은 내부에서 아무리 자기네는 왕조국가가 아니라고 부인해도 외부에서 볼 때는 왕조처럼 보입니다.
정영: 사전의 정의로 보면 “왕조란 같은 왕가에 속하는 통치자의 계열, 또는 그 왕가가 다스리는 시대”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장성택과 김경희, 김여정이 등장해 나라를 통치하는 것을 왕조체제라고 보는 것입니다.
과거 김일성은 빨치산 전우들에 의지해서 나라를 통치했고, 표면상 사회주의 이념을 내세웠습니다. 당시 가족들을 잘 내세우지 않았는데요,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고모부와 고모, 그리고 동생을 최고 권력에 끌어들이는 등 가족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결국 “믿을 것은 가족밖에 믿을 수 없다”는 왕조체제의 절박감이 보이는데요, 북한에서도 가족주의를 인정합니까?
정영: 북한은 가족주의를 엄청 반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가족주의란 몇몇 사람들끼리 당적 원리를 떠나서 옳지 못한 관계를 맺고 서로 싸고 돌면서 당과 혁명, 조직과 집단의 이익보다 자기들의 이익을 앞에 내세우는 비조직적이며 비원칙적인 사상경향이나 행동”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칙은 노동당원의 임무에서도 규정하고 있는데요, “당원은 당의 유일사상에 어긋나는 자본주의사상, 수정주의, 교조주의, 사대주의, 종파주의, 지방주의 및 가족주의를 반대하여 견결히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게 북한 정권 자체가 가족주의를 반대하는 것을 보면, 김정은의 가족들이 노동당 규약을 어기면 당원 자격이 없는 거 아닙니까,
정영: 노동당원의 임무에 가족주의를 반대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보면 김정은이나 가족들은 노동당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러나 노동당은 김씨 왕조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북한이 2010년에 노동당 규약에서 ‘맑스- 레닌주의당’을 ‘김일성주의 당’으로 바꾼 것도 이러한 왕조체제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지금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보내드리는 북한언론 겉과 속을 듣고 계십니다>
최민석: 그럼 지금 지구상에 왕조국가, 왕조체제를 유지하는 나라들이 몇 있죠?
정영: 현재 왕정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수십 개 나라가 됩니다. 우선 유럽에서 영국이 대표적인 나라이고요, 이외에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벨기에, 네덜란드 등이 있고, 아시아에는 일본, 타이, 사우디아라비아 이런 나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왕들이 실제적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상징적인 인물로만 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국왕국은 지금까지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국가를 관리하는 권한은 총리에게 있고요. 왕은 국가의 상징적인 인물로만 되어있습니다. 이런 제도를 입헌군주제라고 하지요. 그런데 북한의 김씨 왕조는 절대적인 권한을 누린다는 면에서 다른 왕조국가와 차별을 두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북한처럼 절대적인 권한을 누리는 왕조국가도 있지 않습니까,
정영: 현재 국왕이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나라는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라는 왕국이 있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는 코란, 즉 이슬람교를 국가의 기본법으로 하고 국왕은 정치, 종교, 행정의 이렇게 3권을 틀어쥐고, 종교의 수장 겸 국가수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많이 받고 있더라고요. 제가 여기 미국에 유학 온 사우디아라비아 대학생들을 만나보았는데, 그들은 정부로부터 미국 대학 등록금을 지원받고요, 그리고 생활비는 한 달에 2천 달러씩 받고 있다고 합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학비와 생활비가 다 나온다는 소리네요.
정영: 사우디아라비아 유학생들은 그냥 몸만 와서 조지타운대학이나,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공부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자기네 왕조체제에 대해 말하면 싫어하더라고요. 그 이유를 보니까, 사우디는 기름이 많거든요. 그 기름을 팔아서 나온 부를 후대교육에 쓰더라고요. 그래서 국민들이 국왕을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그렇게 권력을 혼자 독차지 하면 국가 운영에서 위험할 때도 있지 않습니까,
정영: 지금 지구상에 여러 가지 사회체제 형태가 있지 않습니까, 민주주의도 있고, 사회주의도 있고, 왕조체제도 있고요, 그런데 왕조체제는 왕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만약 그 왕이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나쁜 정책을 가지고 있으면 굉장히 위험할 때도 있지요. 과거 일본의 천황제도가 그랬는데요.
최민석: 그렇지요. 천황은 거의 신적인 존재였지요.
정영: 천황을 신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제2차 세계대전의 침략전쟁도 “정의의 신의 부름이다”고 생각하고 일본 국민들이 죽기내기로 싸운 거지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일본군의 이러한 정신이 천황을 신격화 하면서 강하게 결속되었다고 보고 천황에게 ‘인간선언’을 하라고 요구했던 것입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그러면 ‘인간 선언’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정영: 인간선언이라는 것은 천황도 인간이라는 것을 스스로 밝힘으로써 신적인 신화를 무너뜨린 것입니다.
최민석: 아, 천황이 갖고 있는 권한을 축소시키려고 한 것이군요.
정영: 그래서 전쟁 이후에 모든 권한은 일본 국민들에게 돌아갔고요. 여러 개 정당가운데서 총리를 뽑는 제도가 된 것입니다. 현재 일본의 천황은 이름뿐이고, 국가의 모든 일은 내각 총리가 책임지고, 정치, 경제, 외교 활동을 하는 것이거든요.
최민석: 예, 잘 들었습니다. 북한이 사회주의를 건설한다고 시작해놓고는 점점 세월이 가면서 왕조체제로 가는, 즉 세상을 거꾸로 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