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좋아하면 불에 타죽을 수 있다”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미국을 겨냥한 행동으로 해석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측이 탄도미사일을 쏘고 나서 바로 다음 날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북한 중앙TV는 지난 2월 13일 중장거리탄도탄 미사일 '북극성 2형' 발사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일종의 '발사 성공 과시용'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북측 중앙방송과 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매체들도 같은 날 "우리 식의 새로운 전략무기체계인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탄 북극성 2형 시험발사가 2017년 2월 12일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면서 김정은이 이번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북한의 미사일 개발 과정을 돌이켜 보겠습니다. 북한은 1970년대 후반 미사일 개발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1976년 이집트에서 이전 소련의 스커드-B 미사일을 도입한 뒤 이를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미사일 개발에 나서 1984년에는 스커드-B 모방형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어 1986년에는 사거리 500km의 스커드-C 모방형을 시험발사한 뒤 1988년부터 이들 미사일을 작전 배치했습니다. 1990년대에는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1천300㎞의 노동미사일을 실전 배치하였고 1998년에는 북한의 첫 중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1호'의 시험발사를 진행했습니다. 2006년에는 사거리 6천700㎞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포동 2호를 시험 발사했으며, 2009년과 2012년에도 인공위성으로 가장한 대포동 계열 장거리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북극성 2호'라고 부르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이를 동영상과 사진으로 찍어 공개한 배경에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와 있는지 세계가 보라는, 나름의 자신감이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도 북한이 방송한 미사일 발사 장면을 몇 번이나 돌려 보았는데요. 미사일의 모습, 조립 수준, 탱크의 무한궤도, 그리고 지지대 모습들이 한국과 미국이 만들어 놓은 미사일과 부속 장비에 비하여 정교하지 않고 표면이 우둘투둘하며 심지어 녹이 슨 부분까지 보여 정교한 미사일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단한 것은 그러한 미사일이 하늘로 높이 올라갔고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갔다는 것입니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장거리 미사일을 만들어 낸 북한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능력과 의지가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김정은이 경제와 인민생활은 내팽개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몰두하는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더욱 강도가 심해질 것이고, 결론적으로 북한의 민심이 김정은에게 등을 돌릴 것이라는 점입니다.

박성우: 의미를 한 번 짚어 보죠. 미국을 겨냥한 행동이라는 해석이 많던데요. 동의하시는지요?

고영환: 네, 동의합니다. 북한이 지난 12일 올해 들어 단행한 첫번째 미사일 도발을 통해 대남, 대미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다만 그동안 김정은이 공언해 온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과 같은 대형 도발이 아니라 중급형 도발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한국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이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했었습니다. 실제적으로 지난달에는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발사 준비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김정은이 개발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공언해 온 그런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하지 않고 중거리급 미사일을 쏴 미국과의 정면대결을 일단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도발 시점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달 20일 이후 23일 만에 이뤄졌습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첫 정상회담을 하는 시점에 맞춰 도발함으로써 세계적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날짜를 택했습니다. 한마디로 미국과 세계를 분노에 몰아넣을 만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자제함으로써 새롭고 강력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는 피하면서도 미국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번 북측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고, 일본과 유럽의 각국 정부들, 그리고 북한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정부까지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도 지난 14일 유엔 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안보리는 북한에게 추가 도발 자제와 국제의무 준수를 촉구하면서 추가적인 중대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도 했습니다. 안보리가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긴급회의를 열어 곧바로 규탄성명을 채택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세계가 북한의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우리말에 "불을 좋아하면 불에 타죽을 수 있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북한이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다른 각도에서도 좀 해석을 해 보죠.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북측이 얻고자 한 노림수는 또 어떤 게 있을까요?

고영환: 이번 미사일 발사의 가장 중요한 배경은 김정일 생일 75주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김가체제를 유지·공고화하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부친 김정일의 생일에 맞추어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이른바 축포를 쏘아올려 김정일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고, 북한 주민들에게는 '나 김정은이 진두지휘하여 최신식 중거리 미사일을 만들었고 시험발사에서 성공하였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몇 개 안되는 탄도미사일 생산 국가이다. 그러니 자부감을 가져도 좋다.' 이런 소리들을 하고 싶었던 것 같고요.

또 다른 하나는 대남한 의도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으로 혼란한 남한을 흔들어 보려 한 것입니다. 이와함께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틈새를 더 벌리려는 교묘한 계산도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국, 중국, 미국과 전세계가 김정은이 계산대로 움직일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남측 정치권의 반응은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한국의 여야는 지난 1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목소리로 강력히 규탄했지만 조기 대선을 앞두고 그 속내는 저마다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여당은 '정부 역할론'을 내세우면서 여권 대선 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를 띄우는 데 주력했습니다. 반면 야권 대선 주자들은 '북풍', 즉 북한에서 불어오는 안보위협 바람을 서둘러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여당인 한국자유당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무력 도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고 비난한 뒤 "황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정부와 군 당국이 국민 안전을 지키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안보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일제히 북한을 비판하면서도 황 권한대행과 정부를 견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황 권한대행과 정부는 다른 무엇보다 안보 컨트롤타워, 즉 안보 중심 역할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이런 식의 도발을 계속한다면 김정은 정권의 앞날도 예측할 수 없다"고 날을 세우면서도 사드 배치와 관련해선 차기 정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면서 "강 대 강의 정면충돌이 아닌 대화를 하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 정권의 책임론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의 노림수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해봤는데요. '불을 좋아하면 불에 타죽을 수 있다'는 부원장님의 지적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북측 지도부도 귀담아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