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여러분과 함께 북한선전매체의 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의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미국 NBA 이전 선수 데니스 로드맨과 일행이 3일 평양에 도착하였다"고 짤막하게 보도했습니다. 이로써 로드먼의 평양 방문은 2번째가 되었는데요, 얼마 전에 북한에 억류된 미국 시민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의 석방을 논의하기 위해 평양에 가려던 미국 정부 관리의 입국을 불허한 직후 로드먼을 초청한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최민석: 로버트 킹 미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을 취소한지 얼마 안되어 평양을 방문한 로드먼,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로드맨의 북한 방문이 얼마만이지요?
정영: 로드먼은 지난 3월초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제1비서와 만났습니다. 6개월만에 다시 평양을 방문한 것으로 되는데요, 당시 로드먼에 대해 우리 방송에서도 소개했기 때문에 청취자 분들이 낯설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최민석: 로드먼이 평양에 자주 가는 것을 보면 북한과 상당히 친해졌다고 보여지는 데요, 실제로 북한이 로드맨을 얼마나 좋아합니까,
정영: 북한이 로드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비밀스러워 잘 모르는데요, 로드먼 자신은 김정은 제1비서와 굉장히 친한 친구지간이라고 말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 평양에 갔을 때는 "김정은이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외부에 흘리기도 했지요. 이번에도 로드먼은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평양발 항공기에 오르기 전에 기자들에게 "거기 가서 내 친구 김(김정은)을 만날 것"이라고 친숙함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잠시 한국 언론 내용을 들어보고 넘어가겠습니다.
최민석: 예, 그러지요.
JTBC 녹취: 베이징을 거쳐 평양 순안 공항에 내린 로드먼은 친구 김정은을 만나러 왔다고 말합니다.
데니스 로드먼: 나는 외교관으로 여기 온 게 아니라 김정은 원수의 친구로 왔습니다.
로드먼은 올해 초 북한에 갔을 때도 김정은과 나란히 농구경기를 관람하고,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수만 명의 북한 관중들 앞에서 김정은을 친구라고 불렀고 김정은은 성대한 연회를 베풀고 포옹까지 했지요.
최민석: 그러면 로드먼의 이번 북한 방문 목적은 무엇으로 볼 수 있습니까,
정영: 로드먼의 방문 목적은 세계적인 유명세를 한번 타자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과 친구 지간이라고 전세계 언론에서 보도를 하겠는데, 로드먼은 이번 기회를 통해서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궁금한 것은 로드먼이 북한에 가서 미국 시민 케네스 배씨를 데리고 나올지 이런 문제입니다. 그는 지난달 말 미국 방송에 출연해서 김정은에게 "왜 이 친구를 인질로 잡아두느냐"고 물어보겠다고 말했고요, 그러면서 "만약 실제로 그를 석방시킬 수 있다면 나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나이가 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고 합니다.
최민석: 로드먼의 방북 시기가 좀 애매한 데요, 북한이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에 대한 초청을 갑자기 철회한 이후에 이뤄진 거 아닙니까, 왜 미국정부 관리의 초청은 취소하고, 민간인을 초청했을까요,
정영: 로버트 킹 특사의 방북은 8우러 30일부터 31일 사이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갑자기 취소했지요. 이유는 한미군사연습 기간에 미국이 전략폭격기를 출격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이) 전례 없이 연속적으로 B-52H 전략폭격기를 조선반도 상공에 들이밀어 핵폭격 훈련을 벌이는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고, 모처럼 마련됐던 인도주의 대화 분위기를 한 순간에 망쳐놓았다"고 걸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전략폭격기를 거론한 것은 말이 안된다, 왜냐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때 아무 소리 하지 않고 있다가 끝난 지 며칠이 지난 이제 와서 폭격기 소리를 하는 것은 정당한 구실이 안 된다고 미국측은 보고 있는 것입니다.
최민석: 미국 관리의 방북이 무산된 게 전략폭격기 때문이라면 로드먼은 괜찮다는 소리인가요?
정영: 이게 2중 기준인데요, 북한은 로버트 킹 특사가 들어갔을 때 배씨를 석방시키면 정치적•경제적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외부의 관측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배씨를 석방시키는 대가로 뭘 좀 얻으려다가 안될 것 같으니까, 미국 관리는 배제하고 민간인을 불러들였다, 역시 북한다운 꼼수로 보입니다.
정영: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원칙이 있지요. 핵과 미사일 도발에는 보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지금 핵을 고집하기 때문에 미북 관계가 진전이 없는 것입니다. 또 미국 관리의 직함이 북한인권특사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정치적 실리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면 로드먼이 김정은과 친구라는 것을 은근히 과시해왔는데요, 실제로 배씨를 석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요?
정영: 미국 시민 배씨의 건강이 안 좋다고 보도가 되고 있는데요, 정말 배씨를 보내야 한다면 로드먼을 통해서 보낼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왜냐면 미국 정부가 못하는 것을 로드먼이 수행했다, 그렇게 해서 미국 정부를 따돌리고 또 북한이 미국 공민들과 친숙하다는 것을 외부에 선전하기 위해서도 배씨 석방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이 정치인보다는 그들에게 표를 주는 유권자들을 포섭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는 거죠. 비록 로드먼이 정치적 식견이 다소 없는 막가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가 스포츠 맨이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혹시 로드먼에 대해서 좀 설명해줄 수 있습니까,
정영: 로드먼은 1961년 생으로 키는 204cm입니다. 미국의 프로농구팀에서 활약한 바 있는 로드먼은 한때 농구계에서 이름이 있었지만, 난폭하고 성미가 급해서 악동으로 소문이 더 나있습니다. 그는 경기도중에 침을 뱉거나, 카메라맨을 발로 걷어차고, 감독에게 대들어 악동이란 별명을 얻었는데요,
그리고 사생활에서도 많이 제기되었습니다. 마약을 하고, 성희롱, 고성방가 죄, 아내를 폭행해 무려 70여 차례나 경찰에 체포됐던 기록이 있습니다. 이런 로드먼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친구라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이 알면 그다지 신선함을 주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민석: 어려운 것보다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겠네요, 그럼 왜 북한이 로드먼과 같은 사람을 초청할까요?
정영: 최근 북한 당국은 미국에 사는 재미교포들을 통해 이러한 민간인 교류를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떤 재미교포가 가면 "미국의 어느 주지사를 좀 데리고 오라"고 부탁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사실 북한이 프로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 선수를 초청했다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가 대신 말이 많은 지금의 로드먼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당국은 미국 정부를 정면으로 돌파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민간교류부터 먼저 풀고 궁극적으로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 핵 보유를 용인 받는 조건으로 미북관계를 정상화 해보겠다고 꾀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민석: 북한이 미국 시민 배씨를 놓고 지나친 계산을 한다고 봅니다. 사람을 인질로 잡아놓고 정부관리는 피하고 개별적인 사람을 상대하겠다는 것이군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원한다면 정부 대 정부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악동'이라고 별명이 붙은 로드먼을 불러들여 뭔가 꿍꿍이를 하는 북한의 모양새가 오히려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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