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 뒤집어 보기] 김정은, “보안원 법권 악용 말라” 당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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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지난 23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전국 분주소장 대회에 보낸 축하문에서 “보안원들이 법권을 악용해 제 살 궁리를 하면서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지 말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보안원들에게 이 정도로 당부하는 것을 보면 실태가 심각한 것 같은데요,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보안원, 즉 북한의 경찰이 어떻게 권력을 이용해 자기 살 궁리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자, 그럼 이제부터 ‘북한 속 북한 뉴스’로 들어가 봅시다. 얼마 전에 평양에서는 전국 분주소장 대회가 열렸지요. 여기서 김정은 제1비서가 “속에 칼을 품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자들을 가차없이 짓뭉개라”는 섬뜩한 지시를 했습니다. 사람을 짓뭉갠다고 하면 물건처럼 정말, 감자처럼 짓이긴다는 소린데, 그런 말은 보통 언론에서는 사용하지 않지요?

정영: 보도 윤리상 언론은 표준어를 주로 사용하게 되는데요, 한국 언론의 경우에는 남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는 표현을 대체로 피합니다.

예를 들어 ‘개00, 쌍놈’ 등 이런 말은 욕을 뜻하는 표현으로 잘 쓰지 않고요, 사용하더라도 ‘**, 00’을 요약해서 쓰는데요, 그런데 북한 매체들은 적대적인 사람이나, 국가를 향해서 욕할 때는 굉장히 섬뜩한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민주국가에서는 북한 김정은을 그저 김정은이라고 쓰지 않고 직함을 부쳐서 써주거든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짓뭉갠다, 박살낸다’ 는 등 저질용어들을 골라서 쓰고 있습니다.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말은 골라 써야 한다고 했는데요, 이것도 북한 매체에서 상당히 심중하게 고려해봐야 될 용어선택이라고 보여집니다.

최민석: 그리고 북한 매체가 보도한 축하문을 보니까, “속에 칼을 품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자들을 모조리 색출하여 가차없이 짓뭉개버려야 한다”고 나왔는데, 북한 내부가 그렇게 심각하게 혼란합니까,

정영: 지금 김정은 체제 들어 공안기관을 부쩍 강화하고 있는데요, 국가안전보위부를 시작으로 전국 분주소장 대회를 열었고요. 26일에는 사법일꾼열성자 대회를 열었습니다. 그러니까 보위부, 보안성, 검찰, 재판소 등 모두 회의를 했는데요, 여기서 등장한 용어를 보면 “딴 꿈을 꾸는 자들을 색출해서 짓뭉개라”이런 말이 여러 번 나왔습니다.

한번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북한 중앙TV: “불순적대분자들, 속에 칼을 품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자들을 눈에 쌍심지를 켜고 모조리 색출하여 가차없이 짓뭉개버려야 합니다”

이런 것을 봐서는 북한 내부가 매우 불안한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지금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에 대고 뭐라고 하지 않거든요. 그런데도 북한이 “때가오기를 기다리는 자, 소요, 동란을 일으키기 위해 악랄하게 책동하는 불순적대분자들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이것은 내부 주민들을 겨냥한 섬뜩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축하문에는 보안원들에게 “법권을 악용해 제 살 궁리를 하면서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지 말라”는 말도 있던데, 북한에서 보안원들은 어떻습니까,

정영: 보안원들은 여기로 말하면 경찰인데, 북한의 사회치안질서를 단속하는 부서입니다. 북한은 여행의 자유, 거주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없는 사회인데요, 이런 자유를 통제하는 보안원들을 보면, 여행증을 전문 단속하는 열차 보안원, 장사행위를 단속하는 수사과나 감찰과, 그리고 교통을 단속하는 보안원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자기 직권을 이용해 리속을 차리는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어느 정도 심각합니까,

정영: 예를 들어 여행증을 발급하는 보안원은 평양이나, 국경으로 가는 통행증을 발급할 경우에, 20~50달러를 받는 게 보통이고요. 그리고 장마당을 통제하는 보안원들은 상인들의 뒤를 캐서 빼앗아 자기 리속을 채웁니다. 이렇게 보안원들의 비리가 심각합니다.

최민석: 예,

정영: 1990년 중반에 평안남도에서 있은 이야기입니다. 돼지고기를 팔아서 살아가던 한 상인이 보안원들에게 북한 돈 5만원을 떼운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시가로 미화 250달러 정도 되었습니다. 이 여성은 돼지를 통째로 사서 그것을 잡아 장마당에서 파는 일을 했거든요.

