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한 비핵화 포기한 것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앞서 새해 국정운영 구상이 담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앞서 새해 국정운영 구상이 담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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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문 대통령이 새해를 맞아서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했습니다. 조건이 붙어있긴 한데요. 위원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하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에 필요하다면 정상회담을 비롯해 어떤 만남도 열어 두고 있다”면서 회담을 위한 “여건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남북 관계가 개선된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두 틀의 대화 노력이 서로 선순환 작용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조건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의 원칙은 명확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공동선언한 한반도 비핵화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면서 “북한을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우리가 더 해 나가야 할 과제”라도 덧붙였습니다.

기자회견에서는 한미관계에 대한 질문도 적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남북 당국회담에 대해 언급하면서 “남북간 대화는 미국이 주도한 제재와 압박의 효과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매우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남한의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겨울 올림픽에 북한이 참가를 결정하면서 이를 계기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는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기 때문에 한국은 국제사회와 제재에 대해서는 보조를 맞춰 나갈 것이며 한국이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지금 갖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습니다.

평창 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는 것은 대 찬성이고 협력을 다하겠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하거나 대북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발언의 핵심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한다고 해서 한국이 북한 비핵화 포기나 제재 완화 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북한 지도부가 판단한다면 이는 너무 큰 실수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박성우: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이 있었던 날 저녁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는데요. 주목할 발언이 많이 나왔죠?

고영환: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30분간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남북 고위급 대화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넘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북 사이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남북 간 회담 정형(진행 상황)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전화 통화는 문 대통령의 취임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홉 번째로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지난 1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통화에서 “9일 남북대화 이후에 재차 통화를 하자”는 약속이 있었고, 이에 따라 통화가 이뤄진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통화에서 평창 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데 합의하며 “미국은 100%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 기간에 한미가 군사훈련을 하지 않기로 하고 남북대화를 통하여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시키려고 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미국 대통령이 100% 지지한다고 한 발언,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이 미국 대통령의 노력에 의하여 이뤄질 수 있었다고 평가한 발언들은 한미관계가 굳건함을 보여준 실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문 대통령의 새해 기자회견 내용을 좀 더 살펴보죠. 남북관계나 북핵 문제 말고도 중요한 발언을 하나 더 했는데요. 개헌을 하겠다는 것이었죠.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이게 어떤 의미를 갖나요?

고영환: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들 앞에서 “국회에서 개헌안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보다 일찍 개헌 준비를 자체적으로 해 나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계속하여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하려면 3월 중엔 개헌안이 발의돼야 하고, 그러려면 국회의 개헌 특별위원회에서 2월 말까지는 개헌안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는 헌법보다는 당의 유일사상체계 10대 원칙과 노동당 규약이 더 중요하고 헌법은 대외 선전적인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낸 저도 지금까지 10대 원칙 기본내용을 암송하고 있으나 사회주의 헌법은 그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합니다. 청취자분들도 저와 생각이 같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헌법이 가장 중요합니다. 헌법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리가 정해지고 형법 등 하위법들도 헌법 정신에 따라 정해집니다. 한국에서는 1987년 민주항쟁 이후 헌법이 제정되어 지난 30년 동안 존재했습니다. 이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직접적, 비밀적 투표에 의해 선출되며, 그 임기는 5년이고, 대통령은 단임, 즉 한번밖에 할 수 없습니다.

헌법이 만들어진 지 30년이 흘렀고 그간 한국 사회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헌법을 바꾸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헌법을 바꾸는 것을 개헌이라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개헌 작업을 올해에 하자는 화두를 던진 것입니다.

개헌의 세 축은 인간의 기본권 확대, 지방 분권의 강화, 권력 구조의 개편입니다. 최대 쟁점은 역시 대통령 중심제로 그냥 갈 것인지, 아니면 총리에게 내부 통치를 맡기고 대통령은 외교와 군사를 보는 이원집정부제를 할 것인지, 아니면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국회의원 내각제로 권력구조를 개편할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참고로, 현재 한국과 미국은 대통령제이고 일본은 내각제입니다. 개헌을 하려면 개헌안 국회 표결 때 300명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현재 야당인 자유한국당에는 100명이 넘는 국회의원이 소속돼 있어 야당이 반대하면 개헌안이 가결될 수 없습니다. 북한도 자유투표가 진행되어 헌법을 만들고 그 헌법에 따라 지도자가 결정되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쭤보죠. 북한의 신년사와 남한의 신년 기자회견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느껴졌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30분 동안 신년사를 하고 그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제부터 질문을 하십시오’라고 청와대 참모가 얘기하자 2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모두 손을 들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누구에게 질문권을 줄지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눈을 맞추고 질문권을 준 13명의 기자가 질문을 했고요. 질문과 답변은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대답하기 힘들고 민망한 질문들도 이어졌습니다.

자유분방하고 활발한 기자회견장을 보면서 남과 북의 신년사 차이가 왜 저렇게 클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말해서 대통령의 신년사를 즉석에서 잘 보지 않습니다. 신년사가 끝난 후 대북관계, 대외관계 부문만 보아 온 것이 벌써 27년째입니다. 전문가로서 내가 알아야 하는 부문만 읽어 보는 것입니다. 북한에 있을 때 새해 벽두부터 신년사를 정리하고 달달 외우고 하는 것이 한국에는 없어서 세상이 참 자유롭다고 느낀 것이 어제 같은데 세월이 참 많이도 흘러갔습니다.

박성우: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번째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고, 여건이 조성되면 남북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주요 발언을 쏟아냈는데요. 이런 내용이, 위원님께서 지적하셨듯이, 기자회견장의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는 점을 북한의 청취자들께서도 주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