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을 인권 범죄자로 낙인 찍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미국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김정은 개인에 대한 제재를 가했습니다. 의미가 크죠?
고영환: 미국 정부가 지난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개인 15명과 국방위원회, 국가안전보위부, 조직지도부, 인민보안부, 선전선동부, 정찰총국 등 8개 기관을 북한 인권 유린과 관련한 '인권 제재 리스트'에 담아 공식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외국의 지도자에게 인권유린죄를 물어 제재한 것은 사상 처음입니다. 북핵 도발이 아니라 인권 문제를 이유로 제재를 가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북한 내 인권유린 사례와 책임 소재가 어디 있는지를 분석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고,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만든 제재 대상 리스트를 공개했습니다.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입국 금지와 함께 미국 내 자금 동결, 거래 중단 등의 조치가 취해집니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에 북한과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제재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조치가 북한에 물질적 타격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 핵심부가 받을 압박감과 심리적 타격은 매우 클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북한 지도부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고영환: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6일 대북인권 보고서 발표와 함께 김정은을 처음으로 제재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대북압박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번 제재는 지난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단계적으로 끌어 올려온 대북 압박조치의 완결판으로, '북핵 불용'이라는 오바마 행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으로 평가됩니다. 막판에 김 위원장을 제재명단에 포함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오는 11월 선출되는 차기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북한의 태도 변화, 즉 비핵화와 인권개선 없이 북미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이며,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동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이 이날 국무부의 대북인권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국으로, 앞으로도 정보가 확보되는 대로 제재대상을 추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국은 지난 2월 대북제재 강화법안을 발효한 뒤 3월 2일 추가적 대북제재 대상을 지정했고, 같은 달 16일에는 독자적 대북제재 행정명령 13722호를 발동했습니다. 또 6월에는 재무부가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했고, 상무부는 북한에 제재대상 품목을 수출한 혐의로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한 조사까지 착수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번 제재가 부과하는 미국으로의 여행 금지, 미국 내 자산동결 등이 북한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에 물질적으로 미칠 영향은 적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세계의 지도국 중 하나이고 가장 강력한 초강대국이라는 점, 미국이 세계 정치, 군사, 안보 등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 세계 대다수 나라들이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실제적인 상황 등을 고려해 볼 때 이번 조치가 북한 지도부에 미칠 심리적, 정서적 영향은 매우 클 것입니다. 제재 대상에 언급된 간부들은 외부세계에 자유롭게 나가 다닐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자기가 항상 세계의 주의와 경계를 받고 있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클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른 고위급 간부들도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주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는 인권유린죄로 법정에 설 수 있다는 두려움이 북한 지도부를 휩싸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북한 지도부 간부나 실무자들이 잔학한 탄압을 저지르기에 앞서 자기가 할 일을 재고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박성우: 잠시 언급하셨습니다만, 김정은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제재 조치가 실질적인 효과가 있느냐는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인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미국 정부는 이번에 인권유린 혐의로 김정은을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이 상징적이면서 실효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7월 6일 미 국무부에서 실시한 제재 관련 회견에서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제재가 "압제적인 북한 정권 아래 자행된 가장 나쁜 일들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제재하는 가장 포괄적인 노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제재가 북한 정권에 "상징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북한 정권 내 인사들에게 만약 인권유린에 가담하면 우리가 누군지를 파악해 블랙리스트(요주의 명단)에 올림으로써 상당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저는 초대강국인 미국 정부가 김정은을 인권유린자로 규정하고 제재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다고 판단합니다. 김정은은 집권 후 장성택 국방위원회 전 부위원장, 리룡하 전 행정부 제1부부장,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 김근섭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을 잔인하게 총살하여 전 사회에 공포심을 조성하였고, 미국을 향해 핵찜질을 하겠다거니 워싱턴과 뉴욕을 잿가루로 만들겠다느니 하면서 위협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미국 정부의 제재는 김정은의 자업자득인 셈입니다.
미국이 인권유린자로 그를 지정해 제재하기로 하였고 국제사회는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인권유린 행위로 기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김정은이 외국을 자유롭게 나다니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스위스에서 유학을 한 김정은은 외국 여행을 많이 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젠 외국을 방문하기 힘들어졌고 행동 반경에도 많은 제약을 받게 될 것입니다. 김정은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지 짐작이 갑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막지 못한 북한 외교관들과 북한 간부들은 정말 바늘방석 위에서 좌불안석하고 있을 것입니다.
박성우: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당분간 더 악화된다고 봐야겠죠?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미국 정부가 지난 6일 김정은을 인권 문제와 관련한 제재대상에 올림으로써 북미 관계는 당분간 복원이 쉽지 않을 정도로 악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서 이른바 신적 존재인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국제사회의 '인권 범죄자'로 낙인찍어 모욕을 준 것이어서 북한 정권이 앞으로 상당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미 정부 역시 인권 침해를 이유로 제3국 정상을 직접 제재하는 사상 최초의 조치를 전격 단행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도발을 거듭하는 북한과 대화할 생각이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미국은 당장은 북미 관계의 파탄 상황까지 감수하더라도 김정은과 북한 정권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북한 최고지도자를 인권범죄자로 낙인찍는 이번 조치는 '전략적 인내'를 넘어 실질적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 정권을 벼랑끝으로 몰기위한 압박조치라는 게 대체적 분석입니다.
북한은 이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인권 문제가 거론되는 것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던 북한은 7일 외무성 성명을 발표하여 이른바 '최고존엄'을 건드렸다고 반발하면서 미국과의 전시상태를 선포하였습니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도발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미 대선 전야에 한반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전망입니다.
박성우: 국제사회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까지 거명하며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물론 북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한반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놓고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관련 소식을 이 시간에 자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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