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외화수입 손실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죠. 북한의 외화수입이 2억 달러 가량 줄었다고 하는데요.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왜 그렇습니까?
고영환: 한국의 국책 연구기관이고 제가 일하는 곳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로 인한 북한의 외화수입 손실 규모가 9개월간 2억 달러 수준이라고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지난 10일 공개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 이행 효과 평가' 자료를 통해 "제재 시행 이후 9개월(작년 3월부터~11월까지)간 대중 수출과 외화벌이의 동반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억 달러의 외화수입 손실이 있었다"며 "외화 손실액 2억 달러는 2015년 북한의 총 수출액 27억 달러의 7.4%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연구원은 "외화수입 손실은 개성공단 폐쇄가 가장 크며, 대중 수출, 무기판매, 해운, 인력 송출 등 외화벌이 사업 전 분야에서 발생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연구원은 계속하여 북한의 대외무역 환경은 중국과 미국의 대북 압박과 제재로 인해 악화 추세에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 관련 거래 혐의로 미국의 제재를 받은 훙샹그룹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후속조치에 착수했고, 그 결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특히 중국은 훙샹 사건에 연루된 관련자와 대북 거래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훙샹 사건 이후 북한행 화물에 대한 전수검사가 진행되고 있어 통관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이 연구원은 전했습니다.
이 자료 발표와 관련해 한국의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평가와 관련한 질문에 "언론에 보도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에 대한 것"이라며 "그 후에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21호가 또 나왔고, 거기에는 더 강력한 석탄 수출량 및 액수를 규제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북한의 외화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와 이를 실현하려는 중국과 미국 등 나라들의 압박으로 북한 경제가 입을 타격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핵무기를 먹으며 살 수도 없는데 민심까지 동요시키면서 왜 그토록 집착하는지 정말로 이해가 안 됩니다.
박성우: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에 김정은의 대외 활동도 조금의 변화가 있었다는 분석이 있죠?
고영환: 지난 10일 한국 통일부가 북한의 노동신문 보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김정은의 공개활동은 2012년 151회에서 2013년 212회로 늘었다가, 2014년 172회, 2015년 153회, 지난해 132회로 감소했습니다. 김정은의 공개 대외활동이 2013년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분야별로 보면 경제 37.1%, 군 35.6%, 정치 20.5%, 사회 5.3% 순이었습니다. 지역별로는 평양이 61%로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강원도가 13%로 다음으로 비중이 높았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집권 초기에는 자신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공개활동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정권 안정에 자신감이 있어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공개활동 전체 횟수가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당국자는 "지난해 1분기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군 분야 공개활동에 집중하다가 대북제재가 본격화한 4월부터는 민생·경제 행보에 주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은은 올해도 새해 첫 공개활동으로도 경제 부문 시찰을 선택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새로 건설된 평양가방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지난 5일 보도했습니다. 김정은이 민생경제 행보를 새해 첫 공개활동으로 택하고, 다른 부문 시찰 횟수는 줄이면서도 경제부문 시찰을 늘리며 자력·자강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올해 국제사회와 국가별 독자적 대북제재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박성우: 북한 내부 소식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1일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자아비판'성 발언을 했는데, 이게 관심의 대상이 되다 보니 북측 매체가 나름의 해석을 내놨습니다. 소개와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북한 매체가 지난 10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한 '자기비판' 성격의 발언을 두고 '인민대중제일주의'의 표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의 신년사 구절을 인용하면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역사적인 신년사를 하시며 조국과 인민 앞에 엄숙한 맹약을 다지시던 그의 모습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위대한 모범을 보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문은 김정은이 올해 첫 공개활동으로 평양가방공장 시찰을 택한 것과 지난 8일 김정숙평양제사공장을 찾은 것 역시 인민대중제일주의의 발로였다고 찬양했습니다. 인민대중제일주의는 지난 2013년 1월 김정은의 연설을 통해 처음 등장한 '김정은식 애민주의' 사상입니다. 북한은 최근 들어 김일성∙김정일주의의 본질이 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논리까지 펴고 있습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1일 발표한 육성 신년사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며 이례적으로 자책성 발언을 했습니다. 북한은 '수령주의' 나라입니다. 수령주의에서 핵심은 수령의 무오류를 특히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북한에서 김정은이 잘못했다고 하였으니, 이는 고급 간부들도 자기비판 바람을 일으키고 그중 대표적 과오 사례들을 찾아 그들을 처형 또는 처벌하는 공포정치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오류도 잘못도 없어야 하는 이른바 '수령'이 잘못했다고 하니 북한이 뭔가 좀 이상해진 것 같아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대목인 것 같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살펴보죠. 백두산에 '김씨 3부자'를 위한 기념비를 세우기로 했다는데요. 이건 어떤 맥락에서 해석하면 될까요?
고영환: 북한이 백두산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 우상화를 위한 기념비석을 세우기로 했다고 북측 중앙통신이 지난 11일 보도했습니다. 중앙통신은 올해 김씨 3부자에 대한 대대적인 우상화 작업을 위해 조직된 '2017년 백두산위인칭송대회 국제준비위원회'가 지난 8일 공보문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고 전했습니다. 공보문은 올해가 김부자 정주년 행사들이 많은 해라고 하면서 이들에 대해 "백두산과 더불어 백두산 위인으로, 인류의 태양으로 세계 진보적 인민들의 다함없는 흠모를 받고 계신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김정은을 '백두혈통' 선대인 김일성·김정일과 같은 반열에 올려 우상화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관측됩니다. 온 북한땅에 김부자 3대 동상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나라를 뒤덮을 기세입니다. 동상 만드는 것보다 인민들을 따뜻한 곳에서 이밥을 먹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참으로 우울한 연초인 것 같습니다.
박성우: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앞세우면서 정작 하는 일은 김씨 일가 신격화 작업인 걸 보면 북한 지도부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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