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북, 배추 파동 '4대강 때문'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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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 언론의 겉과 속입니다. 얼마 전 남한에서 태풍과 이상 고온 현상으로 남새 값이 폭등한 것을 두고, 북한 언론매체들이 그 원인이 4대강 공사 때문이라고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배추 값 파동의 진실을 알아보겠습니다.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9월 말 남한에서는 배추와 무 등 야채(남새)의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서 평소보다 가격이 무려 4~5배가량 폭등했습니다. 작년 이맘 때 같으면 포기당 3천 원씩 했던 배추가 1만 5천원, 미화 10달러 이상 오른 것입니다.

배추뿐 아니라, 무, 상추, 부추, 양배추 가격도 줄줄이 올랐습니다. 갑자기 폭등한 야채 가격은 주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평소 김치를 직접 담가 먹던 주부들은 배추를 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식당 주인들은 김치찌개 가격을 1천원씩 더 올리는 등 연쇄적인 가격 상승을 불렀습니다.

그래서 남한에서는 "김치는 그저 김치가 아니라 '금치'"라고 불릴 만큼 귀해졌습니다.

이번 배추 파동은 장마철 비가 많이 내리고, 고온현상, 태풍 곤파스와 추석을 맞아 수요가 급증한 탓입니다. 폭우로 배추 생산량이 3분의 1 이상 줄고, 무우, 양배추 오이 등 다른 채소 생산도 줄어들어 발생한 이변입니다.

이 남새 값 파동을 놓고 남한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논쟁을 벌였습니다. 남한의 한 방송사에서 진행한 토론자들의 반응입니다. "이번에 날씨가 고온 했고 다습했고, 이것이 결국 이상기온으로 해서 배추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로 봅니다"

이에 대한 반론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날씨 외에 정부가 예측 불허이고, 유통구조에 문제가 있고, 그리고 분명히 4대강을 포함해서 채소 값 폭등에 줄었습니다"

농산물을 총괄하는 한국농림식품부의 관계자의 말입니다. "이번에 우리가 소비하는 배추는 고랭지에서 생산되는 여름 배추 입니다. 이 배추는 4대강 유역에서 생산되는 배추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요. 배추 값이 급격히 올라간 것은 9월2일 시작된 태풍 곤파스, 그 이후로 태풍 말로나, 추석 들어 폭우가 수도권 뿐 아니라 고랭지 채소의 산지인 강원도를 휩쓸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남한에서 여야가 논쟁을 벌이고 있을 때 북한 언론매체가 불쑥 끼어들었습니다. 노동당 대남부서가 발행하는 통일신보 10월 9일자는 "남새 값 폭등의 원인은 당국이 강행하고 있는 4대강 공사로 많은 농경지가 침수 및 파괴되고 그로 하여 남새 재배밭 면적이 급격이 줄어든데 있다"고 사실을 왜곡해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 2년 동안에 4만 7천83헥타르(ha)의 농경지가 없어졌고, 4대 강 정비사업으로 20%의 남새밭이 줄어들었다"며 "당국의 이러한 정책으로 우리 민족의 고유한 음식문화까지 좀 먹고 있다"고 숫자까지 나열하며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농림수산부가 2009년 7월에 실시한 행정조사에 따르면 4대강 유역 둔치 내 채소 재배 면적은 3천662㏊로서 남한 전체 채소 재배 면적 26만 2천 995㏊의 1.4%에 불과합니다. 4대강 유역에 남새를 심지 않는다 해도 채소 값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소립니다.

그러면 북한이 왜 이렇게 남한의 배추 값 파동에 관심이 높을까요?

남한 사회가 남새 값 파동으로 들썩거리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배추 값 파동이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괴소문이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민주당을 비롯한 소위 진보진영은 배추 값 파동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연관시켜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북한은 민주당 등이 주장하는 논리를 내세워 나름대로 '반 이명박' 지원포를 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2008년 남한에서 미국소 수입을 반대하는 '광우병 파동' 때도 남한 좌파단체들을 지원해 각종 유언비어를 만들어 퍼뜨렸습니다.

북한은 자기들은 2002년에 독일에서 광우병 의심이 있어 도축한 소고기 수만 톤을 가져다 주민들에게 나눠 먹이고도 "이명박 정부가 미친 미국소를 남조선 인민들에게 먹이려고 한다"고 거짓 선전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수시로 남한의 이념분쟁에 끼어들어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누구의 채소 값이나 걱정할 때입니까?

올해 홍수피해를 당하기는 북한도 마찬가집니다. 평안북도와 황해남북도, 자강도와 함경도 지방의 수천정보의 채소밭이 쓸려 내려가 올해 배추 값이 금값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지난 9월 11일 "중국 동북지방에 연일 쏟아진 폭우로 신의주 시민들을 위한 남새(채소)생산기지로 되었던 상단리와 하단리의 밭들이 모두 물에 잠기면서 올 가을에는 시민들에게 김장용 남새공급을 전혀 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김치를 '반철 농량'으로 먹고 사는 주민들에게 있어 김치 값이 올라가면 겨울 부식물은 거의 없는 셈입니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남한의 채소 값 걱정이나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주민들에게 김치라도 굶기지 않게 먹일 수 있는지 부터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