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의도는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한국의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3일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이른바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한 데 대해 "이번에 북한은 8일부터 25일까지 기간 중 아무 때나 발사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한국의 정보 당국자는 장거리 로켓 발사 준비 상황과 관련해 "동창리 발사장 인근 대형 건물에서 이미 로켓 조립을 끝내고 발사대로 이동하기 전 단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군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전후하여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며 탄도미사일들을 쏘아 올렸습니다. 첫 미사일 발사였던 1998년 대포동 1호를 빼곤 모두 국제기구에 사전 통보하는 형식의 '구색'을 갖췄습니다.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지명된 2009년 이후 양상을 보면 미사일 사전예고 기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발사 가능 기간은 길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인공위성으로 가장한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는 이유를 저는 세 가지로 평가합니다. 첫째, 핵무기를 미국 본토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미사일을 제작해 실전 배치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세계에 대고 제재를 가하면 가할수록 북한은 더 강하게 나간다는 것을 보여주어 제재가 효과가 없다는 논리를 전파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외부사회 특히 미국과 중국에 대해 '당신들이 뭐라고 해도 우리는 제 갈 길을 갈 것이니 간참하려 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중국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과 관련해 "중국이 사전에 이를 알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한국의 정부 고위 당국자가 지난 3일 말했습니다. 우다웨이 6자회담 중국 대표는 핵실험으로 인한 제재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에 전달하고 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2일 평양에 간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은 우 대표가 평양에 도착한 직후에 그의 면전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계획을 공언함으로써 사실상 중국의 면상을 후려갈겼습니다.
북한은 시진핑 주석이 취임한 직후에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을 하여 중국을 커다란 곤경에 빠뜨린 적이 있습니다. 지난번 4차 핵실험도 중국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고 강행하였고, 이번에도 우다웨이 대표가 평양에 도착한 직후 미사일 발사 계획을 국제해사기구 등에 통보하였습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낸 셈입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위성 발사를 자제하고 신중하게 행동해 한반도 정세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인민일보는 4일 루캉 외교부 대변인이 전날 정례 회견에서 북한 '위성' 발사 계획에 대해 "엄중히 우려한다"고 말한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만일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다면 새로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사설은 "중국 사회는 중국 정부가 조선에 제재를 강화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이는 중국인 대다수의 태도"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평양이 대국 사이의 모순을 기적적으로 이용해 핵무기 개발 공간을 개척했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이는 환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모든 국력을 쏟아 전략 핵미사일을 보유하려 한다면 진짜 위험 상황에 들어선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문은 미국에게 북한이 보유한 '핵 장치'는 '장난감' 수준에 불과하다며 일단 재난이 닥치면 가장 견디기 어려운 나라는 북한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태도는 중국이 뭐라고 해도 나는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려는 것이며 국제사회에서 중국에게 망신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도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북한은 분명하게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한국 정부의 반응은 적절하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예고한 지 이틀 만인 지난 4일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결코 용납돼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강력한 유엔 제재를 통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4차 핵실험에 이은 추가 도발 움직임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이른바 핵·경제 병진노선을 계속 추구하면서 도발 강도를 높여나가게 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확고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앞서 한국 정부는 2월 3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회의 직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북한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을 중단하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한국 국방부도 지난 4일 북한이 발사 예고한 장거리 미사일이 대한민국의 영토나 영해에 떨어지면 요격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상균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사일 또는 잔해물 일부가 우리 영토나 영해에 낙하할 경우 요격할 수 있도록 방공작전태세를 강화하고 있고, 이로 인해 우리 영토 내 낙탄 지역과 피해 정도에 따라서 자위권 차원의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경우에 대비해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고 대내외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이는 자위적 조치의 일환으로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다면서 국제기구에 신고를 하기는 했는데, 미비한 내용이 많아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부원장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산제이 아차리야 대변인은 지난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제공한 정보가 너무나도 미비하다"며 "국제 주파수 등록원부에 정식 기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북한의 주장대로 평화적 위성 발사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요청한 정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북한에 추가 정보를 요청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현재로선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북한은 국제기구, 국제사회의 규범들을 무시하고 마치 고장난 기관차처럼 폭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 소식으로 한반도가 어수선합니다만, 민족 명절인 설이 다가 오고 있지요. 부원장님, 하고 싶은 말씀 많으실 것 같은데요.
고영환: 이제 다음 주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입니다. 설은 가족끼리 오붓하게 모여앉아 정을 나누는 시간이죠. 그러나 설 같은 명절이 오면 오히려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산가족들입니다. 이산가족은 분단과 6·25 한국전쟁으로 생겨난 문제입니다. 전쟁 이전 시기에 북에서 남으로 350만여명, 전쟁시에는 150만여명, 도합 5백만명 이상이 남하하였습니다. 현재도 한국에는 70만명 이상의 이산가족 1세대가 헤어진 가족과의 만남을 염원하며 살고 가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3만여명 중 20회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통해 북에 있는 가족과 친척을 만난 사람은 2천여명에 불과합니다. 남북은 회담을 통해 생사 확인, 서신 교환, 상호 방문 등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생사 확인조차 거부하며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간 남북한은 설과 추석 등을 계기로 상봉행사를 실시해 온 사례가 많아 이산가족들은 이번 설에도 북한의 호응으로 상봉을 통해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산가족들의 고통이 경감되도록 세계인권선언에 보장된 이산가족의 재회, 서신 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국제사회 역시 북한인권 문제가 이슈가 되도록 하여 북한 정권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조건없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재개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저 역시 이산가족의 한사람입니다. 이 문제가 하루속히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박성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으로 다시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데요. 부원장님 말씀 듣다 보니, 정작 해결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남북한 당국자들이 모여 앉아 머리를 맞대고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수고하셨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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