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사회주의 포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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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계획경제와 배급제를 사실상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측 당국이 요즘 각 지역에서 강연회를 열면서 '6.28 새경제관리체계'를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실장님도 그 내용을 관심을 갖고 보셨을 텐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대북 소식통들에 의하면, 김정은이 지난 6월 28일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를 세울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경제 방침을 제시하였고, 각 단위별로 이를 실행하기 위한 강연회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량강도와 함경북도 등의 소식통들이 전해 오는 바에 의하면, 6.28 조치의 기본 내용은 국가가 생산 계획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공장 기업소가 독자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으며, 농업 분야에서는 전체 수확량에서 국가가 70 퍼센트를 가져 가고 나머지 30 퍼센트는 농민이 가져간다는 게 핵심입니다. 또한 사무원과 교원, 의사 등에게만 국가가 배급을 주고, 나머지 근로자들의 배급제는 폐지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첨부해 말씀을 드릴 게 있습니다. 김정은이 지난 2일 평양을 방문한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인 왕자루이를 만나 중국이 공산당의 영도 하에 '12.5 계획'을 실행하고 '샤오캉(小康)' 사회를 건설하는 데서 커다란 성과를 거둘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지난 3일 보도했습니다. '12.5 계획'이란 중국이 지난 해 3월 중국 인민대표회의에서 승인한 12차 5개년 계획을 줄여서 말하는 것이며, '샤오캉'이란 중국 개방의 아버지라 불리는 등소평이 사용한 단어인데, 중국 인민 대부분이 중산층 수준의 생활을 누리도록 하는 사회를 건설한다는 의미로, 중국의 개혁 개방을 상징합니다. 김정은이 '샤오캉' 사회 건설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은 물론 중국의 마음에 들기 위한 외교적 발언일 수 있지만, 북한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때에 나와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더 특이한 것은 지난 7일 베트남(윁남)의 응웬 떤 중 총리를 만난 북한 최고상임위원회 김영남 위원장이 "조선은 베트남의 경제, 사회건설 경험과 관련하여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즉 배우고 싶다고 발언했다는 겁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과 북한 지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북한이 무엇인가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공장 기업소에 생산계획을 내려 보내지 않고 공장들이 자체로 자기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든다고 하는 말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에서 가장 기본인 계획경제를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일성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그리고 계획의 세부화와 일원화를 하여야 한다고 수백, 수천 번 강조하였는데, 김정은은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라고 하는 김일성의 정책과 정반대의 길을 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군다나 북한식 사회주의가 최고라고 자랑하던 김정일의 방침과 어긋나게 북한의 공식 국가수반인 김영남이 베트남의 경제개방 경험을 배우겠다고 발언한 것은 북한식 사회주의가 틀렸다는 것을 의미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은 조부 김일성, 부친 김정일이 지난 60여년을 걸어온 길을 부정하고, 새로운 길로 가겠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북한이 사회주의를 포기한다는 소리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그동안 북한이 계획경제와 '선군정치'를 포기하고 경제를 앞세우는 '선경정책'을 해야 한다고 충고해왔는데, 북한이 시도하고 있는 변화가 바로 그런 길이라면 환영할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조치가 '7.1 경제개선 조치'를 능가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보다 못한 것인지를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성우: 지난 주에는 특이한 일이 하나 있었지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옛 전속 요리사가 11년만에 평양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김정은의 초청을 받은 건데요. 실장님, 북측의 의도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가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은과 만난 후 일본으로 다시 돌아 왔습니다. 후지모토는 1989년부터 2001년까지 김정일의 일본요리 담당 요리사로 일한 인물입니다. 후지모토는 김정일을 위해 초밥 등 일본 요리를 만들어 주면서 일하며 느낀 점을 모아 '김정일의 요리사'라는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김정일이 매주 창성 등에 있는 특각에서 측근 간부들과 기쁨조를 모아 놓고 비밀 연회를 벌렸으며, 여자 기쁨조 성원들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극도의 사치스런 생활을 누린 사실들을 김정일과 같이 찍은 사진들과 함께 공개해 유명해진 사람입니다. 그는 김정일이 자신을 간첩으로 몰려는 기미를 보이자, 이를 눈치 채고 일본 요릿감을 구하려 한다면서 북한을 탈출했지요. 그런데 김정은이 후지모토를 북한에 초청한 것입니다. 후지모토는 참다랑어를 평양까지 공수하여 김정은, 리설주 부부를 위한 요리를 만들어 주었는데, 후지모토를 만난 김정은이 "오래간만이다", "언제라도 다시오면 환영한다"라고 말했다고 하지요.

김정은이 자기 부친의 사치스러운 생활, 부패스러운 생활을 폭로한 일본 사람을 초청한 의도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합니다. 북한과 일본은 9일부터 베이징에서 만나 적십자 회담을 시작하였습니다. 이것과 연관 지어 보면, 북한이 일본과 무엇인가 새로운 길을 찾아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설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김정일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일본 사람을,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 같은 이 사람을 김정은이 초청한 것은 아버지 김정일에 대한 반감이 있었기 때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를 공격한 사람을 불러 '언제라도 다시 와라, 환영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버지 보세요, 당신을 그토록 공격한 사람과 나는 친구 사이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서 참 묘합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와 관련한 소식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김정은의 동향을 담은 사진을 보면 여러 가지로 해석할 게 많아 보입니다. 실장님은 어떤 모습이 제일 눈에 띄던가요?

고영환: 김정은의 여러 가지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사진을 보고 제가 요즘 깜짝 놀라곤 하는 데요. 북한 552 군부대를 방문한 모습을 담은 사진이 북한 신문과 방송에 나왔는데, 이 사진을 자세히 보면 김정은과 같이 나란히 의자에 앉아 박수를 치는 부인 리설주의 곁에 검은색 손가방이 놓여있습니다. 전문가들이 해독한 바에 의하면, 이 가방은 프랑스의 '크리스티앙 디오르' 회사의 가방입니다. 이 가방의 가격이 1,700달러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김정은이 차고 다니는 시계입니다.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행사 등 여러 곳에 나타난 김정은을 보여주는 사진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차고 다니는 시계인데요. 전문가들은 이 시계가 스위스 '파텍 필립' 회사의 제품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파텍 필립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김정은이 찬 시계는 파텍 필립 다이아몬드 블랙맨 워치 5118 P형인데 이 시계의 가격은 84,710달러입니다. 미국 옥수수의 톤당 가격이 300달러 정도이니, 시계 하나 값으로 280여 톤의 옥수수를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이고, 국제기구와 세계 여러 나라에 식량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는 북한의 지도자가 스위스제 고가 시계를 차고 다니고, 지도자의 부인은 프랑스제 고급 가방을 들고 다니니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지요. 김정은은 김일성을 따라 한다며 머리에는 농립모를 쓰고 다니는데 팔목에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시계를 차고 다니니 정말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젊은 지도자가 이끄는 북한, 김정은 체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