그런데 보안원들이 달려들어 가택수색을 하고 5만원을 압수했습니다. 그리고 돌려주지 않았지요. 이 여성과 남편은 그 돈을 찾으려고 계속 보안서에 가서 비판서를 쓰고 취조를 받았는데요,

최민석: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정영: 부부가 두 달 동안 제발 돌려달라고 했는데, 보안서에서는 끝내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 집에서는 그 돈 때문에 고생했는데, 왜냐면 그 집 아들이 인민군에 나갔다가 허약 걸려 들어왔거든요. 돈이 있어야 몸보신을 시키겠는데, 보안원들이 돈을 빼앗고 주지 않아서 몸보신을 시킬 수 없었던 거지요.

그래서 분통을 터뜨렸어요. 그 사람이 너무 화가 나서 “전쟁이 일어나면 저 사람부터 처단하겠다”고 한탄하더라고요.

최민석: 그래요. 얼마나 억한 심정이 심했으면 그랬겠어요? 결국 북한의 보안원은 직책을 가지고 강도 짓을 하는 거네요. 허락 받은 강도네요.

정영: 북한은 내부적으로 굉장히 불안해 보이는데, “소요와 동란을 일으키려는 자들, 딴 꿈을 꾸는 자들”이라고 경계하는 것으로 봐서는 보안원들이 주민들에게 하는 행패가 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보안원들을 가리켜 오빠시, 모기라는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최민석: 자기들은 일을 하지 않고, 남의 피를 빨아먹는 모기와 똑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영: 보안원들이라고 해서 특별한 어쩔 수가 없지요. 국가에서 특별히 주는 게 없거든요.

최민석: 국가에서 특별하게 배급하지 않습니까,

정영: 배급 쌀은 좀 주는데, 공급이라는 게 옷감을 좀 주거든요. 그런데 보안원들은 같은 월급과 같은 쌀을 받아도 남들보다 엄청나게 잘 삽니다. 그 잘사는 원인이 상인이나 주민들로부터 물건을 빼앗아서 자기 이속을 채우는 거죠. 담배가 필요하면 담배 장사꾼에게 가고, 고기 먹고 싶으면 돼지고기 장사꾼에게 달려가고, 술 마시고 싶으면 밀주 장사꾼에게 달려가는 식입니다.

으레 북한 상인들은 보안원이 달려들 것을 생각하고, 일단 이윤의 한 30%는 보안원 몫으로 떼어놓습니다. 보안원이 달라고 하면 줘야지요.

최민석: 30%면 미국의 세금보다 더 비싸네요. 보안원들에게 이윤의 그 30% 빼앗기면 상인들이 정말 억울할 텐데요. 만약 상인이 그것을 못 내겠다고 하면 어떻게 됩니까,

정영: 감옥에 가든가, 아니면 물건을 완전 몰수 당합니다. 보안원들은 대놓고 뇌물을 요구합니다. “나도 좀 먹고 살자”고 말합니다. 그러다 내놓지 않으면 물건을 모두 몰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지요. 북한에서 장사를 하려면 힘이 있거나, 백이 든든해야지 보안원들에게 빼앗기기가 쉽지요.

최민석: 한국 같으면 경찰이 이렇게 했다가는 정말 난리가 나지요. 이런 사실을 사람들이 언론에 터뜨리면 경찰들의 옷을 벗겨요. 아시다시피 이렇게 옷을 벗은 경찰은 부정부패 딱지가 붙어서 정말 인생 끝이지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괜찮은 가봐요.

정영: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억울함을 당했다고 하면 언론에 터트리면, 자그마한 사건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게 언론이거든요. 그래서 언론은 어려운 사람, 약자의 입장에 서서 글을 쓰면 경찰이나 관리들이 옷을 벗는 거지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어디 가서 하소연할 때도 없고요. 그런 언론도 없거니와 언론이 그러면 문을 닫아야지요.

최민석: 북한에서는 언론이 권력의 도구이기 때문에 주민들을 위해서 큰 힘을 쓰지 못하지요.

정영: 외부에서 볼 때 북한이 굉장히 불안해 보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발언이 외부를 향한 것이 아니라, 내부를 향한 발언이라고 볼 때 정말 내부에 딴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지요.

최민석: 먹고 살아가게만 하면 왜 딴 꿈을 꾸는 자들이 나타나겠습니까,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습니다. 그리고 보안원 여러분, 통일된 다음에 어떻게 얼굴 들고 다니려고 그럽니까, 좀 정도껏 하지요.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