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최근 들어 탈북자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18세 수학 영재가 홍콩에서 망명 신청을 했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죠.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엘리트층, 즉 간부들의 탈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홍콩에서 열렸던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했던 북측 남학생이 홍콩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진입해 신변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홍콩 명보는 지난 달 6일부터 16일까지 홍콩 과학기술대학에서 열린 제57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했던 18세의 북한 남학생이 북한 대표단을 이탈해 한국 총영사관에 망명 신청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홍콩 영어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이 학생은 15일 대회 폐막식에 참석한 뒤 16일 밤과 17일 아침 사이 사라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대표단을 이끌고 왔던 인솔 교원 2명과 나머지 학생 5명 등 북한 대표단은 지난 달 19일 홍콩을 떠났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홍콩 명보는 "한국 총영사관은 탈북자의 진입이 북한을 자극해 보복 공격을 유발할 가능성을 우려해 홍콩 정부에 공관 보호를 요청하고 탈북자의 사진과 자료를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총영사관이 있는 건물 안팎에는 홍콩 경찰 소속 대테러 요원들과 사복 경찰들이 배치돼 영사관 출입 등을 면밀히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체적인 정황은 후에 확인이 될 것이지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하였던 북한의 수학 영재가 대회가 끝나자마자 사라졌다는 것은 이 학생이 북한을 떠날때부터 탈출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일반 주민들의 탈북에 이어 당, 정, 군 간부들의 탈북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제는 18세의 학생이 외국에 나왔던 기회에 용감성을 발휘하였고 이 시도가 성공하였다는 점입니다.
박성우: 요즘 탈북자 수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소식도 있었죠. 어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은 집권 이후 급감하였던 한국 입국 탈북자 수가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지난 2일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입국한 탈북자는 잠정적으로 815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6% 증가했습니다. 국내 입국 탈북자 수는 2006년 이후 연간 2000명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가 김정은 집권 첫해인 2012년 1,502명을 기록했습니다. 작년에는 1,276명까지 줄어들었습니다. 탈북자들의 일시적인 감소는 김정은 집권 직후부터 강력한 탈북자 단속 정책을 폈기 때문으로 평가됩니다. 이와 함께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겨냥한 북한 보위부의 '재입북 공작'도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탈북자가 올해 증가세로 돌아선 배경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통치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김정은 집권 초기 새로운 지도자에 대해 가졌던 주민들의 기대감이 집권 5년차를 맞으며 무너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거듭된 도발로 국제 제재를 자초해 삶은 더 어려워지는 데다 공포 정치는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이 탈북 의지에 다시 불을 붙이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여기에 해외 외화벌이 일꾼들은 올해 초 4차 핵실험 이후 국제 제재로 '돈줄'이 막히면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이들은 충성 자금 등 과도한 상납금 압박에 시달리는 데다 제재까지 더해지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체제를 이탈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월 중국 저장성 닝보의 북한 식당에 근무하던 종업원 12명과 지배인 1명이 한국으로 집단 귀순한 것이 신호탄이었습니다. 6월에는 중국 산시성의 북한 식당 종업원 3명도 한국으로 들어갔고, 비슷한 시기 랴오닝성 둥강의 공장에서 일하던 북한 여성근로자 8명이 탈출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평양 출신이며 당 간부나 중산층 이상 가정의 자제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외주재 북한 당, 정, 군 간부들의 탈출, 해외에서 일하던 북한 중산층 및 그 자제들의 탈출, 수학 천재의 탈북 등은 북한 체제가 내부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간부들도 규율이 풀린 상태라는 내용의 보도도 있었는데요.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현상이지요?
고영환: 북한에서 해외 근로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파견된 당과 정부의 간부들과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이 삼성이나 LG 스마트폰을 몰래 사서 사용한다고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가 중국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일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해외 파견된 북한 간부들과 보위부 요원들이 일반 근로자들에게는 스마트폰 사용 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정작 본인들은 삼성과 LG 등 한국제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상부 허가 없이 인터넷망에 접속해 외부 정보를 습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소식통은 "해외에 나온 북한 간부들이 스마트폰을 사는 목적은 인터넷으로 외부 세계가 북한 체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라며 "북한 관련이면 아무리 작은 뉴스라도 일부러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신변 등 '김씨 일가' 관련 뉴스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데일리NK는 "북한 당국이 단속하지만, 간부들끼리 스마트폰 사용을 서로 눈감아주기 때문에 쉽게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에 들어오는 북한 당과 정부의 간부들은 해외에 나와 있으면서 여차하면 한국으로 탈출을 하려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지도부가 금지하는 인터넷을 보고 한국 영화나 드라마들을 많이 보는 등 이전 시기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한 인민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북한에서 요즘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데, 우리도 올림픽 이야기 좀 해 보죠. 최룡해가 파견됐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김정은 정권의 실세인 최룡해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올림픽 참석을 위해 지난 달 30일 평양에서 출발해서 지난 4일 브라질에 도착하였습니다. 최룡해가 브라질 올림픽에 참가하는 이유는 우선은 김정은의 유다른 체육에 대한 관심과 사랑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김정은이 후계자 시절이던 2011년 신년 공동사설에 "온 나라에 체육 열풍을 세차게 일으켜 선군 조선을 명성 높은 축구 강국, 체육 강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넣은 데 이어 김정은 집권 첫해인 2012년에는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북한 체육을 총괄하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초대 위원장이 당시 2인자였던 장성택이었고, 2013년 장성택 처형 후에는 최룡해가 이 자리를 이어받았습니다.
최룡해가 브라질에 직접 간 또다른 이유는 북한 선수들을 직접 격려함으로써 이들의 해외 망명과 같은 '돌발사태'를 막기 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의 한 대북소식통은 "공식 서열 3위까지 올랐던 최룡해가 브라질에 간다면 선수단 단속과 보안 측면에서 현지 당국과 더욱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4월 북한 식당 여종업원의 집단 탈북에 이어 최근 홍콩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 18세 북한 학생까지 망명 신청을 하면서 최룡해가 직접 현지에 가 북한 선수들을 독려하면서 탈북도 막아보자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오늘은 탈북 이야기를 해 봤는데요. 올림픽에 출전한 북한 선수가 망명을 신청한다면, 이게 북한 체제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겠죠. 그래서 '최룡해의 임무 중 하나는 탈북자 방지'라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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