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부대 행사가 북측 강원도에서 열립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17일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이 열렸는데요. 11개 항의 합의 사항이 발표됐죠. 주요 내용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북한의 강원도에 있는 마식령에서 남북한의 스키 선수들이 공동훈련을 하게 되는데요. 북한으로선 마식령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올해 2월 9일부터 남강원도 평창군에서 열리게 되는 겨울철 올림픽이 성과적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하였고, 이후 지난 17일에 열린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북 강원도 마식령에서 남북한의 스키 선수들이 공동 훈련을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물론 이번 올림픽에 출전할 남한 선수들이 여기서 훈련을 하는 건 아니고, 남측 스키협회에 소속된 선수들이 가게 된다고 합니다. 어쨌든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공동 훈련을 진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식령 스키장은 김정은이 집권한 후 건설한 가장 큰 치적 건설물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마식령 스키장을 새로운 외화벌이 장소로 만들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나 이용객이 거의 없어 운영에 난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북한 체육 실무회담에서 합의한 이 내용을 두고, 이번에 진행되는 평창 올림픽이 북한 마식령 스키장의 '국제 선전 무대'로 되는 것이 아니냐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우려가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남측 선수들이 마식령 스키장을 쓰면서 외화로 사용료를 지불하면 북한에 대한 대량 현금의 이전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고, 또 마식령 스키장 시설이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국내 스키 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무리 훈련이고 대표선수가 아니라지만 국제 기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낙후 시설에 가서 뭘 얻어 오겠느냐. 선수 입장에선 이만큼 황당한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평창 겨울 올림픽을 남북이 같이 치러 남과 북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어 내는 디딤돌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여 온 현실에서 올림픽을 남과 북이 성과적으로 치러낸다고 해도 긴장 완화를 넘어 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질지는 의문스럽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강원도 지역에 있는 금강산에서는 남북 합동 문화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남과 북은 지난 17일에 진행된 남북 체육 실무회담에서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행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남한 정부가 평창 올림픽 개막식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금강산 공동 문화행사를 제안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올림픽 구상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월 "평화 올림픽을 만들어낸다면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고 금강산 관광을 빠른 시일 내에 재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금강산에서 평창과 동시에 전야제를 하면 세계적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금강산 남북 공동 문화행사를 생각하고 있었고, 이러한 행사들을 통하여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물론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 문화행사는 금강산 관광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금강산 관광은 북핵 문제 진전이 있어야 검토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해 왔습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을 통해 한 해 평균 5천만 달러 정도의 외화벌이를 했습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이 남과 북 사이의 긴장 상태를 완화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관광 사업을 통해 북한이 거둬들였던 연간 5천만 달러의 외화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인식입니다. 금강산 공동 문화행사가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성우: 이번 남북 간 합의로 그간 막혀 있었던 3대 육로, 그러니까 금강산, 개성, 판문점 육로가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게 시사하는 바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지난 1월 15일 남북회담에서 북한은 예술단을 남강원도 평창 올림픽에 보내며 140명 규모의 이 예술단은 판문점을 통해 이동한다는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지난 17일에 진행된 남북 체육 실무 회담에서는 북한 선수단과 대표단, 응원단 등이 경의선 육로, 즉 개성공단 통로를 이용하여 한국에 오기로 합의됐습니다. 개성,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 파주를 잇는 이 길은 개성공단이 중단되기 전까지는 서울에서 개성공단으로 오가던 남한측 기술자, 관리자, 실무자, 대표단 등이 사용했습니다.
이날 경의선 육로를 통한 북한 대표단의 한국 방문은 북측이 먼저 제안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이 개성공단 통로를 이용하자고 제의한 것은 개성공단을 재개하고 싶다는 신호를 남한에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식령 스키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동해 출입선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동해선도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을 통해서는 예술단을 보내면서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고,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서는 개성공단을 다시 가동하려 하고, 마식령 스키장과 금강산 공동 문화행사를 통해서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동안 남과 북은 직통전화 하나 없어서 판문점에서 손마이크로 소통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서해 군 통신선이 열리고 판문점 직통전화가 열린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여기에 동해선 육로까지 열리면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을 잇는 땅길 세 곳이 모두 열리게 됩니다. 평창 올림픽을 통하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가 낮아지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여 남북 공동 번영의 길이 열리고, 이것이 다시 평화적인 통일로 이어지는 그런 꿈을 잠시라고 꾸어 봅니다.
박성우: 평창 올림픽 기간에 남한을 찾게 될 북측 대표단의 인원이 상당히 많죠. 이를 통해 북측이 기대하는 바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지난 15일과 17일 남북 회담의 결과로 이번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방문단이 500명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예술단 140명, 응원단 230여명, 태권도 시범단 30여명과 기자단을 이미 파견한다고 했고, 여기에 참관단, 고위급 대표단, 올림픽 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등을 합치면 총 규모는 500명 선이 될 것입니다. 또한 재일조선인총연합회 응원단 250명까지 포함하면 700명을 넘을 수도 있어 역대 최대급 북측 대표단이 한국에 오는 것입니다.
저는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대규모 대표단을 보내는 것은 북한이 평화 애호적인 국가 정상적인 국가라는 영상을 국제사회에 심어주고,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여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며, 잦은 남과 북 사이의 왕래와 남북협력을 통하여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훼손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평가합니다. 특히 삼지연 관현악단을 보내는 것은 삼지연, 백두산, 김정은 백두혈통을 부각시켜 김정은 선전의 장으로 이용하려고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우려도 하게 됩니다.
박성우: 한반도의 남측 강원도에서는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고, 북측 강원도에서는 그 올림픽과 관련된 공동 훈련과 문화행사 등이 열리게 되는데요. 일견 좋은 일이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위원님이 지적하셨듯이 '북핵'이라는 근본적 문제의 해법 찾기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죠. 문재인 정부의 바람처럼 평창 올림픽이 북핵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는 여정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지 다들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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