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더 큰 어려움 봉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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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개성공단 운영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배경은 뭐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취했습니다. 군사 분야를 제외하고 한국이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가한 것입니다. 개성공단 재가동 시점도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때'로 못 박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번 조치는 개성공단의 '무기한 폐쇄'나 다름없는 셈입니다. 사실 지난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감행 이후 청와대는 '개성공단 철수' 카드, 즉 대안을 검토했지만 신중한 기류도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의 124개 기업에서 월 5천만달러어치의 상품을 생산하고 있고, 공단이 폐쇄될 경우 상당한 규모의 한국 자산이 동결될 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7일 북한은 또다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고, 이때부터 청와대 기류가 확 달라졌다고 전해집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의 미사일 도발이 (대통령의) 마음을 완전히 돌아서게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주변국들의 움직임도 대통령의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미사일 발사 때까지도 우리는 국제사회에 강력한 대북 제재를 요청해 놓고 확성기만 틀어놓고 있었다"며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독자적 대북 제재를 들고 나오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북핵과 미사일은 우리의 문제로 우리가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다른 나라가 뭔가 해주길 기다리는 것은 안 된다'는 인식이 확고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정부의 개성공단 철수 결단에는 중국을 압박하는 의미도 담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교 당국자는 "그간 중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보고 북한과의 거래와 교역을 끊으라고 하는데 그러면 한국은 왜 개성공단을 그대로 두느냐'는 식으로 반박해 왔다"고 전했습니다. 저도 중국의 한 대북 전문가로부터 이러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중국으로선 '아무 일 없는 듯 돌아가는 개성공단'을 앞세워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자신들의 입장을 방어해 온 셈입니다. 그런데 한국정부가 주동적으로 개성공단 가동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중국도 반박할 수 있는 논리가 없어진 셈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미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대북 제재의 범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은행•정부로 제재를 확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즉 이중 혹은 2차 뽀이콧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기업과 은행까지도 원칙적으로는 미국정부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중국도 제재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한국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국제사회 전반에 각이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북한 체제, 특히 북한 경제가 더욱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성우: 과거에도 개성공단은 위기에 봉착한 적이 있었지만 살아났는데요. 이번 결정은 과거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고영환: 개성공단은 2010년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하고 연평도에 포탄을 퍼부을 때도 운영됐을 정도로 '남북 간 최후의 보루'라는 상징성이 컸습니다. 한국의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은 북의 천안함 폭침을 응징하기 위한 5•24 대북 제재도 비껴갔다"며 "상징성도 크지만 한번 닫으면 다시 열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개성공단은 2013년 4월부터 5개월간 중단된 적이 있지만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한국 안보부서 관계자는 "그때는 북한이 갓 출범한 박근혜 정부 길들이기 차원에서 북측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켰던 것"이고 "당시 우리 정부는 공단 중단 위기 속에서도 재가동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너무 악화됐습니다.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에 북한은 지난 1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내고 공단 안에 있는 한국측 자산을 동결하고 남측 인원들을 추방하며 개인소지품 외에는 일체 가지고 나갈 수 없다면서 강하게 반발하였습니다. 금강산 관광 중단 때에도 북한은 금강산 지구 내 한국측 자산을 몰수하고 동결한 바 있습니다.

2013년 북한측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 때와 이번이 다른 것은 이번에는 한국정부가 주동적으로 전면 중단조치를 취하였고 이번 조치를 통해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북핵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서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성우: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입니까?

고영환: 김정은은 연간 1억 달러 가량의 통치 자금 수입을 잃게 됐습니다. 현재 개성공단 근로자는 5만4천여명입니다. 개성시와 주변 지역에 이들을 실어 나르는 통근버스 287대가 운행 중입니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근로자 1명에게는 월 평균 160달러 정도의 임금이 지급됐고, 사회보험료•수당 등이 더해졌습니다. 돈은 100% 달러 현금으로 지급되며, 이 돈은 김정은의 통치 자금, 즉 김정은의 자금을 관리하는 당 39호실로 들어갑니다.

한국 정부의 관계자는 지난 11일 "그동안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돈은 총 6,160억원", 즉 6억 달러 가량이라며 "이 자금이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쓰였다는 우려가 있었고, 그 우려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번에 가동 중단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6억 달러는 북한의 전체 핵과 미사일 개발 비용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총 약 32억 달러 중 5분의 1가량에 해당되는 막대한 자금입니다.

개성공단에 의거하여 생활해 온 개성 주민의 생활도 더 팍팍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근로자 5만4천여명 대부분이 개성 및 인근 지역에 거주하고, 이들은 평균 4~5명 가량의 가족을 부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성 주민 대부분이 직•간접적으로 개성공단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온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이 개성지구에 공급하던 전기와 수도 공급마저 끊겼습니다. 개성공단에 공급되는 전력 10만㎾는 전량 남측에서 만들어 송전하고 개성 주민 상당수가 이 전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또 시내 대부분 지역은 공단에 설치된 정수시설을 통해 하루 3만여t의 식수 및 생활용수도 공급받고 있었습니다.

개성공단 중단을 계기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에 대해서도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 즉 2차 뽀이콧에 동참하는 국가가 늘어날 경우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더 고립될 것입니다. 핵만 가지고 있고 밥과 물이 없는 세상으로 북한이 바뀔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당분간은 난기류에 휩싸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부원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정부는 지난 10일 개성공단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북한이 개성공단 남측 자산을 전면 동결하는 조치로 맞대응하였습니다. 한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개성공단 재가동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고, 북한이 한국의 이러한 입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당장 개성공단은 폐쇄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이고, 이는 남북 경제협력의 전면 중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남•북•러 3국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추진도 무기한 보류되는 분위기이고 민간 차원의 교류 및 대북지원도 한국정부가 보류한 바 있어 남북관계는 완전히 얼어붙게 됐습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도발은 한국정부로 하여금 대북정책의 무게 중심을 '대화와 협력'에서 '단호한 대응'으로 옮겨 가도록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안보 당국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의 윤곽이 나오는 3~4월에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명백한 것은 만일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국제사회는 북한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강력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입니다.

박성우: 개성공단은 한 때 남북교류와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는데요. 이젠 단절의 극단적 사례가 돼 버렸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